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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전 8실점 참사에 "망했다" 소리 나왔는데, 13K 대반전...외인 선발 농사 또 대박?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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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4-10 15:07


개막전 8실점 참사에 "망했다" 소리 나왔는데, 13K 대반전...외인 …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키움 로젠버그가 7회까지 무실점 피칭을 펼친 뒤 미소 짓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4.09/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키움 어쩌나."

지난달 22일 2025 시즌 개막전이 열린 후 한 야구 관계자 입에서 나온 말이다.

키움은 삼성 라이온즈와의 개막전에서 5대13으로 대패했다. 방망이는 어느정도 힘을 냈지만, 선발 로젠버그가 3이닝 동안 무려 8실점을 하며 무너진 탓이었다. 홈런 1개 포함, 안타 8개를 맞고 4사구 4개를 헌납하며 완전히 무너졌다. 그나마 삼진 4개를 잡아내지 못했다면, 실점은 더 늘어날 뻔 했다.

로젠버그, 키움이 야심차게 데려온 선수였다. 키움은 올시즌 다른 9개 구단과 달리, 외국인 투수 2명을 대신해 외국인 타자 2명으로 가는 모험을 택했다. KBO리그는 외국인 선수 3명을 보유할 수 있는데, 세 사람이 다 동일 포지션은 안된다. 보통 선발이 중요한 장기 레이스 특성상 외국인 선발 2명에 타자 1명으로 가는 게 일반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키움은 '투수가 잘 던지면 뭐하나. 점수를 못 내면 못 이기는 게 야구'라며 푸이그, 카디네스 두 외국인 타자를 영입했다. 안그래도 약한 타선인데 김혜성(LA 다저스)까지 떠난 공백을 메울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개막전 8실점 참사에 "망했다" 소리 나왔는데, 13K 대반전...외인 …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두산의 경기, 2회말 1사 만루 키움 로젠버그가 두산 추재현을 병살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친 후 환호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5.04.03/
그러니 로젠버그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9승을 거둔 하영민 정도를 제외하면 토종 선발진도 강하지 않은 팀 사정 속, 로젠버그가 굳건히 에이스로서 로테이션을 돌아줘야 그나마 승부수를 던져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개막전 난리가 났다. 긴장을 한 탓인지, 실력 부족인지 도저히 1선발이라고 할 수 있는 경기력이 아니었다. 구속이 빠른 스타일이 아니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주무기라는 제구도 형편 없었다. 이 모습이 유지된다고 하면, 정말 키움은 "망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SSG 랜더스전 7이닝 9삼진 2실점 승리. 3일 두산 베어스전은 패전이었지만 6이닝 6삼진 4실점(1자책점)의 퀄리티스타트였다. 그리고 9일 LG 트윈스전 대폭발했다. 8이닝 13삼진 무실점 역투. 개막 후 10승1패로 잘나가던 LG 타선에 선발 전원 삼진이라는 굴욕을 안겼다.


개막전 8실점 참사에 "망했다" 소리 나왔는데, 13K 대반전...외인 …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키움 로젠버그가 역투하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4.09/

일단 투구 템포가 매우 빨라 타자가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는 게 인상적. 여기에 제구가 완벽했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은 그야말로 춤을 췄다. 몸쪽으로 파고드는 슬라이더의 각도 예리했다. 도대체 왜 삼성과의 개막전에서 그런 투구를 했는지가 궁금할 정도.

로젠버그는 대구 원정 개막전 참패에 대해 "개막전 긴장이었나, 아니면 홈런이 잘 나오는 라이온즈파크에 대한 긴장이었나"라는 질문에 "특별히 더 긴장하거나 하는 건 없었다"며 웃었다. 이어 "삼성에 좋은 타자들이 매우 많았다. 내 실투가 모두 아쉬운 결과로 이어졌다. 삼성이 좋은 팀이었기에 그런 결과가 나왔던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개막전 8실점 참사에 "망했다" 소리 나왔는데, 13K 대반전...외인 …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9회초 무사 1,2루 키움 로젠버그가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4.09/
로젠버그는 "프로 선수로서 10번째 시즌이다. 나만의 루틴으로 마운드에 올라가 최선을 다해 공을 던지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선발 투수로서 어느 팀을 만나든 긴장감은 느낀다. 하지만 상대를 의식하는 게 아니라, 최선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내 스스로의 부담감이었다. 그 부담감을 극복하니, 좋은 결과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로젠버그는 유일하게 외국인 투수 1인 체제 속 생활을 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다른 팀 투수들을 부러워한 적은 전혀 없다. 야구로 소통을 하는 것이지, 언어가 중요하지는 않다. 내가 우리 팀 젊은 투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굉장히 기분이 좋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키움은 외국인 선수 보는 눈이 좋은 구단으로 정평이 나있다. '가성비' 선수들을 잘 찾는다. 당장 지난 시즌 뛴 후라도(삼성) 헤이수스(KT)만 해도 리그 최정상급 선발로 인정받았다. 과연 로젠버그도 그 길을 따라갈 수 있을까.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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