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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처음부터 9회 등판을 준비했던 게 아니었다. 그래서 더 놀라운 신인 투수의 세이브였다.
더 놀라운 사실은 실제 경기처럼 마무리 투수로 나섰다는 것이었다. 보통 연습경기나 시범경기 때 투수와 타자들은 자신의 스케줄이 나와있는 경우가 많다. 타자의 경우 2타석 정도 치고 교체가 된다거나 투수의 경우 선발일 경우 2이닝-40개 등을 정하고 , 불펜 투수는 몇번째 투수로 나가는지 이닝수와 투구수를 정하고 그 경기에 등판한다.
이날 경기전 염 감독은 김영우가 마무리 투수로 나설 것이라고 취재진에게 밝혔다. 경기결과에 상관없이 9회말까지 경기를 진행하기로 양팀이 합의를 했기 때문에 취재진은 김영우가 팀이 이기든 지든 9회말에 등판할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김영우도 그렇게 통보를 받은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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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9회에 등판할 것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한 게 아니라 경기 상황을 보고 리드를 하면서부터 마무리 투수로 준비를 해서 나갔다는 것. 이런 실전과 같은 준비와 등판이 신인 투수에겐 긴장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을텐데 김영우는 아무렇지 않게 평소처럼 던졌다. 구속도 더 잘나왔다. 애리조나 캠프 때 불펜피칭에서 151㎞, 라이브 피칭에서 153㎞를 찍었는데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이 154㎞까지 나왔다.
김영우는 "처음에는 좀 긴장하기도 했는데 몸풀 때부터 어차피 마무리 투수여도 같은 선수이고 마운드로 올라가는 건 다 똑같기 때문에 굳이 마무리라는 부담감을 갖기 보다는 그냥 그 상황을 즐기려고 많이 노력했다"라면서 "몸 풀때부터 컨디션이 괜찮아서 재밌게 형들과 같이 어울려져서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영우는 "보직은 상관이 없는데 은퇴하기 전에 팀의 마무리 투수를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면서 "인생의 야구적인 목표가 그런거였다. 그래서 들었을 때 기뻤고, 그러나 들뜨지 않으려고 했다"라고 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마무리 투수는 아니니까 주어진 기회에서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자라고만 생각했다"라고 했다.
발목 부상으로 재활중인 장현식은 회복 속도가 빠른 편이라고. 개막전에 맞춰 준비를 하지만 염 감독은 굳이 무리시키지는 않을 생각이다. 몸상태가 완전하고 구위도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뜻을 비쳤다. 아직 연습경기와 시범경기가 많이 남아있지만 김영우가 지금과 같은 안정된 퍼포먼스를 보인다면 진짜 신인 투수가 개막전 마무리로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오키나와=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