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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 인터뷰] "세리머니 하다 다칠라", "GG 받으면 알지?" 전민재X정철원, 너와 나, 부산과 롯데, 그리고 두산

이종서 기자

기사입력 2025-04-29 00:26 | 최종수정 2025-04-29 10:10


[동반 인터뷰] "세리머니 하다 다칠라", "GG 받으면 알지?" 전민재…
정철원(왼쪽)-전민재. 이종서 기자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그래도 함께 와서 걱정은 없었죠."

정철원(26)과 전민재(26)는 201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나란히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정철원은 2차 2라운드(20순위)로 지명됐고, 전민재는 두산 신인 야수 중 가장 빠른 순번인 4라운드(40순위)로 입단했다.

지난해 11월 둘은 함께 팀을 옮겼다. 두산과 롯데 자이언츠가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두산은 투수 정철원(26)과 내야수 전민재(26)를 보냈고, 롯데로부터 외야수 김민석(21) 추재현(26) 투수 최우인(23)을 받았다.

정철원과 전민재는 빠르게 롯데의 핵심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28일까지 정철원은 16경기에 출전해 9홀드를 올리며 '필승조'로 활약했다. 전민재는 29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7푼8리 1홈런 10타점 OPS(장타율+출루율) 0.906을 기록했다. 리그 타율 1위다.

긴 호흡으로 봐야 하는 트레이드 결과지만, 롯데는 일단 이들의 활약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정철원과 전민재 모두 "롯데에서 우승 반지를 꼭 끼겠다"며 '자이언츠맨'으로서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같은 나이에 프로 입단부터 새로운 출발까지, '야구 인생'에 남다른 동반자가 된 둘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서로를 소개한다면.

▶전민재(이하 민재) : 철원이는 누구도 가질 수 없는 부러운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정철원(이하 철원) : 민재는 좋은 수비와 강한 어깨와 공격적인 타격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 둘이 처음 본 게 언제인가. '첫 정철원', '첫 전민재'의 기억은.

▶철원 : 고등학교 때 봤다.

▶민재 : 나는 중학교 때 봤다. 송전중학교 정철원을 봤다.

▶철원 : 어? 중학교 어디 나왔나.

▶민재 : 천안북중.

▶철원 : 솔직히 모르겠다.

- 그 때 첫 인상은 어땠나.

▶민재 : 철원이가 신기해서 알게 됐다.

▶철원 : 왜?

▶민재 : 경기하면 막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파이팅을 하고 있더라. (웃음)

- 철원은 민재를 어떻게 알게 됐나.

▶철원 : 경기할 때 수비 좋고, 타격 좋았던 선수였다.

▶민재 : 고등학교 3학년 때 황금사자기에서 봤었다.

▶철원 : 그때 전민재 하나만 조심하면 된다고 했다.(웃음)

- 당시 맞대결 결과는?

▶철원 : 아마도 볼넷이었나.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민재 : 내가 안타 쳤다. 유튜브에 치면 나올 거다. 철원이가 워낙 피지컬이 좋았다. 위에서 내려 찍히는 공에서 위압감이 느껴졌다. 쉽지 않은 투수였다.


[동반 인터뷰] "세리머니 하다 다칠라", "GG 받으면 알지?" 전민재…
두산 베어스 신인 시절 전민재(왼쪽)와 정철원. 스포츠조선DB
- 같은 구단에 입단하고 본 느낌은 달랐을 거 같다.

▶철원 : 워낙 민재가 좋은 선수인 걸 알았다. 군 복무 후 나는 경기도 많이 나가고 자리도 잡았는데, 민재는 워낙 좋은 선수지만 기회를 많이 못 받았다. 그래서 조금 속상하면서 아쉬웠던 친구였다.

▶민재 : 그냥 저대로 키만 컸구나 싶었다. (웃음)

- 군대에 다녀온 뒤인 2022년 정철원 선수가 신인왕을 탔는데 부럽지 않았나.

▶민재 : 철원이가 처음 콜업돼서 1군에 왔을 때 나도 같이 있었다.(2022년5월6일 잠실 KT전) 철원이가 필승조로 무난하게 갈 것 같았다. 시상식 전부터 확정적이라 신인왕 발표 났을 때에는 사실 놀라지는 않았다. 부러운 마음은 있었다.

- 서로에게 배우고 싶은 점 하나를 꼽는다면.

▶철원 : 민재는 좋든 싫든 긴장을 하든 겉으로 티가 많이 안 난다. 무던한 느낌이다. 긴장 하나도 안 할 거 같아서 물어보면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무표정인데 이야기 하다보면 좋아하고 이런 모습이 부럽다.

▶민재 : 나는 철원이가 좋든 안 좋든 똑같은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경기를 하는 게 정말 부럽다. 그건 연습을 해도 안 되는 부분이라 많이 부러웠다.

-훈훈한 분위기인데, 서로 고쳤으면 하는 점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면.

▶철원 : 그런 건 사실 없다.

