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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맞자마자 홈런이라고 생각했다. (박석민)코치님이 '슬라이더 노려봐' 하셨는데 진짜 슬라이더가 왔다."
경기 후 만난 오명진의 표정은 끓어오르는 기쁨으로 가득했다. 2020년 2차 6라운드(전체 59번)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지 6년차, 지난해까진 1군 타석이 단 8타석에 불과한 철저한 무명 선수였다.
하지만 전민재가 롯데로 떠나면서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전민재와는 2살 차이, 오명진은 "(전)민재 형하고도 진짜 친하다. 성품도 워낙 좋다"면서 "사실 트레이드가 아니었다면 지금 이게 민재형 자리일지도 모른다. 그 책임감을 느낀다. 또 민재형이 가서 잘하니까, 나도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자극이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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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진은 만루포 후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7회말에도 2타점 적시타를 날리며 경기를 마무리짓는 비수까지 책임졌다. 앞서 '시범경기 타격왕(타율 4할7리, 27타수 11안타)'을 차지했지만, 정규시즌에는 좀처럼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채 4월 11일 말소됐다. 하지만 열흘 뒤 돌아온 오명진은 이후 5경기에서 무려 9개의 안타를 치며 타율 5할(18타수 9안타)에 12타점을 몰아치고 있다. 아직 불꽃이 깜빡거리던 모닥불에 비로소 활활 불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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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보다 멘털이 성숙해진 거 같고, 감독님께서 저를 계속 믿어주신 게 컸다. 2군 갈 때도 감독님께서 '네가 해줘야한다. 그래서 지금 보내는 거다' 말씀해주셔서 포기하지 않았다. 이영수 코치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렇게 스윙이 좋은데 왜 스스로를 못 믿냐' 말씀해주셨다. 투수랑 한번 싸워보자 생각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거 같다. 다시는 2군에 가고 싶지 않다."
이번 롯데와의 주말시리즈는 전체로 보면 오명진이 주인공인 것 같다. 첫날 실책도 나오고 부진했다가 둘째날 멀티히트를 치며 회복했고, 마지막날을 인생경기로 장식했다. 오명진은 "5년 동안 갈고닦은 스텝인데 그걸 실수하다니…수비코치님께 죄송했다"면서 "내 실수 이후로 실책이 쏟아졌다. 반성했다. 시즌은 기니까 만회할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게 오늘인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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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실수하고 어제 경기전에 선수단 전체 미팅이 있었다. 김재환 선배님께서 '뒤에 형들 있으니까 너희들은 당당하게 해라. 실수하면 형들이 책임진다'는 얘길 해주신 게 큰 힘이 됐다. 감동적이었다."
오명진은 "오늘 같은 하루는 1년에 거의 없지 않나. 이런 하루를 위해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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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