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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그래도 함께 와서 걱정은 없었죠."
정철원과 전민재는 빠르게 롯데의 핵심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28일까지 정철원은 16경기에 출전해 9홀드를 올리며 '필승조'로 활약했다. 전민재는 29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7푼8리 1홈런 10타점 OPS(장타율+출루율) 0.906을 기록했다. 리그 타율 1위다.
긴 호흡으로 봐야 하는 트레이드 결과지만, 롯데는 일단 이들의 활약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정철원과 전민재 모두 "롯데에서 우승 반지를 꼭 끼겠다"며 '자이언츠맨'으로서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같은 나이에 프로 입단부터 새로운 출발까지, '야구 인생'에 남다른 동반자가 된 둘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서로를 소개한다면.
▶전민재(이하 민재) : 철원이는 누구도 가질 수 없는 부러운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정철원(이하 철원) : 민재는 좋은 수비와 강한 어깨와 공격적인 타격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 둘이 처음 본 게 언제인가. '첫 정철원', '첫 전민재'의 기억은.
▶철원 : 고등학교 때 봤다.
▶민재 : 나는 중학교 때 봤다. 송전중학교 정철원을 봤다.
▶철원 : 어? 중학교 어디 나왔나.
▶민재 : 천안북중.
▶철원 : 솔직히 모르겠다.
- 그 때 첫 인상은 어땠나.
▶민재 : 철원이가 신기해서 알게 됐다.
▶철원 : 왜?
▶민재 : 경기하면 막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파이팅을 하고 있더라. (웃음)
- 철원은 민재를 어떻게 알게 됐나.
▶철원 : 경기할 때 수비 좋고, 타격 좋았던 선수였다.
▶민재 : 고등학교 3학년 때 황금사자기에서 봤었다.
▶철원 : 그때 전민재 하나만 조심하면 된다고 했다.(웃음)
- 당시 맞대결 결과는?
▶철원 : 아마도 볼넷이었나.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민재 : 내가 안타 쳤다. 유튜브에 치면 나올 거다. 철원이가 워낙 피지컬이 좋았다. 위에서 내려 찍히는 공에서 위압감이 느껴졌다. 쉽지 않은 투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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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 워낙 민재가 좋은 선수인 걸 알았다. 군 복무 후 나는 경기도 많이 나가고 자리도 잡았는데, 민재는 워낙 좋은 선수지만 기회를 많이 못 받았다. 그래서 조금 속상하면서 아쉬웠던 친구였다.
▶민재 : 그냥 저대로 키만 컸구나 싶었다. (웃음)
- 군대에 다녀온 뒤인 2022년 정철원 선수가 신인왕을 탔는데 부럽지 않았나.
▶민재 : 철원이가 처음 콜업돼서 1군에 왔을 때 나도 같이 있었다.(2022년5월6일 잠실 KT전) 철원이가 필승조로 무난하게 갈 것 같았다. 시상식 전부터 확정적이라 신인왕 발표 났을 때에는 사실 놀라지는 않았다. 부러운 마음은 있었다.
- 서로에게 배우고 싶은 점 하나를 꼽는다면.
▶철원 : 민재는 좋든 싫든 긴장을 하든 겉으로 티가 많이 안 난다. 무던한 느낌이다. 긴장 하나도 안 할 거 같아서 물어보면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무표정인데 이야기 하다보면 좋아하고 이런 모습이 부럽다.
▶민재 : 나는 철원이가 좋든 안 좋든 똑같은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경기를 하는 게 정말 부럽다. 그건 연습을 해도 안 되는 부분이라 많이 부러웠다.
-훈훈한 분위기인데, 서로 고쳤으면 하는 점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면.
▶철원 : 그런 건 사실 없다.
▶민재 : 그냥 한 마디만 해주고 싶은 게 세리머니 할 때 너무 세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팔 다칠 거 같다.(웃음)
▶철원 : 나는 민재가 정말 잘하는 타자인 걸 알고 있으니까. 그래도 카운트 별로 구종을 조금 바꿔서 노렸으면 좋겠다. (웃음)
▶민재 : 참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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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 오히려 걱정을 덜한 거 같다. 친한 사이끼리 같이 가니 든든했다. 또 구단 형들도 너무 잘해줬다. 걱정없이 온 거 같다.
▶민재 : 나도 비슷하다. 혼자 왔으면 걱정도 많이 했을텐데 같은 팀에서 동기인 철원이와 같이 오니 마음이 많이 놓였다.
- 정철원 선수 입장에서는 전민재 선수가 롯데에서 빛을 봐서 좋을 거 같다.
▶철원 : 민재를 오래 알고 있어서 그런데 사실 인터뷰 전에도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사실 지금 방망이가 잘 맞고 있는 건 아니다. 운이 따라주는 부분이 있어서 지금의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민재가 방망이가 더 잘 맞기 시작하면 더 기대해도 좋을 거 같다. 이제 득점권에 주자가 있을 때 민재가 나가면 점수도 많이 들어올 거다. 민재가 해결하는 경기도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 반대로 전민재 선수 입장에서는 정철원 선수가 롯데에 와서도 꾸준하게 잘해서 좋을 거 같다.
▶민재 : 트레이드 됐을 때 철원이는 당연히 잘할 거라고 생각했다.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 이번 트레이드는 어떤 평가를 받고 싶나.
▶철원 : 앞으로 롯데의 유격수와 중간 투수 걱정은 없을 트레이드였으면 좋겠다. 우리는 아직 만으로 26세다. 군대도 다녀왔다. 롯데가 미래를 안 본 건 아니다. 두 팀 모두 윈-윈이었으면 좋겠다.
▶민재 : 맞다. 나만 잘하면 롯데가 정말 좋을 트레이드가 될 거 같다. 그러나 두산이 없었으면 이 자리에 없었다. 윈-윈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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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 주축이 아니어도 좋다. 이제는 롯데 자이언츠의 일원으로서 정말 롯데가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
▶민재 : 나도 마찬가지다. 롯데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사이에 (우승)반지 한 번 끼는 게 목표다.
- 한국시리즈에서 위기 상황. 정철원 선수가 등판했다. 삼진 잡기, 혹은 전민재 선수의 호수비로 위기 탈출 뭐가 좋은가.
▶철원 : 사실 기분이 좋은 건 삼진이다.
▶민재 : 나 또한 삼진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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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 : 두산은 어떻게 보면 나를 키워준 구단이다. 지금 이정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구단이다. 롯데는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해준 곳이다.
▶철원 : 마찬가지다. 두산은 본가와 같은 곳이다. 롯데는 그동안 목표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가을야구에서 가서 우승하는 거라고 했는데 올 시즌 뿐 아니라 한 번의 우승, 한 번의 가을야구로 만족하는 팀이 아닌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으면 좋겠을 그런 곳이다.
- 올 시즌 서로의 목표를 정해 준다면? 달성했을 때 공약도 하나 정해주면 좋을 거 같다.
▶철원 : 반대로 달성하면 '이런 걸 해달라'로 해도 되나. 민재가 유격수로 골든글러브를 받으면 인걸이(정철원 아들) 장난감 정말 좋은 거 하나 사달라.
▶민재 : 골든글러브 받으면 장난감이 뭐냐. 다해줄 수 있다.(웃음) 철원이는 사실 시즌을 완주한다면 좋은 기록이 따라온다고 본다. 한 시즌 다 뛰기만 하면 될 거 같다.
▶철원 : 민재가 고양이를 키우는데 고양이 장난감 좋은 걸 사주겠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