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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혁의 이슈분석] 드디어 껍질을 깨나? 예상밖 현대모비스 2차전 완승. PO 판도 자체가 요동칠 수 있다

류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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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4-16 11:19 | 최종수정 2025-04-16 11:29


[류동혁의 이슈분석] 드디어 껍질을 깨나? 예상밖 현대모비스 2차전 완승…
현대모비스의 2차전 승리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사진제공=KBL

[울산=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평소 알고 지내는 울산의 한 열렬한 농구 팬이 있다. 수년간 현대모비스가 이기든, 지든, 좋은 경기력을 보이든, 부진하든 항상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짬을 내서 자녀와 함께 농구장을 찾는다.

그 팬은 15일 플레이오프 6강 2차전을 직관했다. 경기가 끝난 뒤 기자에게 문자 하나를 보냈다. "오늘같은 경기는 많이 어색하네요 ㅎ"라고 기뻐했다.

이 문장은 올 시즌 현대모비스의 정규리그, 그리고 6강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양상을 모두 압축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박무빈 서명진 이우석 신민석 이승우 등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들이 있다. 김국찬 장재석 한호빈 이대헌 등 타 팀에서는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들도 있다. 여기에 베테랑 함지훈이 화룡점정이다. 게다가 숀 롱, 게이지 프림의 외국인 조합도 최상급이다. 로테이션이 풍부하고, 위력적이다. 단, 정규리그에서 잘 녹이지 못했다.

특유의 단점들이 있었다. 국내 선수 코어가 부족했고, 가드진은 상대 압박에 약했다. 10점 이상 앞서는 경기를 펼치다가도 순간적 방심으로 접전을 만들어 버리는 '마법'을 보이기도 했다. 숀 롱은 수비, 프림은 다혈질이라는 아킬레스건이 존재했다. 때문에 정규리그에서 현대모비스는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특히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마지노선 2위 싸움의 분수령이었더 창원 LG와의 경기에서 아셈 마레이에게 버저비터를 얻어 맞으며 믿기지 않은 역전패를 당했다. 곧이어 열린 부산 KCC와의 홈 경기에서 무기력하게 패했다. 정규리그 3위로 6강에 진출. 성적만 놓고 보면 훌륭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가득했던 성적표이기도 했다.

6강 상대는 정관장. 시즌 막판 돌풍을 일으키며 원주 DB를 극적으로 물리치고 올라온 '미라클 팀'이다. 때문에 6강전 두 팀의 시리즈는 팽팽할 것이라는 예상이 대세였다.

1차전, 그 예상이 맞아 떨어지는 듯 했다. 전반 8점 차까지 앞섰던 현대모비스는 특유의 '약점'으로 정관장에 역전을 허용했다. 하지만, 전반 너무나 부진했던 숀 롱이 함지훈 이우석의 도움을 받아 완벽한 반등에 성공했다.

1차전을 가까스로 잡은 현대모비스는 2차전에서 정관장을 한때 34점 차까지 앞서며 완파했다. 한마디로 압도적이었다. 현대모비스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두터운 로테이션의 위력은 '백미'였다.


2쿼터 숀 롱의 맹활약, 3쿼터 프림이 폭격했다. 이우석과 서명진 박무빈이 돌아가면서 터졌고, 장재석과 이대헌은 상대 에이스 오브라이언트를 2득점으로 묶었다. 베테랑 함지훈은 3쿼터까지 나설 필요조차 없었다. 4쿼터 그가 등장했을 때, 울산 동천실내체육관 데시벨이 가장 높은 환호를 받기도 했다.

"오늘같은 경기가 많이 어색하다"는 농담은 이 배경 속에서 나왔다.


[류동혁의 이슈분석] 드디어 껍질을 깨나? 예상밖 현대모비스 2차전 완승…
숀 롱과 프림은 2차전을 통해 국내 선수들과 호흡을 좀 더 다질 수 있었다. 이 부분 의미는 크다. 사진제공=KBL
2차전 대승은 현대모비스에게 많은 의미를 지닌다. 일단 표면적으로 4강 진출의 절대적 우위에 섰다. 1, 2차전을 모두 잡은 팀의 4강 진출 확률은 100%.

치열할 것으로 보였던 정관장의 기세를 완벽하게 꺾어 버린 의미도 있다. 부상 선수는 없었다. 함지훈을 아꼈다. 만약 17일 안양에서 열리는 3차전마저 잡아버리면, LG와의 4강 시리즈도 충분히 해 볼만 하다.

현대모비스가 정규리그에서 약점으로 지적된 부분은 크게 3가지다. ▶로테이션의 비효율성 ▶외곽 국내 코어의 상대 압박에 대한 약점 ▶숀 롱과 프림과 국내 선수의 조직력 부족이었다.

이 세 가지 부분이 모두 해결된 듯 보인 2차전이었다. 플레이오프는 정규리그와 화법이 다르다. 체력적 요소는 더욱 중요해진다. 좀 더 강한 압박, 좀 더 강한 트랜지션은 PO 경기력의 기본이자 매우 중요한 요소다.

효율적 로테이션, 풍부한 로테이션은 팀 경쟁력도 직결돼 있다. 2차전에서 현대모비스는 그 부분을 보여줬다. 이우석 박무빈을 중심으로 한 현대모비스 외곽은 강한 조직력을 가진 정관장의 외곽에 밀리지 않았다. 게다가 숀 롱과 프림에게 집중적 엔트리 패스를 넣어주는 과정에서 공격 효율성의 극대화를 보였다. 정규리그에서 '뭔가' 현대모비스의 경기력을 막고 있던 견고한 방해물 하나가 허물어진 느낌이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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