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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기복 없는 안정감의 대명사였던 찰리 반즈(30·롯데 자이언츠)가 심상치 않다.
한국 생활 4년차, 압도적인 에이스는 아님에도 장수 외인의 레벨에 올라섰다. 날카로운 슬라이더라는 확실한 자신만의 무기가 있고, 이를 통해 '좌승사자'로 불릴 만큼 좌타자에 강하다. 매년 큰 부상 없이, 이렇다할 흔들림 없이 한 시즌을 안정적으로 책임져왔다.
그런데 올시즌은 좀 다르다. 경기마다 기복이 심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작년 대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 한화전이 대표적이다. 1회 첫 타자 황영묵이 2루수 실책으로 출루하자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한화 황영묵의 본헤드 플레이로 무사 1,3루를 1사 1,2루로 바꾸는데 성공했지만, 노시환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내줬다.
이어 채은성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1사 만루에서 이진영에게 2타점 적시타, 임종찬에게 적시타, 이재원에게 희생플라이를 잇따라 허용하며 1회에만 5점을 내줬다. 이날 롯데가 뒷심을 보여주고도 결국 4대6으로 패한 것을 감안하면, 반즈의 난조가 결정적 패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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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만이 아니다. 개막전이었던 3월 22일 LG전에서도 3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고, 지난 4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6⅓이닝 6실점(4자책)을 기록했다. 10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도 5회까지 98구를 던지는 고전 끝에 5이닝 3실점으로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물론 KT 위즈전(7이닝 1실점) 키움 히어로즈전(7이닝 2실점) 등 호투한 경기도 있다. 다만 강력한 구위로 압도하기보단 잘 던지는 날과 그렇지 못한 날의 기복이 적은 게 최대 장점인데, 이 부분이 불안해졌다는 게 문제다.
반즈는 2022~2023년에는 공격적인 피칭으로 맞춰잡는 투수의 모습을 보이며 186⅓이닝 12승12패, 170⅓이닝 11승10패를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스타일이 다소 달라졌다. 평균자책점 3.35도 훌륭했지만, 삼진왕 케빈 하트(NC 다이노스)에도 뒤지지 않는 삼진 능력을 뽐냈다. 내전근 부상으로 한달 넘게 빠졌음에도 삼진 부문 3위(171개), 9이닝당 삼진은 2위(10.22개)에 달할 만큼 위력적인 투구를 보여줬다.
올해도 지난 키움전에서 삼진 11개를 잡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장수 외인으로서 리그에 적응하고 발전해가는 과정일까, 스타일의 변화를 주는 과정에서 흔들림이 발생한 걸까.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의 부진일까.
또다른 외국인 투수 터커 데이비슨 역시 과거 김태형 감독이 신뢰했던 더스틴 니퍼트, 아리엘 미란다, 라울 알칸타라 같은 '에이스 계보' 스타일은 아니다. 여기서 반즈마저 흔들리니, 8년만의 가을야구를 노리는 롯데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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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커슨은 지난해 12승8패 평균자책점 3.84를 기록했다. 삼진 부문에서도 167개로 전체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무사사구 완봉승을 기록하는 등 명실상부 에이스의 존재감을 뽐냈다.
올해는 신시내티 레즈 산하의 마이너리그팀 루이빌 배츠에서 뛰고 있다. 올시즌 4경기에 등판해 2승1패 평균자책점 5.89를 기록중이다. 클래식 스탯은 만족스럽진 않다.
다만 18⅓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23개의 삼진을 잡아낸 점이 이채롭다. 9이닝당 삼진이 무려 11.29개. 빅리그는 물론 마이너 커리어를 통틀어 최고 수치다.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에 어필하기 위해 변화를 준 걸까.
큰 틀에서 반즈와 비슷한 스타일이다. 특히 1989년생으로 올해 36세의 나이가 마음에 걸렸다. 롯데는 윌커슨 대신 반즈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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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그룹 후계자 신유열 미래성장실장이 직접 나서 독려할 만큼 가을야구가 절실하다. 현역 최고의 명장이란 찬사 속 롯데 유니폼을 입은 김태형 감독에게도 중요한 시즌이다. 반즈는 롯데에게 희망을 보여줄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