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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아니 소리가 하나도 안들리는거에요."
메이저리그에서는 주자가 없을때 15초, 주자가 있을때 18초로 상당히 타이트하지만 KBO리그는 정식 도입 첫해인 만큼 주자 없을 때 20초, 주자 있을 때 25초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시범 도입은 된 상태였고, 대부분의 선수들이 어느 정도 적응을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투수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산전수전 모두 겪은 백전노장 노경은이 1호 위반 사례가 된 이유는 피치컴 때문이었다. KBO리그 투수와 포수들은 지난해 시즌 도중 도입된 피치컴을 착용하고 경기에 임한다. 사인 전달 시간을 줄이고, 사인 훔치기 등 불미스러운 부분까지 예방할 수 있는 사인 교환 장비. 투수들은 모자 부분에 피치컴을 장착해 포수가 보내는 사인의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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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더그아웃에 가지고 내려왔을 때는 큰 문제가 없는 피치컴도 경기 도중 아주 간혹 이런 일이 발생한다. 또 관중들의 응원 소리가 매우 클 때는 소리가 잘 안들릴 때도 있어서 투수들이 글러브로 귀 부위를 대고 집중해서 소리를 듣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노경은은 "앞으로는 그런 상황에서도 피치클락을 위반하지 않게끔 대처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다"며 머쓱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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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웃을 수밖에 없는 해프닝도 있었다. '피치클락 리그 1호 위반 사례'로 '오피셜' 선언이 되면서, 원정 숙소의 사우나 이용 시간에 변화를 줬다. 노경은은 "어제 저녁에 사우나를 하고, 오늘 아침에는 감독님을 만날까봐 사우나에 안갔다"고 이야기해 주위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를 들은 이숭용 감독은 "오늘 아침에 전력분석팀장님과 투수코치님을 만나서, 관련한 이야기를 다시 나눴다. 시즌 때 이런 사례가 나오면 안된다고 주의를 줬다. 근데 (위반사례가) 참 잘 나온 것 같다. 선수들이 중요성을 더 깨달았을 것 같다. 장비가 안들리면 빨리 발을 빼야 하는데, 선수들도 점점 더 요령이 생길 것"이라고 낙관하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작년 겨울부터 전력분석 팀장님이나 투수 파트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결정적일 때 1점 차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경기가 끝날 수도 있다. 그게 얼마나 허탈하겠나. 우리는 작년에 타이브레이크까지 했던 팀이라 1승의 소중함을 어느 팀보다 잘 알고 있다. 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다시 한번 당부했다.
대구=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