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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10명에게만 허락된 대기록, 전혀 몰랐다는 황당 시츄에이션 "기념구? 아무 공이나, 하하"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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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4-11 12:50 | 최종수정 2025-04-11 14:07


역대 10명에게만 허락된 대기록, 전혀 몰랐다는 황당 시츄에이션 "기념구…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키움전. 7회말 2사 1루에서 김건희를 2루 땅볼로 처리한 임찬규가 치아를 뽐내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4.10/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아무 공이나 기념으로 가져갈까요."

KBO리그 역대 10번째 대기록을 세우고도, 자신이 뭘 했는지 몰랐다. 알고 나니, 정말 대단한 기록이었다.

LG 트윈스 임찬규의 기세가 팀 성적만큼이나 무섭다. 임찬규는 1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 7이닝 1실점 역투로 시즌 3승째를 챙겼다. 시즌 첫 등판인 한화 이글스전 완봉승에, 강팀 KT 위즈전 승리에 이어 3경기 선발 출전 3전승이다. LG도 개막 후 12승2패 압도적인 성적으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이날 임찬규 피칭의 하이라이트는 4회였다. 키움의 중심 타선인 2, 3, 4번 푸이그, 이주형, 박주홍을 3삼진으로 처리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삼진 3개로 이닝을 끝냈구나 싶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그냥 삼진 3개가 아니었다. 세 타자 모두 3구 삼진이었다. 공 9개, 삼진 3개로 한 이닝을 끝낸 것이다. 이를 야구계에서는 무결점 이닝이라고 부른다.


역대 10명에게만 허락된 대기록, 전혀 몰랐다는 황당 시츄에이션 "기념구…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키움전. 임찬규가 4회초 공 9개로 세 타자를 연속 삼진아웃시키며 이닝을 끝내자 손주영 등 동료들이 환호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4.10/
언뜻 보면 되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지만 되게 어려운 일이다. 세 타자를 삼진으로만 돌려세우는 것도 힘든데, 그것도 볼 1개 없이 3구 삼진이라. 구위, 제구, 수싸움에서 상대를 모두 압도해야 가능한 업적이다. 그러니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9번밖에 나오지 않은 기록이다. LG 구단 역사상은 최초다.

그런데 임찬규는 4회 끝나고 자신이 이런 대기록을 세운지 전혀 몰랐다고. 임찬규는 "나도 그렇고 포수 (박)동원이형도 몰랐다"고 말하며 웃었다.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투수 손주영이 와서 얘기를 해줬다고. 임찬규는 "그 얘기를 들으니 갑자기 신경이 쓰여 5회말 선두타자를 삼진으로 잡지 못했다"고 밝혔다.


혹시 기념구는 챙기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임찬규는 "알았으면 챙겼을텐데 전혀 몰랐다. 여기 있는 공 아무거나 가져가면 기념구"라고 유쾌하게 답했다.

이날도 완봉, 완투 페이스였는데 80개 7이닝으로 이닝을 끝마친 것에 대해 "전혀 욕심 없다. 감독, 코치님께서 정해주시는데로 한다. 마운드에서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할 뿐이다. 선발 투수로서 개인 기록보다, 길게 꾸준히 던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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