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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팍이면 길가에 떨어졌을 것, 잠실이 좋다" 4연패 팀 구한 에이스의 안도, "난 안볼란다"[잠실인터뷰]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5-04-18 06:56


"라팍이면 길가에 떨어졌을 것, 잠실이 좋다" 4연패 팀 구한 에이스의 …
17일 LG전에서 팀의 4연패를 끊고 2승째를 달성한 원태인. 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가을야구를 치르는 듯한 비장함이었다.

삼성 라이온즈 에이스 원태인이 에이스 다운 위엄으로 수렁에 빠진 팀을 구했다.

원태인은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전에 선발등판, 6이닝 동안 5안타 4사구 2개 3탈삼진 1실점의 눈부신 호투로 6대3 승리를 이끌며 팀을 5연패와 LG전 스윕패 위기에서 구했다. 시즌 2승째.

최고 150㎞ 속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전력으로 뿌리며 LG 강타선을 잠재웠다.

원태인은 5-1로 앞선 6회말 선두 타자 문보경을 범타 처리한 뒤 왼쪽 허리 아래 둔부 쪽에 불편함을 호소하며 삼성 벤치를 순간 긴장하게 했다.
"라팍이면 길가에 떨어졌을 것, 잠실이 좋다" 4연패 팀 구한 에이스의 …
1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 삼성의 경기, 6회말 삼성 원태인이 투구 중 몸의 이상을 느낀 뒤 몸을 풀어보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4.17/
잠시 경기가 중단됐고, 트레이너 체크 후 다시 마운드에 오른 원태인은 박동원을 이날 최고 구속인 150㎞ 속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는 투혼 속에 건재함을 알렸다. 2사 후 송찬의에게 2루타를 허용했지만 이주현을 삼진 처리하고 포효했다. 원태인은 "좀 세게 던지려다 근육이 살짝 올라왔지만 다행히 곧 가라앉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4연패로 +4를 다 까먹고 5할승률로 내려앉은 최악의 팀 분위기. 에이스의 지킴이 역할이 필요했다.

그만큼 원태인도 평소와 다른 절체절명의 간절함을 품고 마운드에 섰다.

"저희 분위기도 너무 안 좋았고, LG 타선이 너무 센 걸 스스로 인정하고 들어갔기 때문에 카운트 잡는 공 없이 사실 초구부터 무조건 결정구라고 생각을 하고 한 점도 안 주겠다는 그런 마인드로 올라갔습니다. 3회 해민이 형한테 슬라이더로 카운트 잡으러 들어가다가 장타를 허용을 하고 선취점을 뺏겼던 게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제가 경기 전에 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는데 한순간 집중력 저하로 선취점을 뺏겼다는 게 스스로 화가 나서 그 뒤로 좀 더 집중해서 피칭을 했던 게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플레이오프도 해봤고, 한국시리즈도 던져봤지만 저희가 한 시즌을 풀어나가는데 정말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 그런 경기가 오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롯데와의 클래식 시리즈라는 큰 이벤트 경기를 앞두고 저희가 원정 4연패 중이었는데 무조건 끊고 가야겠다라는 생각이 있었어서 정말 포스트시즌 치르듯 매구매구 최선을 다해서 던졌던 게 오늘 정말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생각을 합니다."


어떤 비장한 마인드로 경기에 임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


"라팍이면 길가에 떨어졌을 것, 잠실이 좋다" 4연패 팀 구한 에이스의 …
1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 삼성의 경기, 5회말 2사 1,3루 삼성 원태인이 LG 오지환을 1루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친 후 미소짓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4.17/

"라팍이면 길가에 떨어졌을 것, 잠실이 좋다" 4연패 팀 구한 에이스의 …
1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 삼성의 경기, 4회말 1사 1루 삼성 원태인이 LG 박동원의 큼지막한 타구를 호수비로 잡아낸 구자욱에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4.17/
가슴 철렁한 순간도 있었다.

2-1 역전에 성공한 직후인 4회말 1사 1루. 전날 경기에서 멀티홈런을 날리며 최고의 타격감을 자랑하던 박동원이 147㎞ 몸쪽 높은 직구를 강타했다. 원태인이 뒤도 돌아보지 않을 정도의 홈런성 타구. 하지만 좌익수 구자욱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펜스 앞에서 점프캐치를 하며 에이스를 구했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원태인이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했다. 만약 홈런이 됐다면 다시 2-3 리드를 빼앗길 수 있었던 절체절명의 순간. 잠실은 넓었고, 구자욱은 집중했다.

"관중석 중간 정도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라팍을 쓰는 투수로서 솔직히 그 타구는 라팍이였으면 사람들 지나다니는 길가에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웃음) 그래서 안 쳐다봤어요. 맞자마자 아 무조건 넘어갔겠구나라고 생각을 하고 안 봤었고, 함성 소리도 너무 크길래 넘어갔구나라고 생각을 하고 돌아봤더니 주자가 귀루하고 있고 공이 오고 있길래 민호 형을 봤더니 안 넘어갔다고 하시더라고요. 잠실이 좋긴 하네요."


"라팍이면 길가에 떨어졌을 것, 잠실이 좋다" 4연패 팀 구한 에이스의 …
1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 삼성의 경기, 삼성이 6대3으로 승리했다. 경기가 종료되자 더그아웃에서 환호하는 원태인과 삼성 선수들의 모습.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4.17/

"라팍이면 길가에 떨어졌을 것, 잠실이 좋다" 4연패 팀 구한 에이스의 …
1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 삼성의 경기, 삼성 선발투수 원태인이 역투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4.17/
팀을 구한 에이스의 혼신의 88구 역투. 타선도 장단 10안타로 화답하면서 4연패를 끊었다. 대구를 향하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연패를 끊는 에이스의 역할을 역시 원태인이 해줬다. 평소보다 부담이 많았을텐데, 페이스 흐트러짐이 없이 본인 공을 잘 던졌다"고 박수를 보냈다. 에이스의 투혼이 바꿔놓은 흐름. 올시즌 중요한 변곡점이 될 지도 모르겠다.

삼성은 대구로 옮겨 주말 롯데와의 클래식시리즈에 이어 다음 주중 KIA와 홈 3연전을 펼친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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