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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가을야구를 치르는 듯한 비장함이었다.
최고 150㎞ 속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전력으로 뿌리며 LG 강타선을 잠재웠다.
원태인은 5-1로 앞선 6회말 선두 타자 문보경을 범타 처리한 뒤 왼쪽 허리 아래 둔부 쪽에 불편함을 호소하며 삼성 벤치를 순간 긴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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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원태인도 평소와 다른 절체절명의 간절함을 품고 마운드에 섰다.
"저희 분위기도 너무 안 좋았고, LG 타선이 너무 센 걸 스스로 인정하고 들어갔기 때문에 카운트 잡는 공 없이 사실 초구부터 무조건 결정구라고 생각을 하고 한 점도 안 주겠다는 그런 마인드로 올라갔습니다. 3회 해민이 형한테 슬라이더로 카운트 잡으러 들어가다가 장타를 허용을 하고 선취점을 뺏겼던 게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제가 경기 전에 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는데 한순간 집중력 저하로 선취점을 뺏겼다는 게 스스로 화가 나서 그 뒤로 좀 더 집중해서 피칭을 했던 게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플레이오프도 해봤고, 한국시리즈도 던져봤지만 저희가 한 시즌을 풀어나가는데 정말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 그런 경기가 오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롯데와의 클래식 시리즈라는 큰 이벤트 경기를 앞두고 저희가 원정 4연패 중이었는데 무조건 끊고 가야겠다라는 생각이 있었어서 정말 포스트시즌 치르듯 매구매구 최선을 다해서 던졌던 게 오늘 정말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생각을 합니다."
어떤 비장한 마인드로 경기에 임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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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역전에 성공한 직후인 4회말 1사 1루. 전날 경기에서 멀티홈런을 날리며 최고의 타격감을 자랑하던 박동원이 147㎞ 몸쪽 높은 직구를 강타했다. 원태인이 뒤도 돌아보지 않을 정도의 홈런성 타구. 하지만 좌익수 구자욱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펜스 앞에서 점프캐치를 하며 에이스를 구했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원태인이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했다. 만약 홈런이 됐다면 다시 2-3 리드를 빼앗길 수 있었던 절체절명의 순간. 잠실은 넓었고, 구자욱은 집중했다.
"관중석 중간 정도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라팍을 쓰는 투수로서 솔직히 그 타구는 라팍이였으면 사람들 지나다니는 길가에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웃음) 그래서 안 쳐다봤어요. 맞자마자 아 무조건 넘어갔겠구나라고 생각을 하고 안 봤었고, 함성 소리도 너무 크길래 넘어갔구나라고 생각을 하고 돌아봤더니 주자가 귀루하고 있고 공이 오고 있길래 민호 형을 봤더니 안 넘어갔다고 하시더라고요. 잠실이 좋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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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박진만 감독은 "연패를 끊는 에이스의 역할을 역시 원태인이 해줬다. 평소보다 부담이 많았을텐데, 페이스 흐트러짐이 없이 본인 공을 잘 던졌다"고 박수를 보냈다. 에이스의 투혼이 바꿔놓은 흐름. 올시즌 중요한 변곡점이 될 지도 모르겠다.
삼성은 대구로 옮겨 주말 롯데와의 클래식시리즈에 이어 다음 주중 KIA와 홈 3연전을 펼친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