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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미안해서 그랬을까?
KIA 타이거즈 외국인투수 제임스 네일이 '아찔한 실투' 1구 이후 급격하게 무너졌다. 두산 양의지를 향한 실투가 도화선이었다.
문제는 4회였다. 네일은 3회까지 무실점으로 순항했다. 4회말 양의지의 머리를 맞힐 뻔한 뒤 여진이 길게 이어졌다.
선두타자 양의지에게 던진 149km 싱커 손에서 빠졌다. 양의지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양의지는 번개 같은 반사신경으로 상체를 뒤로 젖히며 피했다. 그 과정에서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
시범경기인만큼 위협구일리는 만무했다. 네일도 화들짝 놀란듯 보였다. 직접 타석까지 다가와 모자를 벗고 사과했다.
양의지도 괜찮다는 몸동작을 취했다.
정작 네일이 괜찮지 않았던 모양이다. 네일은 공교롭게 이때부터 컨트롤이 무너졌다.
양의지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케이브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무사 1, 2루에서 강승호에게 우중간 싹쓸이 3루타를 맞았다. 후속 양석환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냈다.
무사 1, 3루에서 오명진에게 또 적시타를 맞았다. 3점 리드를 순식간에 잃었다. 3-3 동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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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는 이미 개막전 선발투수를 네일로 낙점한 상태다. 이범호 KIA 감독은 "경험이 많고 한국시리즈 1차전도 던진 투수다. 큰 경기에 워낙 많이 던져봤으니 올러 보다는 네일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네일이 사실상 최종 리허설이었던 두산전에 이렇게 흔들리니 찝찝하다.
이범호 감독 말대로 네일은 '빅게임 피처'다. 2024년 한국시리즈에서 증명했다. 2경기 10⅔이닝 1승 무패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했다.
다만 이날은 시범경기였기 때문에 네일이 '냉혹한 승부사 모드'를 해제했을 가능성도 있다. 시범경기는 결과보다 과정이 우선이고 무엇보다는 다치지 않는 것이 첫 번째다. 자신이 상대 간판타자에게 부상을 입힐 뻔했으니 집중력을 잃는 모습도 한편 이해가 간다.
잠실=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