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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비운 감독, 결의 세운 선수들, 다가선 우승'
그 계기는 올 시즌 연달아 이어진 주전들의 줄부상에서 비롯됐다. 팀의 중심인 박혜진이 시즌 개막전에서 4분 45초만을 뛴 후 발바닥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 2개월만에 겨우 복귀했지만 채 3주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2월 28일 하나원큐전에서 김정은마저 쓰러졌다. 외국인 선수가 없어진 올 시즌, 김정은은 공격뿐 아니라 상대팀 에이스 수비를 전담하는 공수의 핵인데다 박혜진이 없는 동안 팀의 버팀목이었기에 위 감독의 충격은 더 클 수 밖에 없었다. 이날 경기에서 1쿼터 막판에 착지를 하다 발목 골절을 당했고, 이후 바로 수술대에 오르며 시즌 아웃이 됐다. 여기에 식스맨에서 어느새 팀의 주전으로 성장한 최은실마저 지난달 발가락 부상으로 4경기를 빠져야 했으니 선수층이 두텁지 못해 주전 의존도가 높은 우리은행으로선 말 그대로 치명타가 아닐 수 없었다.
이 세 명의 선수가 없는, 말 그대로 '차'와 '포'에 '마'까지 빠진 가운데 우리은행은 지난 1월 28일 삼성생명전에서 올 시즌 가장 무기력한 경기 끝에 패하기도 했다. 위 감독은 "감독을 하면서 이렇게 한꺼번에 주전들이 빠진 것은 처음"이라며 "박혜진이 없는 상태에서도 5할 이상의 승부를 하기 위해 너무 욕심을 부린 것 같다. 그런 마음을 알고 선수들이 무리를 하다보니 부상을 당한 것 같아 너무 미안할 뿐이다. 내가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기대치 못한 목표 지점까지 다 왔으니 이제는 다잡아야 하는 상황, 14일 신한은행전에서 상대가 벤치 멤버를 두루 기용하자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고 경기력이 저하되자 위 감독은 "아직 확정된게 아닌데 여유를 부렸다. 경기 후 라커룸에서 쓴소리를 좀 했다"고 말했고 수훈선수 인터뷰에 들어온 박지현 김진희조차 "반성할 경기였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우승 매직넘버가 단 '1'만 남긴 상황에서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감독과 선수들, 통산 13번째이자 위 감독 부임 이후 8번째 정규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우리은행의 힘은 여기서 기인하는 것이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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