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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다들 잘해서) 나만 잘 하면 될 것 같아요."
잠시 숨을 고르던 '에이스'는 이때 움직였다. 그리고 짧은 순간 코트를 지배해 경기 흐름을 바꿨다. KGC는 4쿼터 중반 오세근과 스펠맨의 높이를 앞세워 KT를 추격했다. 6분 28초를 남기고서는 스펠맨이 골밑에서 멋진 피딩으로 오세근의 역전 골밑슛을 이끌어냈다. 77-75로 KGC가 전세를 뒤집었다. 분위기가 급격히 KGC 쪽으로 넘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허 훈이 이런 흐름을 잡아냈다. '에이스'의 역량이 빛나기 시작했다. 허 훈은 기민한 돌파와 정확한 야투로 이때부터 혼자 6점을 쓸어 담았다. 더불어 KGC의 수비를 무너트리는 패스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KGC는 급격히 무너졌다. 허 훈의 원맨쇼가 결국 KT에 승기를 안긴 셈이다.
하지만 허 훈은 오히려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경기 전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많은 팬들 앞에서 KGC의 7연승을 막아내 행복하다. 사실 다른 선수들 덕이 컸다. 정성우 형은 우리 팀에서 수비의 중심을 잡아주고, 김동욱 선배는 '농구도사'라고 할 수 있다. 승부처에서 꼭 득점해야 할 때 정말 잘해준다. 덕분에 내가 쉬엄쉬엄할 수 있다. 서로 스크린을 해줘서 나만 잘 하면 된다"고 말했다. 나를 낮추고, 동료를 올려줬다. '진짜 에이스'의 품격이었다.
수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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