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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군복무를 마친 뒤 직구에 불이 붙었다. '선발 왕국' KIA 타이거즈의 희망으로 떠오른 이유다.
KIA 타이거즈 김도현(25)은 올시즌 치열한 경쟁 끝에 5선발 한자리를 따냈다. 하지만 막상 개막하고 보니 3경기 평균자책점 1.56의 호성적을 내고 있다.
신일고 출신 김도현은 2019년 2차 4라운드(전체 33번)으로 한화 이글스를 통해 프로에 입문했다.
입단 첫해(9경기)부터 선발로 조금씩 기회를 얻었다. 당시만 해도 제구는 좋지만. 직구는 140㎞ 남짓으로 빠르지 않은 투수였다.
'매직 커브'라는 찬사도 있었지만, 한화에서의 3년여 동안 겪은 프로의 벽은 만만찮았다. 아무리 제구가 좋아도, 느린 공 일색의 피칭은 홈런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2022년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되면서 인생 2막이 열렸다. 군복무를 마친 뒤 지난해 5월부터 1군 무대에서 기회를 얻기 시작했다. 35경기(선발 10) 75이닝을 소화하며 4승6패 3홀드, 평균자책점 4.92를 기록하며 이범호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한국시리즈에서도 5차전에서 2⅓이닝 노히트라는 맹활약을 펼치며 분위기 좋던 삼성 타선을 제압, KIA 우승에 일익을 담당했다.
올해는 일약 선발 한자리를 꿰찬 것. 3월 27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이어 4월 2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6이닝 2실점, 8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5⅓이닝 2실점(1자책)으로 3연속 호투 행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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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직 승이 없다. 이범호 KIA 감독도 "쉽게쉽게 잘 던지고 있는데, 승운이 따르지 않아 아쉽다"고 언급할 정도. 그래도 "작년에 큰 경기를 던져봐서 그런지 위기 관리도 잘하고, 군대도 다녀왔고 연차도 쌓이면서 힘이 붙었다. 일단 던지고 싶은 곳에 던질줄 아는 투수"라고 칭찬했다.
체력 면에서도 100구 소화도 문제없을 만큼 탄탄하게 몸을 가꿨다. 아직까진 '장타 한방'이 염려된다는 이미지가 남아있지만. 김도현의 가장 큰 반전이 여기다.
한화 시절 최고 142~143㎞에 그치던 직구가 KIA에선 150㎞를 넘나든다. 롯데전에선 최고 151㎞까지 나왔다. 구속이 올라오자 구위도 붙었다. 3경기에서 18개의 안타를 허용했지만, 아직 홈런은 단 한개도 없다. 이정호 KIA 2군 투수코치가 "올라가야하는데 자리가 없다. 1군에서 무조건 힘이 될 투수"로 꼽았다는 후문이 빈말이 아니다.
개인 최고의 시즌 스타트. 2022년 김이환에서 김도현으로 개명한 이래 좋아진 흐름이 빛을 발하고 있다. 김도현은 "팀에 보탬이 되고 있어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화 시절 대비 직구 구속이 크게 증가한 이유는 뭘까. 군대에서 취사병으로 복무하며 체계적으로 몸을 관리한게 도움이 됐다. 김도현은 "러닝을 꾸준히 했고, 투구 메커니즘 같은 걸 연구하면서 확신이 생겼다. 꼭 구속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기보단 투구 밸런스가 잡히고 자신감이 붙으면서 자연스럽게 구속이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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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 변화구는 여전히 커브다. 하지만 한화 시절 던지던 각도 큰 느린 커브가 아니라 좀더 힘이 실린 빠른 커브다. 카운트 잡을 때도 쓰고, 결정구로도 던질 만큼 자신감이 있다. 무엇보다 타자의 안색을 살피고,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할 만큼 여유가 생겼다.
3번째 등판이었던 롯데전에 대해서는 "내 공이 지금 좋은데 자꾸 안타를 맞으니까 기분이 상했다. 그만큼 컨디션이 좋고 자신감이 넘친다고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운이 좋았다"고 돌아봤다.
"선발이 아직 내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경쟁상대도 있지 않나. 항상 경쟁중이라는 마음으로 임해야 앞으로도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선발투수로 팬분들을 만나고 싶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