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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엄밀히 따지면 사실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다. LG 트윈스 임찬규는 애당초 야구 명문 휘문고 출신 특급 유망주였다. 임찬규나 LG 구단이나 LG 팬들이나, 다소 오랜 적금을 들어두었을 뿐이었다.
그 오랜 기다림이 드디어 빛을 발하고 있다. 이자가 눈덩이 처럼 불어서 만기가 됐다. 임찬규가 10일 고척 키움전 시즌 3승을 수확했다. 3년 연속 10승을 향한 발걸음이 순조롭다.
LG 프랜차이즈에서는 김용수(126승) 정삼흠(106승) 2명이다. 둘은 MBC 청룡 시절까지 포함이다. 순수 'LG 시대'에서 임찬규가 최초로 100승을 달성할 수 있다.
임찬규는 2011년 프로 입단 첫 해부터 가시밭길을 걸었다. 임찬규는 2011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번에 뽑혔다. 당시 임찬규는 150km를 던지는 파이어볼러였다. 요즘으로 치면 정우주(한화) 김영우(LG) 배찬승(삼성) 같은 기대주였다. 하지만 과거에는 '관리 개념'이 부족했다. 고졸 신인 임찬규는 데뷔 시즌에 무려 82⅔이닝을 던졌다. 9승 6패 7세이브라는 기록이 말해주듯 정말 소 처럼 던졌다.
임찬규는 이후 구속을 잃었다. 2013년 LG가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을 때, 임찬규는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했다. 임찬규는 늘 5선발 후보로 기회를 받았지만 더 어린 투수들에게 밀려났다. 연차가 쌓이면서 이제는 유망주라는 수식어도 어색해졌다. 롱릴리프로, 추격조로, 대체 선발로, 확실한 보직 없이 헤매는 기간이 길어졌다. 2018년과 2020년 10승을 찍긴 했으나 이듬해 부진한 탓에 신뢰를 주지 못했다.
임찬규는 결국 극복했다. 바닥에서 기어 올라오며 생존법을 깨우쳤다. 2023년 14승 투수가 되면서 팀의 통합 우승과 함께 날아올랐다. 2024년도 10승을 찍었다. 올해도 3경기 3승이다. 돌아보면 2023년 31세의 나이로 야구에 대한 어떤 깨달음을 얻은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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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게 흘러온 10년이 결코 허송세월이 아니었다. 임찬규는 그 10년 동안 51승을 차곡차곡 담았다. 산전수전 겪으면서 이제 명실상부 자타공인 '10승 투수' 명함을 팠다. 2023년 이후 거둬들인 27승을 더하면 벌써 통산 78승이다.
'100승 고지'가 어느새 가시권이다. 올해 33세인 임찬규는 이제 전성기에 접어들었다. 관리만 잘하면 앞으로 4~5년은 거뜬하다. 100승은 물론 120승도 넘볼 수 있다. '대기만성' 임찬규의 그릇이 과연 얼마나 더 커질지 관심을 모은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