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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야, 고맙다!' LG, 정관장 물리치고 단독 2위 탈환…동생 조동현 감독, KT 잡아준 덕에 1게임차 리드

최만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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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4-03 20:51


'아우야, 고맙다!' LG, 정관장 물리치고 단독 2위 탈환…동생 조동현…

[창원=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형제는 용감했다.'

남자프로농구 창원 LG가 2위 경쟁에서 다시 한숨을 돌렸다. LG는 3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24~2025 KCC 프로농구' 안양 정관장과의 홈경기서 77대62로 승리했다.

33승19패를 기록한 LG는 단독 2위를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LG는 이날 같은 시간에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수원 KT전에서 현대모비스가 91대71로 승리한 덕에 공동 2위이던 KT를 한 게임 차로 밀어냈다.

이날 열린 창원 경기는 추모 분위기 속에서 숙연하게 진행됐다. 최근 발생한 프로야구 창원NC파크 구조물 추락 사망사고에 따른 추모기간이기 때문이다. LG 구단은 같은 연고지에서 발생한 사고인 점을 감안, 정규리그 마지막 홈경기인데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정한 추모기간에 동참해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이에 따라 치어리더 공연을 비롯해 요란한 응원 음악과 이벤트를 모두 취소했고, 관중 응원도 최대한 자제하면서 경기가 치러졌다.

분위기는 엄숙했지만, 코트에서의 승부 열기는 뜨거웠다. 이날 동시에 열린 두 경기 모두 최근 들어 최고의 '빅매치'였다. 4강 직행권이 걸린 2위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인 울산 현대모비스와 수원 KT가 울산에서 맞닥뜨렸고, LG는 마지막 6강 티켓에 사활을 건 정관장과 부담스러운 승부를 펼쳐야 했다.


'아우야, 고맙다!' LG, 정관장 물리치고 단독 2위 탈환…동생 조동현…
경기 시작 전, 분위기는 정관장이 불리해 보였다. 핵심전력 변준형과 배병준이 빠졌다. 변준형은 지난달 31일 KT전에서 발가락 부상으로 2주 진단을 받았고, 배병준은 허벅지 통증으로 쉬어가기로 했다. 유기상 양준석이 버티고 있는 상대의 앞선에 맞서 박지훈-김영현으로 버티기는 힘들 것 같아 이우정을 데려왔지만 아무래도 무게감이 떨어진다.

예상과 달리 정관장은 1쿼터 반전의 경기력을 보였다. 두 팀은 서로 강력한 수비력으로 쿼터 7분여 동안 저득점, 공-수 전환을 반복했다. 이런 가운데 LG에 균열을 일으킨 깜짝 카드가 있었으니, 정관장 아시아쿼터 하비 고메즈다. 고메즈는 1쿼터에만 3점슛 4개 포함, 14점을 쓸어담았다.

귀신에 홀린 듯 18-26으로 뒤진 채 1쿼터를 마친 LG, 당하고만 있을 2위 경쟁팀이 아니었다. LG는 2쿼터 시작과 함께 강력한 보복을 시작했다. 정인덕 두경민 유기상이 릴레이 3점포를 쏘아 올리는 등 3분여 만에 29-29, 균형을 만들었다. 곧바로 고메즈가 다시 외곽포로 대응했지만 LG 2옵션 용병 대릴 먼로가 골밑슛으로 받아치는 등 본격적인 접전이 시작됐다.


이후 두 팀은 약속이라도 한 듯, 1옵션 용병 때문에 속을 태웠다. 정관장 조니 오브라이언트는 쿼터 종료 3분29초 전, 아셈 마레이의 슛동작 파울을 한 뒤 판정에 과하게 항의하다 테크니컬파울까지 받았다. 자유투 3개와 공격권을 헌납한 연쇄파울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마레이 수비를 잘 하던 오브라이언트는 교체될 수밖에 없었다.


'아우야, 고맙다!' LG, 정관장 물리치고 단독 2위 탈환…동생 조동현…
마레이도 실망을 안기기는 마찬가지. 여기서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실패한 것을 포함해 2쿼터에만 자유투 4개를 실패한 마레이는 장점인 리바운드 공헌도는 나무랄데 없었지만 공격 찬스에서 유독 자신감 떨어지는 플레이를 보였다. 이로 인해 두 팀은 더 달아날 기회를 서로 잡지 못한 채 전반을 마쳐야 했다.

3쿼터 LG가 야금야금 승기를 잡아나갔다. 쿼터 종료 3분여를 남겨두고 연속 속공으로 이날 첫 두 자릿수 점수차(56-46)로 만든 게 신호탄이었다. 반면 정관장은 빅맨 한승희가 5반칙으로 퇴장당하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빼앗긴 기운을 회복하지 못했다. LG는 4쿼터 정관장의 추격에 다소 고전했지만 종료 3분56초 전, 양준석의 3점포로 70-56으로 달아나면서 사실상 승리를 확정했다.

한편, 이날 승리한 현대모비스는 KT와의 격차를 반 게임으로 다시 좁혔다. "동생아, 고맙다"라고 할 상황이 됐다. 형 조상현 LG 감독은 동생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이 이겨준 덕에 공동 2위이던 KT를 한 게임 차로 밀어내고 단독 2위가 됐기 때문이다. 조상현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우스갯소리로 "동현이가 오늘 이기지 못하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했는데, 쌍둥이 형제간 텔레파시가 통했던 모양이다.
창원=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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