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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일본)=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지고 있는데 필승조가 나오고 마무리 투수가 등판한다. 이기고 있는데 어린 투수들이 연달아 나오기도 한다.
보통 대부부의 팀들은 연습경기에 던질 투수들의 순서와 이닝, 한계 투구수를 정해 놓는다. 선발이 2이닝을 던진 이후 불펜 투수들이 1이닝씩 던지는 식이다. 그래서 이닝 마다 누가 나오는지 미리 알 수 있고, 선수들도 경기전 미팅을 통해 전달을 받고 그에 맞게 준비를 한다.
삼성 라이온즈의 1일 LG 트윈스전 마운드 운영을 보면 알 수 있다. 선발 좌완 이승현이 2이닝을 던진 뒤 황동재 이재익 육선엽 이승현(우완) 김태훈 김재윤이 각각 1이닝씩을 던졌다. 필승조인 우완 이승현과 김태훈 그리고 마무리 김재윤이 0-5로 지고 있는 상태에서 등판해 공을 뿌렸다. 승패나 경기 상황에 상관없이 선수들의 스케줄에 맞춰서 등판을 시키기 때문이다.
김영우가 좋은 예다. 김영우는 2월 27일 KIA 타이거즈와의 첫 연습경기서 마무리 투수로 대기를 했다. 이날 LG가 지고 있어도 9회말 KIA 공격까지 하기로 미리 합의를 한 상태라 김영우가 9회말에 등판할 것으로 예상이 됐다. LG 염경엽 감독도 "김영우가 9회에 등판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김영우는 0-1로 지고 있을 때만 해도 자신이 등판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을 했었다. 9회에 나간다는 통보를 사전에 받지 못했던 것. 이후 7회에 1-1 동점, 8회에 3-1 역전이 됐고, 그제야 코칭스태프의 몸풀라는 지시를 받고 마무리 투수로의 등판을 준비해 9회에 나가 삼자범퇴로 끝내며 세이브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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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삼성전서도 염 감독은 "리드를 하면 김영우가 9회 마무리로 등판한다"라고 했었다. 그리고 LG는 이날 5-0의 리드속에 9회말을 시작했는데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김영우가 아닌 허준혁. 세이브 상황이 아니다보니 김영우가 아닌 허준혁을 올린 것. 5점차의 여유속에서 허준혁이 3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하고 경기를 끝냈다.
물론 선발 투수들은 그들의 스케줄에 따라서 등판을 하고 있다.
LG가 이렇게 불펜 투수들을 미리 순서를 정하지 않고 상황에 맞게 내는 것은 불펜 투수들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영찬과 함덕주가 시즌 중반까지는 없고, 이정용도 6월 중순에야 상무에서 돌아오기 때문에 불펜에 여유가 없다. FA로 데려온 장현식과 김강률, 기존 셋업맨 김진성 등으로 불펜 뼈대를 잡고 정우영 백승현 박명근 등이 필승조로 자리를 잡아줘야 하는 상황. 여기에 더해 우강훈 김영우 등 젊은 선수들과 심창민 이우찬 김대현 등 베테랑급 선수들이 더해지면 강한 불펜을 만들 수 있다.
의미없이 정해진대로 가는 게 아니라 연습경기라도 상황에 따라 자신의 보직에 맞는 등판을 하면서 정규시즌을 대비하도록 하는 것.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성공적인 등판을 하면서 자신감을 쌓고 이를 토대로 정규시즌에서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면 지난해 불안했던 불펜을 완전히 탈바꿈시킬 수 있다.
결과는 좋았다. LG는 27일 KIA전서 단 2개의 안타만을 맞고 3대1 역전승을 했고, 1일 삼성전에서도 김지찬에게만 2개의 안타를 내주고 5대0의 완승을 거뒀다.
오키나와(일본)=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