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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일살! "과정보다 결과가 더 중요해" 151km 직구도 거침없이 쾅…38세 베테랑이 살아남는 법 [인터뷰]

김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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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4-08 11:16 | 최종수정 2025-04-08 12:31


일도일살! "과정보다 결과가 더 중요해" 151km 직구도 거침없이 쾅……
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롯데와 두산의 경기. 6회 1타점 적시타를 날린 정훈.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4.05/

일도일살! "과정보다 결과가 더 중요해" 151km 직구도 거침없이 쾅……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KBO리그 시범경기 롯데와 KIA의 경기가 열린다. 경기 전 타격 훈련을 하고 있는 정훈.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3.08/

일도일살! "과정보다 결과가 더 중요해" 151km 직구도 거침없이 쾅……
2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SSG와 롯데의 경기. 타격하는 롯데 정훈.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3.26/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언제 봐도 풀스윙이다. 상대를 분석하고 전력으로 배트를 휘두른다. 38세의 나이에도 '직구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총알 타구를 만들어내는 비결이다. '일도일살(一刀一殺)'의 뜻을 품은 검객의 마음가짐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4월 첫주는 새 시즌 첫 위닝 주간(3승2패)이었다. 타격은 답답했고, 지난 6일에는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이른바 '4·6 대첩'의 희생자가 됐지만, 꼴찌까지 추락했던 롯데로선 터닝포인트를 마련했다.

그 중심에 정훈이 있다. 홈런 하나 포함 19타수 6안타(3할1푼6리)로 후배들을 제치고 한주간 맹타를 휘둘렀다. 특히 홈런은 올시즌 롯데의 단 6개뿐인 아치 중 하나다. 팀 타율, 팀 홈런, 팀 OPS 8위의 답답한 현실 속 오아시스 같은 활약을 펼쳤다.

지난 3일 홈런은 한화의 '156㎞' 신인 정우주를 상대로 쏘아올린 것. 문동주-김서현과 함께 강속구 아기 독수리 3형제로 불리는 그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의 노림수로 일격을 선사했다.

"십몇년을 해왔지만 야구는 매년 모르겠다. 준비하면서 '정말 좋다' 싶은데 결과가 안 나오고, 또 안 좋네 싶은데 결과가 나온다. 지금 나는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한 사람이다. 어떻게든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기 위해 매 타석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일도일살! "과정보다 결과가 더 중요해" 151km 직구도 거침없이 쾅……
2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SSG와 롯데의 경기. 8회초 선두타자 안타를 치고 출루한 정훈.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3.25/
지난해 타선을 이끈 '윤고나황손'이 한꺼번에 부진하지만, 정훈 유강남 김민성 전민재 등 1군 짬밥을 먹어본 선수들이 타선을 이끌고 있다. 정훈은 "기존의 주전 선수들이 올라오기 전까지, 그렇다고 내가 자리를 비켜주진 않겠지만, 당연히 베테랑들이 해줘야할 역할이다. 그런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경쟁이 곧 우리 팀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KBO리그도 '구속 혁명'이 일어나면서 150㎞ 넘는 직구가 크게 늘어난 요즘이다. 정훈은 "예전엔 1,2선발 정도만 145, 150㎞를 던졌다면 요즘은 그렇지가 않다. 변화구도 전보다 훨씬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훈이 홈런을 친 정우주의 공은 151㎞ 직구였다. 보통 나이가 들면 직구에 약점을 보이는 대신 변화구에 강해지기 마련.


하지만 정훈은 다르다. 여전히 젊은 시절 못지 않은 배트 스피드를 유지하고 있다. 정훈은 "어린 친구가 정말 좋은 공을 던지더라. 배트 중심에 맞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몸쪽으로 오길래 순간적인 반응으로 친 게 홈런이 됐다. 다시 만나면 자신없다"며 웃었다. 홈런 직후 타석을 떠나지 않고 타구를 지켜본 것에 대해서는 "감상이 아니라 파울될까봐 보고 있었던 것"이라며 멋쩍어했다.


일도일살! "과정보다 결과가 더 중요해" 151km 직구도 거침없이 쾅……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시범경기 롯데와 LG의 경기. 1회말 1타점 적시타를 날린 롯데 정훈.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3.11/
2006년 신고선수로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했다가 1년만에 방출됐다. 박격포병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육성선수로 롯데에 입단한 2010년만 해도 정훈이 이렇게 롱런하는 선수로 남을줄은 아무도 몰랐다. 체육선생님으로 일하던 시절의 제자(박영완)가 어느덧 한 팀에서 뛸 정도의 세월이 지났다. 사람좋은 웃음 속 이글이글 타오르는 승부욕이 숨어있다.

"시키면 어느 포지션이든 뛴다. 언제나 백업으로 시작하지만, 우리 후배들은 항상 긴장해야한다. 빈 자리 생길 것 같으면 그날부터 그 포지션 연습한다. 나도 백업 하려고 이 나이까지 야구를 하고 있진 않다"라고 말하는 프로 정신, 정훈의 그 무엇보다 후배들이 배워야할 포인트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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