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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50억원을 주고 데려온 FA가 1할대 타율이니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심우준은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LG와의 홈경기서 9번-유격수로 선발출전해 2-2 동점이던 4회말 두번째 타석에서 좌측 담장을 넘기는 역전 결승 솔로포를 날렸다.
LG 선발 송승기에게 2회말 첫 타석에서 3구 삼진을 당했지만 두번째 타석은 달랐다. 2B1S에서 4구째 송승기의 146㎞ 직구가 심우준의 몸쪽을 파고 들었고 심우준이 제대로 받아쳤다. 라인드라이브로 쭉 날아간 타구는 좌측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홈런이 됐다. 3-2. 비거리는 105m였다.
심우준이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뒤 모두가 그에게 첫 홈런을 축하했다.
전날까지 타율이 1할7푼8리(73타수 13안타) 5타점 7득점 3도루를 기록 중이었다. 지난해까지 통산 타율이 2할5푼3리이니 원래 타격이 뛰어난 타자는 아니다. 넓은 수비 범위와 좋은 송구 능력을 가진 수비 좋은 유격수이고 2020년 도루왕에 오른 빠른 발을 가진 타자였다.
한화가 타격이 좋은 하주석 등 여러 유격수가 있음에도 야심차게 50억원을 주고 심우준을 데려온 이유도 좋은 투수들의 피칭을 도와줄 수비 좋은 유격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심우준의 수비는 나무랄데가 없다. 심우준쪽으로 타구가 가면 이제 안심이 될 정도다. 안타성 타구를 잡아 아웃시켜 실점 위기를 넘긴 장면도 여러번이다. 수비에선 100% 만족이지만 타격은 원래 약하다고 해도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1위 LG를 이기는 홈런을 치면서 이것이 상승세의 발판이 될 수도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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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은 타격이 안좋아 오히려 적극적으로 강하게 나간 결과였다. 심우준은 "컨디션이 워낙 안좋아서 직구를 앞에두고 친다는 생각으로 나섰다. 계속 늦고 카운트 싸움도 안돼서 그라운드 안에 강한 타구를 만들자는 생각이었다"면서 "오늘 초구에 강하게 돌린게 2타석 정도 된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돌린게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라고 했다.
홈런을 치고 왔을 때 선수들이 무관심 세리머니를 했었다. 코칭스태프만 하이파이르블 해줬고 선수들은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리고 더그아웃에 들어온 뒤 잠시 동안 정적이 흐른 뒤에 선수들이 모두 그에게 환호를 보내매 축하를 했다. 심우준은 "군대에서 돌아와서 홈런쳤을 때 무관심 세리머니를 받은 적 있는데 그땐 이렇게 무안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류)현진 형부터 아예 웃을 생각을 안해서 무안했다. 그리고 더그아웃으로 왔는데도 (축하를)안해줘서 무안해 라커룸쪽으로 갈 뻔했다. 그때 환호해줘서 너무 고마웠다"며 미소.
홈런을 쳤지만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있다. 심우준은 "하루에 하나씩만 치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노아웃이아 원아웃 때 출루를 해서 움직여주고 상대팀을 흔들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서 답답하다. 앞으로 더 출루를 해야한다"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KT에서 엄상백과 함께 온 것이 서로 힘이 된다고. 공교롭게 둘 다 초반 성적이 그리 좋지는 못한 편. 심우준은 "경기 중에 서로 괜찮아 하면서 응원해준다"면서 "혼자 있으면 더 힘들었을텐데…. 같이 잘 버티고 있다"라고 했다.
한화 팬들의 응원에 감사한 마음 뿐이다. 육성 응원을 듣고 있는 심우준은 "KT도 팬들이 참 많이 늘어서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는데 한화는 또 다른 것 같다"면서 "오늘(29일) 평일인데도 매진되지 않았나. 대단하신 것 같다"면서 "육성 응원 들을 때 따라하기도 한다. 가끔 이기고 있을 때 응원을 들으면 소름이 돋을 때도 있다"라며 한화 팬들의 응원에 감사함을 표했다.
대전=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