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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연패도, 굴욕도 모두 이 선수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한화 이글스는 지난 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역대급' 굴욕을 맛볼 뻔 했다.
6개의 아웃 카운트가 더 올라가면 KBO리그 최초 퍼펙트 게임이 탄생하는 순간. 한화로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장면이기도 했다.
7회까지 90개의 공을 던진 레예스는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왔다. 스프링캠프에서 발등 통증이 생기면서 아직 빌드업 과정에 있던 그는 85개의 투구수를 예정하고 이날 경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대기록의 기회가 온 만큼, 한계 투구수를 넘어서도 공을 던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쫓기는 건 오히려 한화였다. 레예스의 공격적인 피칭에 7회에도 11개의 공밖에 던지지 못하게 했다.
대기록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삼성의 부푼 꿈은 8회초 첫 타자에 끝났다. 선두타자 문현빈이 레예스의 2구째 커터를 받아쳤고, 우익수 앞 깔끔한 안타가 됐다. 이날 경기 한화의 첫 안타. 경기 내내 위력적인 피칭을 펼쳤던 레예스는 결국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후 병살타와 삼진으로 후속타자가 물러나면서 한화는 결국 이날 1안타로 경기를 마쳤다. 0대10으로 참패했지만, 문현빈의 안타로 마지막 남은 자존심은 지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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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말 한 점을 내준 한화는 9회초 2사에 1,2루 찬스를 잡았고, 다시 타석에 선 문현빈은 삼성 마무리투수 김재윤을 상대로 스리런 홈런을 쏘아 올리며 역전을 일궈냈다. 결국 문현빈의 홈런으로 한화는 4연패에서 탈출했다.
한화는 7일까지 팀타율이 1할6푼9리에 머무르고 있다. 리그 최하위로 유일 1할대다. 역대급 침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900승을 넘긴 '백전노장' 김경문 한화 감독은 "감독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까지 타격이 침체된 적은 처음"이라고 바라보기도 했다.
그동안 주 포지션 확정에 선발 라인업 고정을 강조했던 김 감독도 "응급 상황"이라며 라인업에 변화를 주기도 했지만, 타격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결국 경기가 없는 7일 안치홍과 최인호 등을 말소하면서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침묵하고 있는 타선에서 문현빈의 활약은 남은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다. 김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문현빈을 두고 "아직 어린 선수지만, 타격 쪽에 자질이 있는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인 첫 해 역대 7번째 고졸 신인 세 자릿수 안타를 친 재능은 굳건했다.
문현빈은 "홈런이 나오는 순간 이제 뭔가 풀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한화 타선은 여전히 침묵을 깨지 못하고 있다. 이제 문현빈과 함께 타선의 조각을 맞출 반등이 나와야 한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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