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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MVP급 '괴물 타자'가 자칫 KBO 무대에서 영구 삭제될 뻔 했다.
디아즈가 홈런(11개), 타점(30개), 장타율(0.681) 부문 1위로 3관왕을 달리고 있다. 3할2푼7리의 타율에 OPS 1.039, 득점권 타율도 3할6푼4리에 달한다. 이대로 쭉 달리면 리그 MVP도 노려볼 수 있는 맹활약.
구자욱 득점 1위(26개), 김성윤 도루 1위(8개), 이재현 볼넷 1위(28개) 등 삼성 타자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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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경기 6홈런, 15타점. 보고도 믿기 힘든 수치다.
홈런만 많이 치는게 아니다. 6경기 멀티히트에 최근 3경기는 모두 3안타 경기였다. 6경기 27타수15안타. 타율이 무려 5할5푼6리에 달한다.
이 모든 괴력이 사령탑의 말 한마디에서 비롯됐다.
지난 19일 삼성 박진만 감독은 훈련 중인 디아즈에게 다가가 넌지시 한마디 던졌다.
"홈런 욕심이 많은 것 같아서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뒤로 연결하면서 풀어나가야 한다"며 "좌중간 쪽에 방향성을 갖고 치면 어떨까"하고 가볍게 조언했다.
디아즈는 천재였다. 찰떡 같이 알아듣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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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결은 무엇이었을까. 허무할 정도로 심플하다. 타자의 기본, 스트라이크 공략이다.
디아즈는 중계 인터뷰에서 "이전 주까지는 모든 공을 다 치려고 했는데, 이제 스트라이크만 치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별히 밀어치겠다는 생각보다 가운데 방향성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커니즘이나 기술적 변화에 대한 질문에 단호하게 "노(No)"라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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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타 팀과 마찬가지로 외인 선수의 갑작스러운 부상이나 한도를 넘은 장기 부진 등에 대비해 늘 대체 외인 리스트를 준비하고 있다. 원론적인 이야기다. '대체 외인 리스트=즉시 교체'로 해석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디아즈가 시즌 초 반짝 활약 이후 한동안 슬럼프가 이어지자 교체 여론이 비등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우타 유망주 1루수 팀 엘코(27)란 대체 외인 후보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KBO리그 활약이 무척 짧았던 디아즈에 대한 근본적 신뢰가 없기 때문에 벌어진 일. 지난해 맥키넌의 대체 외인으로 후반기 부터 투입된 카디네스(현 키움)의 부상과 이로 인해 야기된 태업 논란 속 대체의 대체 외인으로 한국땅을 밟은 선수.
급히 데려온 선수였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일발 장타력과 빼어난 수비력을 인정받았다. 포스트시즌 9경기 5홈런의 괴력으로 확신을 던지며 재계약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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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즈도 마찬가지. 현재의 활화산 같은 폭발력이 시즌 내내 이어질 수는 없다.
다만, 컨디션이 떨어질 때 슬럼프의 깊이와 그 기간을 얼마나 최소화 할 수 있느냐가 '퇴출설 어게인'을 막고, 확신의 외인타자로 거듭나는 길이다. 이를 위해서 "컨디션 안 좋을 때는 뒤로 넘기고 좌중간 방향성을 가져라"는 박진만 감독의 조언을 잊지 않고 새겨둘 필요가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