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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키움 어쩌나."
로젠버그, 키움이 야심차게 데려온 선수였다. 키움은 올시즌 다른 9개 구단과 달리, 외국인 투수 2명을 대신해 외국인 타자 2명으로 가는 모험을 택했다. KBO리그는 외국인 선수 3명을 보유할 수 있는데, 세 사람이 다 동일 포지션은 안된다. 보통 선발이 중요한 장기 레이스 특성상 외국인 선발 2명에 타자 1명으로 가는 게 일반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키움은 '투수가 잘 던지면 뭐하나. 점수를 못 내면 못 이기는 게 야구'라며 푸이그, 카디네스 두 외국인 타자를 영입했다. 안그래도 약한 타선인데 김혜성(LA 다저스)까지 떠난 공백을 메울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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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웬일. 개막전 난리가 났다. 긴장을 한 탓인지, 실력 부족인지 도저히 1선발이라고 할 수 있는 경기력이 아니었다. 구속이 빠른 스타일이 아니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주무기라는 제구도 형편 없었다. 이 모습이 유지된다고 하면, 정말 키움은 "망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SSG 랜더스전 7이닝 9삼진 2실점 승리. 3일 두산 베어스전은 패전이었지만 6이닝 6삼진 4실점(1자책점)의 퀄리티스타트였다. 그리고 9일 LG 트윈스전 대폭발했다. 8이닝 13삼진 무실점 역투. 개막 후 10승1패로 잘나가던 LG 타선에 선발 전원 삼진이라는 굴욕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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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투구 템포가 매우 빨라 타자가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는 게 인상적. 여기에 제구가 완벽했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은 그야말로 춤을 췄다. 몸쪽으로 파고드는 슬라이더의 각도 예리했다. 도대체 왜 삼성과의 개막전에서 그런 투구를 했는지가 궁금할 정도.
로젠버그는 대구 원정 개막전 참패에 대해 "개막전 긴장이었나, 아니면 홈런이 잘 나오는 라이온즈파크에 대한 긴장이었나"라는 질문에 "특별히 더 긴장하거나 하는 건 없었다"며 웃었다. 이어 "삼성에 좋은 타자들이 매우 많았다. 내 실투가 모두 아쉬운 결과로 이어졌다. 삼성이 좋은 팀이었기에 그런 결과가 나왔던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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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젠버그는 유일하게 외국인 투수 1인 체제 속 생활을 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다른 팀 투수들을 부러워한 적은 전혀 없다. 야구로 소통을 하는 것이지, 언어가 중요하지는 않다. 내가 우리 팀 젊은 투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굉장히 기분이 좋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키움은 외국인 선수 보는 눈이 좋은 구단으로 정평이 나있다. '가성비' 선수들을 잘 찾는다. 당장 지난 시즌 뛴 후라도(삼성) 헤이수스(KT)만 해도 리그 최정상급 선발로 인정받았다. 과연 로젠버그도 그 길을 따라갈 수 있을까.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