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 가드' 오동석(34·서울시청)이 KWBL 휠체어농구리그 로(low) 포인트(2.0포인트 이하) 선수 최초로 통산 첫 1000득점 위업을 이뤘다.
|
|
불굴의 에이스 오동석이 대기록을 달성한 주말, 서울시청은 제주, 춘천, 대구를 줄줄이 꺾고 시즌 개막 후 파죽의 12전승을 내달렸다. 26일 3라운드 수원무궁화전자를 상대로 승리하면 13전승으로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직행을 확정 짓는다. 창단 첫 3연패 꿈은 이제 꿈이 아닌 현실이다.
|
팀에 닥친 위기 역시 기회가 됐다. 떠난 이의 빈자리는 남은 이들을 '원팀'으로 똘똘 뭉치게 했다. "지난해 우승을 이끌었던 주장 (조)승현이형이 춘천시청으로 이적했을 때 많은 분들이 전력 공백을 우려했다. 그래서 선수들끼리 더 이를 악물고 한 면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윤주형이 중심을 잘 잡아주고, 고득점을 잡아주다보니 밸런스가 좋아졌고 덕분에 나머지 선수들이 편안하게 자신의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고 연승의 비결을 분석했다.
올 시즌 서울시청의 압도적 분위기에서 기복없이 묵묵히 알토란 활약을 펼치는 '스마트 가드' 오동석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12일 이겨야 사는 제주와의 원정 라이벌전에서도 오동석은 19득점으로 펄펄 날았고 MVP로 선정됐다. 그리고 이튿날 나홀로 점을 몰아치며 1000득점 고지에 올랐다. 오동석은 "득점이 팀 기여도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척도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팀에 계속 기여해왔다는 뜻으로 생각한다"며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남은 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엔 "팀 우승이 제일 큰 목표다.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농구선수로서 장점을 묻는 질문엔 "어떤 선수와 하더라도 맞춰줄 수 있는, 이타적인 플레이"라고 짧게 답했다. 남은 경기에서도 후배들을 위해 솔선수범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했다. "'챔피언결정전에 조기 진출한다고 해서 느슨해지지 말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만 한다. 김영무 감독님도 승패 상관없이 경기력과 내용을 강조하신다. 우리 팀엔 어린 선수들이 많다. 저희가 더 열심히 해야 어린 선수들이 뛸 수 있는 러닝타임이 늘어난다"고 했다
야구선수를 꿈꾸던 재기발랄한 소년은 1998년 불의의 사고 이후 2004년 휠체어농구를 처음 만났고, 2021년 프로리그 첫 1000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오동석은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에 "제가 자격이 되는 선수인지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지만 어딘가 있을지 모를 꿈나무 후배들을 위한 한마디만큼은 아끼지 않았다. "저는 내성적인 편이다. 어릴 때 다치고 나서 농구를 시작하기 전까진 거의 집에만 있었다. 말수도 없고, 조용한 편인데 단체운동인 농구를 하면서 성격이 활발해진 부분이 있다. 농구를 통해 사람을 만나고 바깥 세상을 경험하다보니 삶의 질도, 자신감도 함께 올라갔다"고 돌아봤다. 그리고 담담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 "농구공을 처음 잡던 날, 이런 날이 올 거라 생각지 못했다. 취미로 시작한 일이 어느덧 직업이 됐고, 계속 하다보니 국가대표도 됐고, 기록도 세우게 됐다. 아무쪼록 내 기록을 더 빨리 깨는 좋은 후배가 나오길 바란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2022 임인년 신년운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