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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타수 무안타, 공 맞히지도 못하던 나성범이었는데...통한의 끝내기, 왜 마지막은 체인지업이었을까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5-04-17 23:54 | 최종수정 2025-04-18 01:07


10타수 무안타, 공 맞히지도 못하던 나성범이었는데...통한의 끝내기, …
17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KIA전. 9회말 2사 만루 나성범이 끝내기 적시타를 친 후 환호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4.17/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왜 체인지업이었을까.

KT 위즈와 박영현에게 체인지업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구종일 수밖에 없다. 무슨 얘기냐.

2023 시즌 한국시리즈. KT는 플레이오프 죽다 살아났다. NC 다이노스에 첫 2경기를 내줬다 리버스 스윕으로 겨우 올라왔다. 하지만 체력은 바닥. 그래서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LG 트윈스의 쉬운 우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1차전 KT가 고영표의 호투와 손동현, 박영현 철벽 불펜을 앞세워 3대2로 이겨버렸다.

2차전 LG는 벼랑끝에 몰렸다. 선발 최원태가 긴장한 듯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넣지 못하며 흔들렸고, KT가 1회에만 4점을 내며 승기를 잡았다. 아무리 KT가 힘들어도 2차전까지 잡았다고 생각해보자. 3차전 홈으로 가고, 선발이 'LG 킬러' 벤자민이었다. LG가 포기하는 흐름으로 갔을 뻔 했다.


10타수 무안타, 공 맞히지도 못하던 나성범이었는데...통한의 끝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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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승부는 공 하나에 향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LG가 3-4로 추격한 8회. 1사 2루 상황서 타석에는 박동원. 박영현은 초구로 체인지업을 선택했다. 박영현의 주무기는 직구인 걸 모든 사람들이 다 안다. 박영현-장성우 배터리는 이를 역으로 이용하려는 듯 보였다. 초구 카운트를 잡고 가겠다는 것. 하지만 체인지업이 너무 밋밋하게 밀려 들어갔다. 그것도 한가운데로. 체인지업을 노리지는 않았을 듯. 하지만 너무 밋밋한 실투가 박동원 스윙 궤적에 완벽히 맞아들어갔다. 역전 투런. 이 홈런으로 LG가 기사회생했고, 그 해 한국시리즈는 LG가 가져갔다. 29년 만의 감격이었다.

KT는 1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KIA 타이거즈에 4대5로 패했다. 4-3으로 앞서던 경기, 9회말 마무리 박영현이 통한의 역전 끝내기 패를 허용했다. 2사 만뤼 위기서 나성범에게 끝내기 2타점 2루타를 얻어맞고 말았다.

만루 위기를 내준 건 그렇다 치더라도, 마지막 나성범과의 승부 구종 선택이 두고두고 아쉬웠을 듯. 그래서 2023 시즌 한국시리즈 얘기를 한 것이다.


10타수 무안타, 공 맞히지도 못하던 나성범이었는데...통한의 끝내기, …
17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KIA전. 9회말 박영현이 투구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4.17/

박영현은 나성범을 맞이해 연속 5개의 직구를 던졌다. 나성범이 제대로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집념으로 커트 커트를 해내 풀카운트까지 갔다.

나성범은 이 타석에 들어서기 전, KT와의 주중 시리즈 10타수 무안타를 기록중이었다. 전문 야구인이 아니어도, 나성범의 타격감이 바닥인 건 그냥 알 수 있었다. 어떤 구종에도 반응이 늦었다. 특히 빠른 직구에 전혀 대처가 되지 않았다.


10타수 무안타, 공 맞히지도 못하던 나성범이었는데...통한의 끝내기, …
16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KIA전. KT가 3대0으로 승리했다. 마무리 박영현이 장성우 포수와 악수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4.16/
산전수전 다 겪은 포수 장성우가 이를 모를리 없었다. 그러니 나성범을 상대로 계속 직구 승부를 끌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풀카운트 부담 때문이었을까. 그래도 나성범이니 직구를 던졌다 장타를 맞을 걸 걱정했을까. 체인지업은 맞더라도 희생플라이라는 생각을 했을까. 아니면 힘이 들어간 박영현이 직구를 던진다면 밀어내기 볼넷이 될 것임을 직감하고 있었던 것일까. 또 아니면 나성범이 직구를 노릴 거라는 100% 확신에 역으로 들어갔더 것일까. 절체절명의 상황에 너무 머리를 쓰려했던 것일까. 마지막 승부구는 체인지업이었다. 그런데 한국시리즈 박동원 때와 똑같았다. 밋밋한 체인지업이 한가운데로 밀려들어갔다. 나성범의 방망이에 완벽히 얻어걸렸다.


10타수 무안타, 공 맞히지도 못하던 나성범이었는데...통한의 끝내기, …
17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KIA전. 9회말 2사 만루 나성범의 끝내기 적시타로 KIA가 5대4 역전승을 거뒀다. 나성범이 위즈덤, 네일 등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4.17/
나성범이 체인지업을 노려 친거라면 덜 억울했겠지만, 나성범은 경기 후 박영현은 직구가 상징이기에, 직구를 생각하다 실투가 들어와 대처가 가능했던 상황이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차라리 150km 한가운데 직구 승부를 했다면, 미련은 남지 않았을 것 같은 순간. 결과론이다. 박영현, 장성우, 이강철 감독은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할 밤이 됐을 것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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