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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경기서 31이닝 1실점 괴력투…2010년 류현진 이후 첫 1점대 ERA 도전
선발 등판한 5경기에서 31이닝을 던지면서 단 1점만 줬다.
지난 9일 롯데 자이언츠전 3회에 허용한 점수가 올 시즌 유일한 실점 기록이다.
네일의 올 시즌 평균자책점은 0.29. KBO리그 압도적인 1위다.
네일은 이미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트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내년 시즌에도 네일의 활약상을 보고 싶어하는 KIA 팬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적당히 잘하라'고 주문할 정도다.
16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네일은 팬들의 반응에 "아직 2025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지 않나"라면서 웃은 뒤 호투의 비결을 설명했다.
◇ 투심 패스트볼을 원심 패스트볼로 업그레이드…중지 힘으로 찍어 던진다
네일은 지난 시즌 투심 패스트볼과 스위퍼, 두 가지 구종을 주력으로 던졌다.
투심 패스트볼은 공의 솔기 두 줄에 손가락 검지와 중지를 걸쳐 던지는 변종 직구다.
검지, 중지에 넣는 힘 세기에 따라 각도가 변한다.
변형 슬라이더의 일종인 스위퍼는 수평으로 크게 휘는 변화구로 홈플레이트를 빗자루질(Sweep)하는 것과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변화구다.
MLB에서 주로 불펜으로 뛰었던 네일은 많은 변화구가 필요 없었던 탓에 이 두 가지 구종을 주로 던졌다.
투심은 우타자 기준 몸쪽으로, 스위퍼는 바깥쪽으로 휘어져 공략하기 까다로웠다.
네일은 KBO리그 데뷔 시즌이었던 2024시즌, 투심과 스위퍼로 리그를 평정했으나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미국에 돌아간 뒤 과감하게 주 구종을 바꿨다.
그는 "KBO리그 공인구는 MLB 공인구보다 솔기가 넓어서 미국에서 뛸 때보다 공이 약간 뜨거나 빠지는 경우가 있었다"며 "KBO리그 공인구는 대학 시절 리그에서 썼던 공과 비슷한데, 그때 많이 던졌던 원심 패스트볼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원심 패스트볼은 솔기 1개에 손가락을 걸쳐서 던지는 변화구다.
그는 "원심 패스트볼은 (평평한 면에 걸치는) 중지로 공을 눌러 던질 수 있어서 공 회전수와 구위가 더 좋다"며 "아울러 이 공은 스트라이크 존 낮은 곳에 잘 꽂혀 제구하기에도 편하다"고 말했다.
네일은 올 시즌 선발 등판할 때마다 오른쪽 중지 끝부분에 상처가 난다.
얼마나 강한 손가락 힘으로 공을 찍어누르는지 짐작할 수 있다.
네일은 전날 선발 등판한 탓에 살점이 떨어진 오른손 중지를 보여주면서 "굳은살이 박여서 괜찮다"고 말했다.
◇ 체인지업에 커브까지…구종 늘리며 팔색조 변신
네일은 또 지난 겨울 미국에서 체인지업과 커브 연마에 공을 들였다.
그는 "선발 투수로 활약하기 위해선 일부 구종에 매달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상대 타자의 타격 타이밍을 뺏는 구종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지난 시즌 중반부터 연구했던 '킥 체인지업'과 '슬로우 커브' 훈련에 공들였다"고 밝혔다.
킥 체인지업은 그립을 찍어서 던지는 체인지업의 일종으로 보통 체인지업보다 빠르고 각이 크다.
그는 올 시즌 '제3 구종'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쓰기도 한다.
타자 입장에선 수 싸움이 더욱 복잡해졌다.
KIA 구성원들은 네일이 지난 시즌보다 더 성장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범호 KIA 감독은 "네일은 올 시즌 준비를 상당히 이른 시기에 시작했다"며 "미국에서 주로 불펜 투수로 활약한 탓에 지난 시즌엔 투구 수 70구가 넘어가면 체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는 90구 이상 던지더라도 페이스가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인지업, 커브 등 지난해 잘 던지지 않았던 구종을 섞어 던지면서 체력 안배를 잘하는 것 같다"며 "계속 연구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성적으로 나오는 것"이라고 칭찬했다.
네일은 이제 KBO리그 새 역사를 향해 달려간다.
현재 추세라면 평균자책점 1위는 물론, 꿈의 1점대 평균자책점도 기대해볼 만하다.
KBO리그에서 규정 이닝을 채우고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2010년 류현진(1.82·한화 이글스)이 마지막이었다.
cycl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