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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기립 박수 치는데...주인공만 몰랐던 진기록 [고척 현장]

정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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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4-11 13:02 | 최종수정 2025-04-11 13:40


전원 기립 박수 치는데...주인공만 몰랐던 진기록 [고척 현장]
임찬규는 몰랐지만, 더그아웃의 모든 선수들이 환호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고척=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4회에 마운드에 오른 선발 투수가 단 9개의 공으로 세 타자를 모두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 순간 더그아웃에서 지켜보던 동료 선수들이 모두 기립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당사자는 무덤덤. 기록을 세운 줄도 몰랐다.

LG 트윈스 임찬규가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시즌 3승과 함께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전원 기립 박수 치는데...주인공만 몰랐던 진기록 [고척 현장]
남들이 보기에 쉽게 공을 던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임찬규는 "중간에 커브로 완급 조절을 하지만, 정말 힘들게 던진다. 그렇게 쉽게 사는 인생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이날 임찬규는 최고구속 144km의 직구와 최저 97km의 커브, 126~128km의 체인지업으로 키움 타선을 요리했다. 5회까지 매 이닝을 10구 이내로 끝낼 정도로 완벽한 투구였다.

특히 4회에는 푸이그, 이주형, 박주홍을 모두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KBO리그 역대 10번째이자 LG구단 최초의 값진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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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삼진 3개를 잡았다고 생각한 임찬규의 덤덤한 뒷모습과 동료들의 환호하는 모습이 대조적.
손주영, 에르난데스 등 더그아웃에서 지켜보던 투수들이 일제히 환호하며 일어섰다. 특히 8일 경기에서 3승을 거둔 손주영이 입을 크게 벌리며 감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정작 임찬규 본인은 몰랐다.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임찬규는 "그냥 삼진 3개를 잡았다고만 생각했는데, 손주영이 기록이라고 말해줘서 알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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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의미를 몰랐던 임찬규는 기념구도 챙기지 못했다. 경기 후 인터뷰 도중 임찬규는 "그냥 여기있는 공 아무거나 챙겨가야 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5회까지 단 45개의 공으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임찬규가 6회 선두타자 김건희에게 솔로포를 허용했다. 이후 2사 1, 3루 위기에서 박주홍을 삼진으로 잡으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차분하게 투구를 이어간 임찬규가 표효한 단 한 번의 순간이다.


전원 기립 박수 치는데...주인공만 몰랐던 진기록 [고척 현장]
'결자해지' 전 타석에서 홈런을 허용한 김건희를 2루 땅볼로 처리한 임찬규가 치아를 뽐내고 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임찬규는 2사 1루에서 김건희를 다시 상대했다. 6구까지 가는 승부끝에 2루수 땅볼 아웃. 임찬규가 보란 듯이 턱을 치켜들고 치아를 앙다물었다.

2023시즌 14승, 지난해 10승을 올린 서른 세살의 투수조장 임찬규가 올해 벌써 3승을 거뒀다. 시즌 첫 선발 등판인 3월 26일 한화전에서는 생애 첫 완봉승의 감격을 맛보기도 했다.

전날 에르난데스의 부진을 말끔히 털어낸 임찬규의 호투. 평균자책점 0.83의 베테랑이 LG 투수진을 맨 앞에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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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스러운 눈으로 임찬규를 바라보는 손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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