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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3일 광주 챔피언스필드. 미리보는 한국시리즈 1차전 같은 경기가 펼쳐졌다.
두 팀의 에이스를 넘어 리그 최고 투수들의 빅매치. 좁은 KBO리그 외인 사회 속 빤히 아는 사이다. 승부욕에 서로 살짝 예민해질 수 밖에 없었다.
먼저 평정심을 잃은 후라도가 손해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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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3회말이었다. 2사까지 잘 잡았다. 또 한번 나성범 타석. 공이 조금씩 S존을 벗어났다. 스트레이트 볼넷 출루. 첫 타석에 이은 나성범의 연속 타석 볼넷에 후라도가 흥분했다.
삼성쪽 덕아웃을 바라보며 큰 소리를 지르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
하지만 의미가 없었다. ABS는 그야말로 기계적 판단을 할 뿐이다. 느린 화면 속 3D 영상에는 후라도의 공이 존을 살짝 살짝 피해간 것으로 표시돼 있었다. 후라도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후라도는 살짝 격해진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기계와 싸우기 시작했다. 위즈덤 이우성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연속 볼넷을 내주며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연속 볼넷을 대기타석에서 지켜보던 변우혁이 초구 노림수를 가져갔다. "직전 타석에 직구 2개가 와서 적시타를 쳤는데 변화구 승부가 올거라고 예상했다"는 그는 131㎞ 초구 슬라이더를 노려 좌전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3-0이 되는 순간. 제구 좋기로 유명한 후라도에게서 보기 드물었던 2사 후 3연속 볼넷이었다. 감정이 없는 기계와 쓸데 없는 감정 싸움의 결과는 아쉬운 시즌 2패로 돌아왔다. 삼성은 9회 강민호의 적시 2루타로 1점을 추격했지만, 1대3으로 패하고 말았다. 심리적으로 쫓기는 쪽은 KIA였다. 후라도가 조금 더 냉정하게 접근했다면 후반 경기 양상은 달라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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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네일은 시종일관 차분한 모습으로 마운드를 지키며 3연패 중이던 KIA에 단비 같은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기계와 스트라이크 싸움을 하는 대신 리그 최강 삼성의 수비진을 믿고 맞혀 잡는 전략을 썼더라면 어땠을까. 선수에게 때론 감정조절도 실력이다.
상대팀에서 멋진 에이스 맞대결을 펼친 KIA 네일은 수훈 인터뷰에서 자신 역시 ABS로 인한 좌절을 겪은 적이 있다며 이런 말을 했다.
"ABS is not always your friend. but you know it's the same for everyone.You're just doing your best.(ABS가 늘 우리의 친구는 아니죠. 하지만 모두에게 똑같은 것도 사실이에요. 그러니 우리의 최선을 다할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