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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 서울삼성, 삼성 출신 '삼농회' 항의 성명서 왜?…최악 성적에 단장 선임과정 잡음으로 내홍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25-04-09 15:53 | 최종수정 2025-04-10 08:36


'설상가상' 서울삼성, 삼성 출신 '삼농회' 항의 성명서 왜?…최악 성적…
지난 3월 1일 서울 삼성의 홈경기에서 삼성 출신 OB 회원들이 삼성 선수단을 격려 방문했다. 사진제공=KBL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삼성이 삼성을 싫어한다?' 남자프로농구 사상 최악의 시즌을 보낸 서울 삼성이 유례없는 내홍까지 겪고 있다. 역대 최다 4시즌 연속 꼴찌로 이번 2024~2025시즌을 마감한 가운데 신임 단장 선임 과정에서 '삼농회'의 거센 반발을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농회'는 삼성 출신 농구인들의 친목 모임으로, 국내 농구계에서 유일하게 최대 규모 조직으로 후배 삼성 선수들을 응원·격려해 오고 있다. 삼성은 농구단 사상 가장 오랜 역사(1978년 창단)를 지닌 만큼 수많은 유명 선수, 지도자를 배출했다. 현역으로는 전창진 감독, 강양택 코치(이상 KCC), 강혁 감독(한국가스공사), 서동철 대표팀 코치, 이상윤 해설위원, 안덕수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사무총장 등이 삼성 출신이다.

9일 스포츠조선 취재를 종합하면 '삼농회'는 지난 8일 서울 모처에서 10여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갖고 삼성 측에 항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삼성 구단의 최대 아군이었던 '삼농회'가 '적'이 돼 버린 것이다. '삼농회'는 성명서에서 '단장 선임 과정에서의 삼성 출신 배제 방침에 대한 해명'과 '삼성 출신 단장 후보자를 들러리로 세워 개인 명예를 실추시키고 기망한 행위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했다.


'설상가상' 서울삼성, 삼성 출신 '삼농회' 항의 성명서 왜?…최악 성적…
이같은 성명서가 나온 데에는 구단이 최근 신임 단장을 뽑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행보를 보이면서 '삼성맨'의 자존심이 훼손당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모기업 제일기획과 구단은 조동율 단장의 임기가 4월말로 끝남에 따라 최근 후임 단장 선임 작업을 했다. 단장 선임 과정에서 농구 감독 출신 A씨와 B씨가 최종 면접에 올랐다. 면접 결과 삼성 출신 A씨는 탈락하고, 비삼성 출신 B씨가 합격하는 것으로 지난 4일자로 최종 내정됐고, 아직 외부 발표는 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3월말 쯤 A씨의 탈락 소문이 돌았고, 지난 1일 '삼농회' 대표단이 조 단장과 면담했다. '삼농회'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조 단장의 발언이 자극적이었다. '윗선에서 단장을 선임할 때 삼성 출신을 배제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당초 삼성의 농구인 출신 단장 선임은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처럼 현장 경험 많은 경기인 출신을 단장으로 발탁해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취지에서 환영받는 일이었다. 그런데 같은 경기인 출신인데도 삼성 출신이라는 이유로 배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삼성맨' 자부심으로 뭉쳐왔던 '삼농회'가 발끈하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 서울삼성, 삼성 출신 '삼농회' 항의 성명서 왜?…최악 성적…
'삼농회' 관계자는 "삼성 구단의 인사권에 간섭하려는 건 아니다. 애초에 '삼성 출신 배제' 내부 방침이 있었으면 서류 전형 등 과정에서 A씨를 탈락시켰으면 될 일이지, 최종 면접까지 올려놓고 A씨를 들러리로 만든 게 아니냐"면서 "A씨 입장에서 생각하면 우롱당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A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삼성 출신 경기인 모두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스포츠인으로서 삼성 출신의 자부심으로 살아왔는데, 삼성 출신이 핸디캡으로 부끄러운 일이 될 줄은 몰랐다"면서 "윗선에서 삼성 출신 배제 방침을 내린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 구단 측은 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삼성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를 보더라도 오픈 마인드로 외부 출신을 영입하는 게 시대적 추세인 가운데 조 단장이 팩트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삼농회'를 자극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발언을 한 것 같다는 게 구단 측 입장이다. 구단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 출신을 일부러 배제한 적이 없다. 이번 단장 선임 과정에서도 구단은 후보자를 압축해 제일기획에 올렸고, 제일기획이 면접 평가를 통해 최종 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면서 "금명간 '삼농회' 측과 대화의 장을 열어 사과할 부분이 있으면 사과하는 등 오해를 푸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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