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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한 김혜성(26)이 드디어 타격에 눈을 떴다. 이로 인해 '조기 콜업'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일단 김혜성 자체는 트리플A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 스프링캠프 기간에 타격폼을 전면적으로 교정한 김혜성은 타격 밸런스를 다시 잡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한때 시범경기 타율이 0.071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그러다 시범경기 막판들어 조금씩 타격감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3월 들어 치른 9경기에서는 타율 0.333(15타수 5안타), 2볼넷, 4삼진, OPS 0.945를 찍으며 KBO리그 시절의 스탯을 재현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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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은 1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라운드록 델다이아몬드에서 열린 라운드록 익스프레스(텍사스 레인저스 산하)와의 원정경기에서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2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7대5 승리에 기여했다. 2개의 안타는 모두 2루타였다.
이로써 김혜성은 최근 7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며 타율 0.326(43타수 14안타), 9타점, 12득점, 4도루, OPS 0.931을 기록했다. 5경기에서 멀티히트를 달성했다.
타격 페이스는 일단 괜찮은 상태다. 그렇다고 막 압도적으로 리그 수준을 뛰어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저 '이 페이스라면 메이저리그에 도전해볼 수도 있다'하는 정도다. 무엇보다 적어도 이런 타격감이 앞으로 한 달 정도는 더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그래서 최소 100타수 정도 쌓였을 때 3할 타율과 0.8~0.9대의 OPS를 찍었다면 비로소 메이저리그급 경쟁력을 지녔다고 평가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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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현재 서부지구 1위는 샌디에이고(10승3패, 승률 0.769)이고, 2위는 샌프란시스코(9승3패, 0.750)다. 다저스와 0.5경기, 1경기 차이다.
두 번째 이유로 김혜성이 들어갈 자리가 별로 없다. 김혜성 같은 선수는 콜업의 기준점이 사실 타격이라기 보다는 수비에 맞춰져 있다. 타격은 보조지표다. 수비 포지션에 자리가 나야 한다. 타격을 영 못해도, 수비진에 구멍이 뚫리면 콜업기회가 있다. 반대로 타격이 좋아도 수비진에 들어갈 자리가 없으면 콜업이 힘들다. 김혜성이 오타니 쇼헤이급으로 장타와 홈런을 계속 치지 않는 한 이 구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런데 일단 다저스 내야는 주전과 백업이 너무 빽빽하게 차 있다. 주전 2루수 토미 에드먼은 팀내 홈런 1위(5개)다. 도쿄 개막전 때 위장 질환으로 고생했던 주전 유격수 무키 베츠는 건강을 다 회복했고, 타율(0.310)과 타점(8) 모두 팀내 3위다. 김혜성이 뚫고 들어갈 자리가 별로 없다. 있다면 백업 정도인데, 팀에 크게 도움이 안된다.
그나마 외야는 노려볼 만 하다. 김혜성을 밀어내고 메이저리그 엔트리를 차지한 앤디 파헤스가 타율 0.171로 부진한 게 눈에 띈다. 로버츠 감독 역시 이런 이유로 트리플A 김혜성을 계속 중견수로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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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뒷받침하듯 파헤스도 타격감을 점점 회복하고 있다. 9일 워싱턴과의 경기에서 시즌 첫 홈런 등 3타수 2안타를 기록한 데 이어 10일 워싱턴전에는 역전승의 기점이 된 홈런을 쳤다. 4-5로 뒤진 7회말 1사 후 상대 우완 에두아르도 살라자르를 상대로 동점 솔로포를 날렸다. 결국 다저스는 오타니의 내야 안타와 도루, 에드먼의 볼넷으로 만든 1사 1, 3루에서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우전 적시타로 6-5 역전에 성공했고, 그대로 승리를 굳혔다.
파헤스가 비록 현재 타율 0.171이지만 최근 두 경기에서 모두 좋은 타격을 보이며 살아나고 있다. 이러면 엔트리를 흔들기 어렵다. 로버츠 감독은 때로는 지독할 정도로 선수를 신뢰한다. 개선의 여지가 드러난 파헤스에게 기회를 더 오래 줄 가능성이 크다. 아무래도 멀리 있는 마이너리거 김혜성보다는 현재 눈앞에 있는 메이저리거를 파헤스를 더 눈 여겨 볼 수 밖에 없다.
결국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김혜성은 더 오래 인내해야 한다. 단, 두 가지 숙제를 해야 한다. 타격감을 유지할 것. 중견수 수비도 열심히 할 것. 그러면 언젠가 콜업 기회는 온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