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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하늘이 내린 재능을 지닌 사람을 '천재(天才)'라고 한다. 이렇게 비범한 재능을 타고난 인물들은 뭘 해도 주목받는다.
이정후는 2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LA에인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3번 중견수 선발 출전했으나 5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팀도 4대5로 역전패했다.
보통 이렇게 잘 나가던 타자가 5타수 무안타로 침묵할 경우, 타격 부진에 대한 비판점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정후는 예외였다.
그러나 이날 에인절스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너무나 뛰어났다. 7회초에는 상대 투수의 체인지업을 유연하게 밀어쳐 좌익선상으로 타구를 날렸다. 제대로 맞아 안타 또는 2루타가 충분해보였다. 그러나 에인절스 좌익수 타일러 워드가 몸을 날려 타구를 잡아냈다. 주간 명장면에 나올 법한 수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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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잘 맞은 타구라도 상대 수비가 잡아내면 소용이 없다. 이정후는 이날 타석에서는 운이 없었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이런 경기는 빈번하게 나온다. 일류 선수는 이런 불운 앞에 좌절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정후는 그냥 '일류 선수'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타석에서 막히자 수비에서 슈퍼 캐치를 보여주며 스타성과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타석에서 부진하면 수비에서도 엇박자를 내는 선수도 있는데, 이정후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계속 안타를 치지 못하던 이정후는 6회말에 슈퍼 캐치 하나로 경기장 분위기를 바꿨다. 샌프란시스코가 3-1로 앞선 6회말 LA에인절스 선두타자 루이스 랜히포가 나왔다. 샌프란시스코 투수는 저스틴 벌렌더.
랜히포가 친 타구가 내야를 넘어 중견수 앞쪽으로 짧게 떨어졌다. 평범한 중견수라면 달려오다가 멈춰서 원바운드로 타구를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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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중계진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벌랜더가 오른팔을 들어 올리며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있네요. 이 타구는 정말 총알처럼 날아갔습니다. 타구 궤적, 이정후의 반응 속도 좀 보세요. 이런 타구를 잡으려면 진짜 완벽하게 타이밍을 맞춰야 하거든요. 이걸 이정후가 제대로 해냅니다. 벌랜더 반응 좀 보세요. 와! 놀랍습니다. 대단해요"
이정후가 이날 5타수 무안타에 그쳤다는 사실은 이 슈퍼 플레이로 사람들의 뇌리 속에 지워졌다. 슈퍼스타의 아우라가 만들어내는 착시효과였다. 타고난 스타성은 어떤 식으로든 드러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