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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가 늘 친구는 아니야" 격앙된 후라도씨, 워워~ 감정조절 실패의 대가는 썼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5-04-04 07:41


"ABS가 늘 친구는 아니야" 격앙된 후라도씨, 워워~ 감정조절 실패의 …
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삼성 후라도가 숨을 고르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4.03/

[광주=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3일 광주 챔피언스필드. 미리보는 한국시리즈 1차전 같은 경기가 펼쳐졌다.

보기 드문 리그 최강 외인 두 투수의 맞대결. KIA 타이거즈 제임스 네일과 삼성 라이온즈 아리엘 후라도가 자존심을 건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구종가치 1위 스위퍼의 달인 네일과 체인지업의 달인 후라도의 선발 대결은 경기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두 팀의 에이스를 넘어 리그 최고 투수들의 빅매치. 좁은 KBO리그 외인 사회 속 빤히 아는 사이다. 승부욕에 서로 살짝 예민해질 수 밖에 없었다.

먼저 평정심을 잃은 후라도가 손해를 봤다.

1회말 공 3개로 가볍게 투아웃을 잡아내며 산뜻하게 출발한 후라도. 3번 나성범에게 풀카운트에서 던진 149㎞ 직구를 꽉 찬 스트라이크로 확신했다. 루킹 삼진 콜을 예상하며 마운드를 내려와 덕아웃으로 향했다. 하지만 구명환 주심은 잠잠했다. 볼 판정으로 볼넷 출루. 후라도는 펄펄 뛰며 억울해 했지만 판정은 ABS 몫이었다. 그래도 후속 위즈덤을 삼진 처리하고 첫 이닝을 마쳤다.
"ABS가 늘 친구는 아니야" 격앙된 후라도씨, 워워~ 감정조절 실패의 …
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삼성 후라도가 숨을 고르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4.03/

"ABS가 늘 친구는 아니야" 격앙된 후라도씨, 워워~ 감정조절 실패의 …
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3회말 2사 만루 삼성 강영식 코치가 마운드를 찾아 선발 후라도를 격려하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4.03/
후라도는 2회 선두 이우성에 펜스 직격 2루타에 이어 변우혁에게 던진 144㎞ 직구가 가운데로 몰리며 선제 적시타를 내줬다. 0-1.

문제는 3회말이었다. 2사까지 잘 잡았다. 또 한번 나성범 타석. 공이 조금씩 S존을 벗어났다. 스트레이트 볼넷 출루. 첫 타석에 이은 나성범의 연속 타석 볼넷에 후라도가 흥분했다.

삼성쪽 덕아웃을 바라보며 큰 소리를 지르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


하지만 의미가 없었다. ABS는 그야말로 기계적 판단을 할 뿐이다. 느린 화면 속 3D 영상에는 후라도의 공이 존을 살짝 살짝 피해간 것으로 표시돼 있었다. 후라도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후라도는 살짝 격해진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기계와 싸우기 시작했다. 위즈덤 이우성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연속 볼넷을 내주며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연속 볼넷을 대기타석에서 지켜보던 변우혁이 초구 노림수를 가져갔다. "직전 타석에 직구 2개가 와서 적시타를 쳤는데 변화구 승부가 올거라고 예상했다"는 그는 131㎞ 초구 슬라이더를 노려 좌전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3-0이 되는 순간. 제구 좋기로 유명한 후라도에게서 보기 드물었던 2사 후 3연속 볼넷이었다. 감정이 없는 기계와 쓸데 없는 감정 싸움의 결과는 아쉬운 시즌 2패로 돌아왔다. 삼성은 9회 강민호의 적시 2루타로 1점을 추격했지만, 1대3으로 패하고 말았다. 심리적으로 쫓기는 쪽은 KIA였다. 후라도가 조금 더 냉정하게 접근했다면 후반 경기 양상은 달라질 수 있었다.


"ABS가 늘 친구는 아니야" 격앙된 후라도씨, 워워~ 감정조절 실패의 …
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KIA 네일이 숨을 고르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4.03/
후라도는 선발 6이닝 동안 87구를 던지면서 4안타 4볼넷 3탈삼진 3실점을 기록한 뒤 0-3으로 뒤진 7회 이호성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개막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였지만 7이닝 3안타 4사구 2개 무실점을 기록한 네일과의 선발 맞대결과 팀 패배 속에 웃지 못했다.

반면, 네일은 시종일관 차분한 모습으로 마운드를 지키며 3연패 중이던 KIA에 단비 같은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기계와 스트라이크 싸움을 하는 대신 리그 최강 삼성의 수비진을 믿고 맞혀 잡는 전략을 썼더라면 어땠을까. 선수에게 때론 감정조절도 실력이다.

상대팀에서 멋진 에이스 맞대결을 펼친 KIA 네일은 수훈 인터뷰에서 자신 역시 ABS로 인한 좌절을 겪은 적이 있다며 이런 말을 했다.

"ABS is not always your friend. but you know it's the same for everyone.You're just doing your best.(ABS가 늘 우리의 친구는 아니죠. 하지만 모두에게 똑같은 것도 사실이에요. 그러니 우리의 최선을 다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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