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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위기' 출범 뒤 최대 위기. 리그 중단 갈림길에 선 실내프로스포츠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20-03-02 06:10


총체적 난국, 결국은 파행이다.

실내프로스포츠가 코로나19 앞에 무릎을 꿇었다. 프로농구와 프로배구가 프로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적외선 체열기 설치 및 마스크 제공, 최근에는 무관중 경기로 대응했던 실내프로스포츠는 리그 중단 갈림길에 섰다.

▶최악의 시나리오 KBL, 위기 직면한 WKBL

가장 먼저 리그 중단을 선언한 것은 남자 프로농구다. KBL(한국농구연맹)은 지난 29일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중단을 긴급 결정했다. 이날 전주 KCC 선수단이 사용한 호텔 숙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KBL은 더 이상 리그를 이어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백기를 들었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KBL은 A매치 휴식기가 끝난 지난달 26일부터 무관중 경기를 진행했다.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리그 잠정 중단' 얘기가 나왔다. 경기를 무관중으로 진행한다고 해도 양 팀 선수단 및 코칭스태프, 심판, 현장 진행요원 등 적어도 100여 명은 체육관에 모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농구는 몸싸움이 치열하다. 이 과정에서 침 등 비말이 호흡기나 입 등으로 침투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앨런 더햄, 바이런 멀린스(이상 부산 KT), 보리스 사보비치(고양 오리온) 등 외국인 선수 일부는 코로나19에 두려움을 느껴 자진 '자진퇴출' 했다. 현실화된 코리아 엑소더스. 윤영길 스포츠심리학 박사는 "선수이기 전에 사람이다. 안전 욕구는 가장 최상위 개념이다. 외국인 선수는 한국을 떠나면 된다는 선택지가 있다. 안전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멘붕이다. KCC 관계자는 "역학조사 결과 선수들은 확진자와 접촉한 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선수들이 경기 뒤 안내 문자를 보고 많이 놀랐다. 일단 선수들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경기장 안전에 철저히 신경 썼는데,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일이 터졌다"고 말했다.

여자 프로농구도 리그 중단 카드를 만지작하고 있다. WKBL(한국여자농구연맹)은 지난달 21일부터 무관중 경기를 하고 있다. 실내스포츠 중 가장 먼저 무관중 경기를 도입했다. 하지만 문제가 심각해졌다. 5라운드까지 지켜본 뒤 6개 구단 국장단이 모여 현 상황을 심각하게 논의할 예정이다. A구단 관계자는 "KBL이 리그를 중단한 만큼 WKBL도 빠르게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1일 경기를 끝으로 5라운드가 막을 내린다. 이 경기 뒤 뭔가 결정이 나지 않을까 싶다. 긴급 회의를 통해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긴장감 도는 KOVO, 2일 연맹 간부 논의

옆 동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프로배구도 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KBL 소식을 전해들은 KOVO(한국배구연맹)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선수단 사이에도 불안감이 퍼져나가고 있다. KOVO는 일단 1일 경기 일정은 예정대로 소화했다. 하지만 움직임이 분주하다.

KOVO 관계자는 "아직 임시 이사회 날짜가 결정되지는 않았다. 1일 경기까지 소화한 후 경기 없는 월요일(2일)에 연맹 간부 논의가 먼저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늦춰지지 않는 만큼 진중한 검토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V리그는 이미 지난 25일부터 남녀부 모두 무관중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사태지만, 이미 리그는 후반부에 접어들어 막무가내로 경기를 중단할 수도 없는 상황. 그렇다고 실내에 많은 관중을 모이게 할 수도 없어 내린 고육지책이었다. 안전과 위생에 신경 쓰면서도 어떻게든 빠르게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사실 무관중 결정을 내리기 이전 중단 논의도 있었다. KOVO 이사회에서 리그를 아예 중단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찬성표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종목간 형평성 문제로 리그 중단 대신 무관중으로 치르라는 의견을 냈고, 중단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이 됐다.

그러나 같은 무관중으로 일정을 소화하던 KBL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게 되자 리그 중단이라는 더 최악의 결과로 직결됐다. KOVO도 이 부분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배구나 농구는 단체 합숙 생활이 필수라 무관중 경기를 진행한다고 해도 곳곳에서 어쩔 수 없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선수들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확률이 있기 때문에 조심 또 조심하는 것이 맞다. '겨울의 꽃' 실내프로스포츠가 코로나19 폭탄을 맞았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김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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