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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저 자신이 많이 답답했는데…(키움전 호투로)그 중 5% 정도는 풀린 것 같습니다."
재능만큼은 김태형 롯데 감독도 인정했다. 직접 정현수의 투구를 보기 위해 퓨처스(2군) 현장에 다녀올 정도였다.
높은 기대감이 부담으로 바뀐 걸까. 1군에서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첫 등판이었던 4월 11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볼넷만 준 뒤 내려왔다. 선발 데뷔전이었던 6월 23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2⅓이닝 3피안타(2루타 1) 1실점 부진 끝에 조기 교체됐다. 사령탑도 "2군에서 내가 직접 보고 온 모습을 보여주질 못한다. 자신감이 부족하다"며 혀를 찼다.
좌완투수인데다 백스윙이 짧고, 공을 길게 끌고 나오기보단 뒤에서 손목 힘으로 끊어던지는 스타일이라 디셉션(공을 감추는 동작)이 좋다. 변화구, 제구력 투수라는 이미지와 달리 이제 직구 구속도 140㎞대 중반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다보니 주무기인 커브도 더 힘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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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대구에서 만난 정현수는 이제야 마음속 무거운 짐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은 후련함이 엿보였다. 그는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려다보니 경기가 잘 풀렸어요. 운도 많이 따랐죠"고 돌아봤다.
이어 "구속도 좋을 때는 140㎞대 중반까지 나옵니다, 야구를 하다보면 컨디션이 맨날 좋을 순 없고, 안 좋아도 해야되는게 프로 선수죠. 풀어나가는 게 숙제입니다"라는 속내도 드러냈다.
결국 1군 무대는 압박감을 이겨내야 성공할 수 있다. 정현수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항상 좋지 못한 모습만 보여드리고 내려가다보니 아쉬움이 컸죠. '그때 더 세게 던졌으면 어땠을까'하는 후회가 많이 남았거든요. 마음편하게 던지니까 좋은 결과가 나왔네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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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환수는 아쉽게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히지 못했지만, 지난해말 롯데에 불펜 포수로 합류했다. 올해 6월부터 1군에서 불펜포수로 공을 받고 있다. 정현수는 키움전 데뷔 첫승 직후 안환수와 뜨겁게 포옹하며 오랜 회포를 풀었다. 두 사람은 원정 룸메이트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한 친구라 저에 대해 너무 잘 알아요. 좋을 때 뭐가 좋고, 안 좋을 때 어떻게 안 좋은지 눈치채고 얘기해주거든요. 실전에선 손성빈, 불펜에선 안환수의 도움이 컸죠."
김태형 감독은 '101승 레전드' 유희관과의 비교에 대해 "유희관보다 직구가 10㎞는 빠르다. 비교하지마라"며 껄껄 웃었다.
유희관과 정현수는 '최강야구'를 통해 깊은 유대를 다진 사이. 정현수는 "은퇴하셨는데도 제구가 진짜 좋아요. 저랑 캐치볼 했을 때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데도 정확하게 제 가슴에 팍팍 꽂히던게 기억납니다"라며 "저 이번에 데뷔 첫승이잖아요. 선발승이고. 유희관 선배님은 1군에서 100승을 넘긴 분이잖아요. 아 이래야 100승 하는구나 새삼 느꼈습니다"라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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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찐부산 사나이, 찐롯데팬이다. 가을야구 도전의 한 축을 책임지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롯데 보면서 꿈을 키웠으니까요.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대구=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