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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마흔 둘에, 잠실 백스크린을 때려버리면 어쩌란말인가 "사실 4번 치면 좋기는 한데..."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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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4-22 10:39 | 최종수정 2025-04-22 11:07


나이 마흔 둘에, 잠실 백스크린을 때려버리면 어쩌란말인가 "사실 4번 치…
1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KIA의 경기, 4회초 KIA 최형우가 동점 솔로홈런을 치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4.19/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4번 좋기는 하죠. 그런데..."

결국은 최형우다.

KIA 타이거즈는 지난해 통합 우승을 이끈 소크라테스와의 이별을 선택했다. 막강한 타선을 자랑하지만, 찬스에서 장타를 펑펑 때려주는 거포 이미지의 선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데려온 선수가 위즈덤. 8개 홈런으로 1등이다. 이렇게만 보면 성공인 것 같은데, 타율 2할5푼. 그렇게 나쁘지 않지만 '모 아니면 도'의 느낌이 강하다. 걸리면 넘어가는데, 떨어지는 공에 약점이 있다. 믿고 '고정 4번'으로 밀고 나가기가 힘들다.

그러니 또 최형우를 찾을 수밖에 없다. 벌써 42세인데, 통합 우승팀의 4번을 친다. 위즈덤이 초반 부진할 때부터 시작해, 올시즌 대부분 4번으로 나갔다. 임팩트도 강력하다. 19일 두산 베어스전 4번으로 선발출전, 강력한 맞바람을 뚫고 잠실 백스크린을 넘겼다. 이 홈런으로 동점이 됐고, 경기 흐름이 KIA쪽으로 넘어오며 이길 수 있었다. 20일 두산전은 위즈덤과 자리를 바꿔 5번으로 나갔는데, 결승타를 쳐버렸다.


나이 마흔 둘에, 잠실 백스크린을 때려버리면 어쩌란말인가 "사실 4번 치…
1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KIA의 경기, 4회초 KIA 최형우가 동점 솔로홈런을 치고 위즈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4.19/
KIA가 풀어야 하는 숙제다. 최형우가 잘하는 것도 있지만, 최형우를 대신할 젊고 능력 있는 타자들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최형우 본인은 줄기차게 '6번론'을 주장했다. 늙은(?) 자신이 6번 정도에서 받치는 역할을 하는 게 팀의 미래를 생각할 때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형우는 "내가 6번을 좋아하는 건 아니고, 팀이 더 발전할 수 있는 쪽을 생각하는 것이다. 솔직히 나도 4번 치면 좋다. 맨날 해온 자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팀을 생각하면 나는 6번으로 내려가고 젊은 선수들이 중심 타선에 들어와야 한다. 그래야 내가 있는 동안 백업을 해주며, 그 선수가 클 것 아닌가. 그런데 내가 계속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후배들이 클 수 없다. 갑자기 4번 자리에 들어가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나이 마흔 둘에, 잠실 백스크린을 때려버리면 어쩌란말인가 "사실 4번 치…
2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KIA 최형우가 몸을 풀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4.02/
KIA는 '절대 1강'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시즌 초반 부진했다. 김도영 등 주축 선수들 줄부상에 울어야 했다. 하지만 김도영도 복귀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하나둘씩 정상 전력이 꾸려지고 있다. 최형우도 감을 잡으며 중요한 타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형우는 "팀 분위기가 안 좋기는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게 지난주부터 살아난 느낌이다. 사실 나는 초반에도 그렇게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LG 트윈스가 잘하기는 하지만, 다른 팀들과는 승차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난리가 났더라.(웃음)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면, 분명히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타격이라는 게 사이클이 있다. 어차피 시즌 중 겪을 일을 미리 겪는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나이 마흔 둘에, 잠실 백스크린을 때려버리면 어쩌란말인가 "사실 4번 치…
22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와 KIA의 개막전, 8회말 1사 만루 KIA 최형우가 역전 2타점 2루타를 치고 환호하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3.22/

김도영이 돌아오면 변우혁을 지명타자로 쓸 때 최형우가 좌익수 수비로 나가야 할 수도 있다.

최형우는 "나는 수비를 나가도 좋다. 감독님께도 나가도 좋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안 내보내시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처음에는 긴장이 돼 조금 힘들어도, 한 번 나가면 그 다음부터는 괜찮다. 그런데 안 내보내신다"고 말해 다시 한 번 웃음을 선사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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