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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가 되고 싶다는 뜻은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지만, 뭔가 찝찝함이 남는다. 최근 귀화 의사를 밝힌 서울 삼성 썬더스 센터 리카르도 라틀리프 얘기다.
라틀리프가 원하는 건 특별귀화다. 어떤 분야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 추천을 받아 귀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다른 건 제쳐놓고, 특별 귀화는 이중국적이다. 라틀리프가 귀화를 한다 해도, 본래 미국 국적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만약, 라틀리프가 자신의 순수성을 어필하고 싶으면 완전 귀화를 선택하면 된다. 이는 미국 국적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농구 관계자들은 라틀리프 앞에 찾아가 절이라도 해야한다.
라틀리프에게는 같은 팀 좋은 롤모델이 있다. 문태영이다. 문태영도 특별귀화 케이스다. 그래서 국내 선수 대접을 받는다.(물론 세 시즌 이상 한 팀이 있으면 안된다는 규정은 적용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국내 선수 대접을 받으면 연봉에 상한이 없다는 것이다. 라틀리프는 외국인 선수 신분이기에 연봉 상한선이 있다. 라틀리프가 문태영과 같은 신분만 된다면, 현재 국내 최고 연봉자인 문태영의 연봉을 넘어서는 건 당연한 일이 된다. 안그래도 없는 자원에, 기본적으로 동양인보다 운동 능력이 좋은 귀화 선수들은 오랜 기간 왕 대접을 받아왔다.
만약, 라틀리프의 특별귀화과 추진된다면 농구계는 더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라틀리프의 사례를 모방하는 선수가 또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벌써부터 농구계는 라틀리프가 귀화하면 어떤 신분으로 적용해야 할지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애런 헤인즈(고양 오리온 오리온스)도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귀화를 원했던 사례가 있다. 서울 SK 나이츠에서 세 시즌을 뛴 박승리는 귀화를 해야한다는 조건을 이행하지 못해 혼혈 선수 대접을 받다 한국 무대를 떠났다.
안그래도 한국 프로농구는 귀화혼혈선수 제도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인기가 떨어질 시점,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는 혼혈 선수 영입으로 재도약을 노렸는데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의 중간 단계 애매한 신분으로 농구판을 어지럽혔다. 성적을 내고 싶은 구단들은 어쩔 수 없이 이들에게 많은 돈을 투자했고, 다른 선수들은 일찌감치 은퇴할 나이에 이 선수들은 팀의 주축으로 활약중이다. 그런데 문태종(오리온) 문태영 형제는 아직 한국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김효범도 국적을 바꾸지 않아 늘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과연 이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한국이 좋아 뛰는 지, 은퇴 후에도 한국에서 농구 발전을 위해 일할 건지 의문 부호가 남는 건 사실이다.
라틀리프의 귀화도 중요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어설픈 귀화, 혼혈 선수 제도 재정비를 하는 게 더 시급해 보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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