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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서 우천 취소 못한다, 감독들 성토 "더블헤더 올해는 대체 왜?"[현장 리포트]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5-04-19 19:45 | 최종수정 2025-04-20 03:10


무서워서 우천 취소 못한다, 감독들 성토 "더블헤더 올해는 대체 왜?"[…
1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SSG와 LG의 경기. 1회초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빗줄기에 우천 중단되고 있는 경기.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4.19/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더블헤더를 할거면, 개막을 빨리 할 필요가 없지 않았나요?"

빠른 개막과 더블헤더의 부담감 사이, 현장에서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KBO는 올해 4월 18일부터 금,토 경기가 취소될 경우 더블헤더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더 앞당겨서 시행할 예정이었는데, 창원 관중 사고 이후 안전 관리 강화를 위해 4월 13일 이후로 미뤘다.

금요일 경기가 취소되면 토요일에 더블헤더를, 토요일 경기가 취소되면 일요일에 더블헤더가 편성된다. 팀당 1주일에 한경기 씩만 편성이 가능하다. 단, 혹서기인 6~8월에는 더블헤더를 편성하지 않는다.


무서워서 우천 취소 못한다, 감독들 성토 "더블헤더 올해는 대체 왜?"[…
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KIA-LG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됐다. 전광판에 우천 취소에 대한 안내가 나타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5.04.05/
현장에서는 더블헤더에 대한 두려움이 엄청나게 크다. 성적이 좋은 팀도, 좋지 않은 팀도 같은 입장이다. 부상 선수나 완전체 전력이 아닌 팀도 그렇고, 심지어는 주전들이 탄탄한 상위권팀들도 더블헤더만큼은 피하고싶어 한다. 하루에 18이닝, 최소 6시간 이상을 경기를 해야하는 자체가 체력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매우 크다.

특히 마운드 운용이 어렵다. 불펜 투수들 경우 하루에 2경기에 등판하는 드문 경우까지 나올 수 있다. 아무리 더블헤더라도 일단 이기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토요일인 19일 인천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 오전부터 비가 내렸다. 현장에서의 화두는 단연 더블헤더였다. 경기가 우천 순연되거나, 노게임이 되면 일요일인 20일에 더블헤더를 해야한다는 부담감이 크게 작용했다.


무서워서 우천 취소 못한다, 감독들 성토 "더블헤더 올해는 대체 왜?"[…
1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SSG와 LG의 경기. 4회초 우천으로 경기를 중단됐다. 그라운드 정비를 하고 있는 경기장 진행 요원들.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4.19/
KBO가 더블헤더를 부활한 이유는 있었다. 기후 이변으로 한국의 날씨가 예측 불가인데다, 갑작스러운 스콜성 비 때문에 취소되는 경기도 늘었고, 미세먼지 취소, 한파 취소 등 각양각색 취소 경기들이 예전보다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취소 경기가 늘어난만큼 정규 시즌 일정이 길어지고, 포스트시즌 일정이 뒤로 밀리면 여러 문제들이 생긴다. 아시안게임이나 프리미어12, APBC 같이 시즌 종료 후 열리는 국제 대회 준비에도 차질이 생기고, 추운 날씨 때문에 야외 구장에서 부상 위험이 커진다는 변수도 생긴다. 가능한 정해진 기한 안에 시즌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다.


다만, 현장에서는 올해 만큼은 굳이 더블헤더를 시행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게 중론이다.

올해 KBO리그는 미국, 일본, 대만보다도 빠른 3월 22일에 정규 시즌 개막전을 치렀다. 여기에 올해는 특별한 국제 대회 이벤트도 없다. 11월 15일과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대표팀 평가전이 잡히긴 했지만, 이는 일정 편성 후에 잡힌 일정이고 단순 평가전인만큼 성격이 다르다.


무서워서 우천 취소 못한다, 감독들 성토 "더블헤더 올해는 대체 왜?"[…
1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SSG와 LG의 경기. 4회초 우천으로 경기를 중단됐다. 2루 주자 박해민.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4.19/
올 시즌 개막이 유독 빨랐고, 올해만큼은 더블헤더를 치르지 않도록 KBO가 조치했어야 하지 않냐는 게 여러 감독들의 의견이다.

A 감독은 "다른 때보다 일주일 빨리 시즌을 시작했고, 올해 국제 대회도 없는데 더블헤더를 해야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것 때문에 우천 순연이 서로 부담스러워진 것 아닌가"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B 감독도 "주말 경기는 팬분들도 많이 오신다. 더블헤더를 하면, 흥행면에서도 사실상 한 경기는 버리는 셈이다. 관중들에게 질 좋은 경기를 보여드려야 한다. 비 예보가 확실한 날은 차라리 빨리 결정하고, 나중에 좋은 날씨에서 제대로 경기를 보시는 게 더 나은 선택 아닌가. 그래야 천만 관중도 계속 가져갈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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