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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자 아버지로서…" 늦지 않아 반가웠던 첫 홈런, 마냥 웃지 못했던 '검은 리본'의 무게

이종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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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4-03 11:45


"아들이자 아버지로서…" 늦지 않아 반가웠던 첫 홈런, 마냥 웃지 못했던…
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두산의 경기, 2회말 두산 양석환이 선제 솔로홈런을 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5.04.02/

"아들이자 아버지로서…" 늦지 않아 반가웠던 첫 홈런, 마냥 웃지 못했던…
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두산의 경기, 2회말 두산 양석환이 선제 솔로홈런을 치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5.04.02/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무겁게 느껴졌네요."

양석환(34·두산 베어스)은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 경기에서 6번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1득점 1볼넷을 기록했다.

첫 타석에 홈런이 터졌다. 0-0으로 맞선 2회말 선두타자로 나온 양석환은 키움 선발투수 윤현의 초구 직구를 받아쳤다.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온 공을 공략했고,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양석환의 시즌 첫 홈런이자 첫 장타.

양석환은 지난해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4푼6리 34홈런 107타점 OPS(장타율+출루율) 0.804의 성적을 남겼다. 베어스 역대 11번째 30홈런-100타점 기록이자, 베어스 역대 국내 선수 우타자 중에서는 1999년 심정수 2000년 김동주 이어 세 번째다.

거포로서 본격적으로 시즌 시작을 알린 순간. 팀도 이겼다. 양석환의 홈런 이후 두산은 스리런 홈런을 허용하며 끌려갔지만, 4회와 8회 추가점을 내면서 5대3으로 승리하며 2연패에서 탈출했다.

경기를 마치고 양석환은 "장타가 더 늦지 않게 나와서 기분은 좋다. 다만 아직 타격감이 정상궤도는 아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컨디션이 올라오면 더 좋은 모습 많이 보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홈런도 치고, 팀이 이겼던 경기. 그러나 양석환은 마냥 웃지 못했다.


"아들이자 아버지로서…" 늦지 않아 반가웠던 첫 홈런, 마냥 웃지 못했던…
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두산의 경기, 경기에 앞서 두산 선수단이 지난 29일 발생한 창원 NC파크 구조물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근조 리본을 달고 묵념을 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5.04.02/
이날 경기를 한 모든 선수에게는 검은색 리본이 달려있었다. 양석환의 왼쪽 어깨에도 검은 리본이 있었다.


지난달 29일 창원NC파크에서는 참담한 사고가 났다. 구장 구조물이 떨어져 관중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KBO는 1일 KBO 모든 경기를 추모 차원에서 취소했고, 1~3일을 애도 기간으로 정했다. 2일과 3일 경기에는 모든 선수가 근조 리본을 달았다. 응원단도 운영하지 않았다.

양석환도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향해 위로의 뜻을 전했다. 양석환은 "오늘 왼쪽에 리본을 달고 뛰었는데 무겁게 느껴졌다. 야구선수 이전에 한 가정의 아들, 또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양석환은 이어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 유가족 분들께도 진심으로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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