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5일만에 선 부산 마운드의 감격 "친정팀 부름? 수도권 생활 포기한 결정 후회없다" [인터뷰]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친정팀 연락에 다 포기하고 내려왔다. 아내의 지지가 고맙다."
13년간 몸담았던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타의로 이적한 팀의 우승에 기여하며 반지도 챙겼다. 하지만 힘들 때 불러준 건 역시 친정팀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박시영(36)은 "방출 통보를 받고 나서 제일 먼저 연락 온 곳이 롯데였다"고 돌아봤다.
2008년 2차 4라운드(전체 31순위)에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2016년부터 뒤늦게 빛을 봤다. 5년간 189경기에 등판하며 추격조로 1군 생활을 했지만, 홀드나 평균자책점 등 인상적인 기록은 남기지 못했다.
제대로 빛을 발한 건 KT 위즈로 트레이드된 2021년이다. 이해 3승3패 12홀드 평균자책점 2.40을 기록하며 KT의 우승에 일익을 담당했다.
KT에서 4년을 뛰면서 나름대로 생활 기반을 쌓았다. 아내의 일터도 수원에 마련했다. 롯데의 제안은 기뻤지만, 아내와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런데 아내는 '당연히 가야한다'며 등을 떠밀었다. 결국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다시 부산에 돌아왔다. 박시영은 "아내가 지지해준 덕분에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지금은 그런 결정을 내린 게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지난 9일 부산 KIA 타이거즈전을 통해 롯데 복귀전을 치렀다. 첫 등판에서 박찬호를 뜬공, 외국인 거포 위즈덤을 삼진 처리했다. 나성범에게 볼넷을 내준 뒤 교체됐다.
13일 부산 NC 다이노스전이 두번째 등판이었다. 5회 2사에 등판해 김형준을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6회에는 권희동을 뜬공 처리했지만 서호철에게 안타, 김주원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1사 1,2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두 번 모두 다음 투수들이 후속타를 잘 끊어줘 실점은 없었다.
박시영이 사직 마운드에 선 건 2020년 9월 17일 이후 1665일만이었다. 소감을 묻자 "KT 유니폼을 입고도 사직에서 던져봤으니까…역시 부산은 야구팬이 정말 많구나, 그런데 이 팬들이 이제 모두 날 응원하는구나 싶어 기분이 좋았다"며 미소지었다.
박시영은 롯데 불펜의 큰형님으로 불리는 구승민(35)보다도 1살 많다. 이제 팀내에 '형'은 전준우 정훈 김상수 등 몇명 없다. 그가 어릴 때부터 지켜봤던 김원중과 박세웅은 이제 팀을 지탱하는 대들보로 성장했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팀이지만, 선수단 구성이 많이 바뀐 것도 사실. 그래도 박시영은 "기존에 알던 선수들이 많고, 또 잘 도와줘서 큰 문제는 없었다. 어린 친구들과도 잘 소통한다"며 웃었다.
2군 캠프에서 김상진 문동환 투수코치의 조언을 받으며 차근차근 몸을 만들었다. 부상도 없고, 특유의 투심과 체인지업도 여전하다. 투심 구속이 145㎞까지 나올 만큼 아직 팔이 '쌩쌩하다'는 자신감이 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허약한 불펜을 채우느라 고민이 많다. 박시영은 롯데의 얇은 불펜 뎁스에 도움이 될 선수다.
"불펜은 하나다. 필승조, 추격조 다 각자의 역할이 있겠지만, 모두가 1이닝, 혹은 1아웃씩이라도 분담하며 경기를 다같이 마무리짓는 게 불펜이다. 내가 결정적인 어떤 역할을 하기보단, 다른 불펜투수들을 조금이라도 돕고 싶다. 다 같이 좋아지는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 우리 불펜이 안정감을 찾으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거다."
목표를 물으니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그는 "롯데는 가을야구 아닌가"라면서 소박한 자신의 속내를 더했다.
"개인적인 욕심은 없다. 포스트시즌 당연히 가야되고, 그 명단에 내 이름이 있으면 좋겠다. 우승을 향하는 그 계단을 함께 밟아올라가는게 내 소망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2025-04-15 10:3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