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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돼야 산다!
하나원큐는 지난해 창단 후 최고인 3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즌이 중도에 끝났고, 플레이오프도 열리지 않았지만 얼마든 시즌이 정상적으로 이어졌더라도 충분히 '봄 농구'에 나설 수 있을만큼 옹골찬 전력을 과시했다. 속공 1위에서 보듯 빠른 공수의 트랜지션은 하나원큐만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외국인 선수 마이샤도 수비 리바운드만 잡으면 쏜살같이 뛰어나가며 확실한 '원팀(one team)'의 일원임을 입증했다. 지난 시즌 팀 평균 득점 1위(71.9점)에 그대로 담겨 있다. 센터 자원 없이 스몰 라인업으로 일궈낸 성과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한 시즌만에 하나원큐는 자신의 색깔을 잃어버렸다. 팀 득점은 거꾸로 최하위(65.4점)까지 떨어졌다. 9연패에 빠진 사이 순위는 최하위로 곤두박질 쳤다.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었다. 우선 외국인 선수가 없는 것을 감안, 센터 역할을 맡길 포워드 양인영을 FA로 영입했지만 기대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한번도 주전으로 뛰지 못했던 식스맨을 한 시즌만에 풀타임 리거로 성장시키기엔 한계가 있었다. 여기에 은퇴했다가 5년만에 복귀한 이정현을 양인영과 함께 더블 포스트로 활용했지만, 동선이 계속 겹치고 스피드까지 떨어지면서 이도저도 아닌 팀이 된 것이다. 또 예전처럼 잘 연결된 패스를 꼬박꼬박 득점으로만 연결시켜도 충분했던 슈터 강이슬은 이제 스스로 자신이 득점 기회를 끊임없이 만들어야 하는데다, 골밑 돌파도 해야 하고 자신에게 몰린 수비를 역이용해 동료들을 살려줘야 하는 등 '완성형 선수'로서의 역할이 필요했지만 역시 한 시즌만에 무리였다.
더불어 빠른 골밑 돌파로 2쿼터에만 9득점을 올린 김지영, 고비 때마다 3점포 2방을 성공시킨 강유림, 공수를 잘 조율한 가드 강계리도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무엇보다 4쿼터 14득점까지 앞서다가 종료 4.7초를 남기고 삼성생명 김보미에 3점포를 얻어맞으며 연장까지 돌입, 역전패 가능성이 높았지만 이를 극복한 것은 선수들이 '하나'가 됐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훈재 하나원큐 감독은 "뒤집혀도 다시 따라붙는 것을 보며 힘이 붙은 것이 느껴졌다"며 "이미 많이 늦었긴 하지만 다음 시즌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선수들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이 기세를 남은 시즌에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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