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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15일 잠실 삼성-LG전에서 가장 주목 받은 선수는 LG의 선발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였다.
그런데 7회초 수비 때 갑자기 김진성으로 교체됐다. 6회까지 투구수가 79개로 아직 여유가 있었다. 9회까지는 쉽지 않더라도 기록에 도전할 수는 있는 투구수였는데 갑자기 교체되며 궁금증을 낳았다.
역시 몸에 이상이 생겼다. LG측은 오른쪽 허벅지 앞쪽에 뭉침 증세가 있어 보호차원에서 제외했다고.
에르난데스의 노히트노런은 무산됐지만 LG의 팀 노히트노런은 1이닝만 남았다. 투수 1명이 기록한 노히트 노런보다 팀 노히트 노런이 더 보기 힘든 진기한 기록이다. 이전까지 단 세번밖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
그리고 3-0으로 앞선 9회초 마무리 장현식은 제구가 잘 되지 않았다. 1사후 이재현과 김성윤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했다. 3점차라고 해도 주자가 쌓이는데다 상위 타선으로 이어져 팀 노히트 노런이 아니라 승패가 중요한 상황으로 바뀌고 있었다. 류지혁이 계속 파울을 치며 장현식과 접전을 펼쳤고 풀카운트 승부 끝에 11구에서 승부가 갈렸다. 2루수 정면으로 가는 땅볼. 구본혁이 잡아 유격수 오지환으로 토스했고 1루수 이영빈에게 안정적으로 이어지는 병살타가 되며 3대0 LG의 승리와 함께 역대 4번째 팀 노히트 노런 기록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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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4명의 투수와 호흡을 맞춘 포수 박동원은 이 진귀한 기록을 만든 포수로 남게 됐다.
LG 최경철과 현재윤(2014년 10월 6일 NC전)과 SSG 랜더스 이재원과 이흥련(2022년 4월 2일 NC전), 롯데 손성빈과 정보근(2023년 8월 6일 SSG전) 등이 이전 세번의 팀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포수들. 그러나 포수 혼자 오롯이 투수들과 합작해 기록을 만든 이는 박동원이 처음이다.
박동원은 경기 후 "너무 감사한 일이다. 투수들이 다 같이 도와준 덕분에 대기록을 할 수 있었다. 투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라고 투수들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박동원은 퍼펙트 게임을 생각하고 있었다. "5회가 넘어가면서 예전 켈리 때가 생각났다. 그때부터 더그아웃 분위기가 조금씩 무거워졌다"라고 했다. 켈리는 지난해 6월 25일 잠실 삼성전서 8회까지 퍼펙트 행진을 했다가 9회초 선두 윤정빈에게 안타를 맞고 KBO리그 사상 첫 퍼펙트 게임에 실패했었다. 당시 포수도 박동원이었다. 박동원은 "에르난데스 허벅지가 안좋다고 하더라. 아쉬웠다"라고 했다. 그만큼 에르난데스의 공이 좋았다는 표현.
박동원은 며칠 전 인터뷰 때도 에르난데스의 부활을 확신했었다. 박동원은 "보증된 선수 아닌가. 포스트시즌 때 보지 않았나. 앞으로 27번을 더 던져야 하는데 계속 이렇게만 던지지는 않을 거다"라고말했었다. 그리고 에르난데스는 곧바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이전 부진 때와 이날의 에르난데스는 무엇이 달랐을까. 역시 제구였다. 박동원은 "그전에 안좋았을 땐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컸다. 그러니 타자들이 속지 않았다"면서 "오늘은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았다. 공이 모두 스트라이크 주변에서 형성되니 타자들이 공략하기 힘들 수밖에 없었다. 공은 원래 좋지 않나"라며 에르난데스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번 보였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