▶민재 : 그냥 한 마디만 해주고 싶은 게 세리머니 할 때 너무 세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팔 다칠 거 같다.(웃음)

▶철원 : 나는 민재가 정말 잘하는 타자인 걸 알고 있으니까. 그래도 카운트 별로 구종을 조금 바꿔서 노렸으면 좋겠다. (웃음)

▶민재 : 참고하겠다.


[동반 인터뷰] "세리머니 하다 다칠라", "GG 받으면 알지?" 전민재…
전민재(왼쪽)-정철원. 이종서 기자
- 같이 트레이드 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나.

▶철원 : 오히려 걱정을 덜한 거 같다. 친한 사이끼리 같이 가니 든든했다. 또 구단 형들도 너무 잘해줬다. 걱정없이 온 거 같다.

▶민재 : 나도 비슷하다. 혼자 왔으면 걱정도 많이 했을텐데 같은 팀에서 동기인 철원이와 같이 오니 마음이 많이 놓였다.

- 정철원 선수 입장에서는 전민재 선수가 롯데에서 빛을 봐서 좋을 거 같다.

▶철원 : 민재를 오래 알고 있어서 그런데 사실 인터뷰 전에도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사실 지금 방망이가 잘 맞고 있는 건 아니다. 운이 따라주는 부분이 있어서 지금의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민재가 방망이가 더 잘 맞기 시작하면 더 기대해도 좋을 거 같다. 이제 득점권에 주자가 있을 때 민재가 나가면 점수도 많이 들어올 거다. 민재가 해결하는 경기도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 반대로 전민재 선수 입장에서는 정철원 선수가 롯데에 와서도 꾸준하게 잘해서 좋을 거 같다.

▶민재 : 트레이드 됐을 때 철원이는 당연히 잘할 거라고 생각했다.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 이번 트레이드는 어떤 평가를 받고 싶나.

▶철원 : 앞으로 롯데의 유격수와 중간 투수 걱정은 없을 트레이드였으면 좋겠다. 우리는 아직 만으로 26세다. 군대도 다녀왔다. 롯데가 미래를 안 본 건 아니다. 두 팀 모두 윈-윈이었으면 좋겠다.

▶민재 : 맞다. 나만 잘하면 롯데가 정말 좋을 트레이드가 될 거 같다. 그러나 두산이 없었으면 이 자리에 없었다. 윈-윈이 됐으면 좋겠다.


[동반 인터뷰] "세리머니 하다 다칠라", "GG 받으면 알지?" 전민재…
2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두산의 경기, 8회말 2사 롯데 정철원이 두산 김기연을 삼진처리하며 이닝을 마친 후 전민재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

/2025.04.26/
- 둘 다 두산에서 우승 경험이 없다. 롯데도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갈증이 큰 팀인데 함께 주축이 돼서 우승하고 싶은 생각이 강할 거 같다.

▶철원 : 주축이 아니어도 좋다. 이제는 롯데 자이언츠의 일원으로서 정말 롯데가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

▶민재 : 나도 마찬가지다. 롯데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사이에 (우승)반지 한 번 끼는 게 목표다.

- 한국시리즈에서 위기 상황. 정철원 선수가 등판했다. 삼진 잡기, 혹은 전민재 선수의 호수비로 위기 탈출 뭐가 좋은가.

▶철원 : 사실 기분이 좋은 건 삼진이다.

▶민재 : 나 또한 삼진 추천이다.


[동반 인터뷰] "세리머니 하다 다칠라", "GG 받으면 알지?" 전민재…
전민재(왼쪽)-정철원. 이종서 기자
- 두 선수에게 두산 베어스는 어떤 팀으로 남을 거 같나. 또 롯데 자이언츠는 어떤 의미가 될 거 같나.

▶민재 : 두산은 어떻게 보면 나를 키워준 구단이다. 지금 이정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구단이다. 롯데는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해준 곳이다.

▶철원 : 마찬가지다. 두산은 본가와 같은 곳이다. 롯데는 그동안 목표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가을야구에서 가서 우승하는 거라고 했는데 올 시즌 뿐 아니라 한 번의 우승, 한 번의 가을야구로 만족하는 팀이 아닌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으면 좋겠을 그런 곳이다.

- 올 시즌 서로의 목표를 정해 준다면? 달성했을 때 공약도 하나 정해주면 좋을 거 같다.

▶철원 : 반대로 달성하면 '이런 걸 해달라'로 해도 되나. 민재가 유격수로 골든글러브를 받으면 인걸이(정철원 아들) 장난감 정말 좋은 거 하나 사달라.

▶민재 : 골든글러브 받으면 장난감이 뭐냐. 다해줄 수 있다.(웃음) 철원이는 사실 시즌을 완주한다면 좋은 기록이 따라온다고 본다. 한 시즌 다 뛰기만 하면 될 거 같다.

▶철원 : 민재가 고양이를 키우는데 고양이 장난감 좋은 걸 사주겠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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