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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수원 KT가 반격의 4강 시리즈 첫 승을 따냈다. 서울 SK는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SK가 의외의 대패를 당한 이유는 명확하다. 고질적 약점, 1쿼터 출발 때문이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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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느슨하다. 공수 압박 자체가 좋지 않다. 공격 형태 역시 슈팅 셀렉션이 좋지 않다.
기본적으로 외곽에서 슛을 던진다. 짜임새가 부족하다.
물론 경기를 치르면서 공수의 압박 강도, 슈팅 셀렉션을 자정하는 능력이 있다. 단, 1, 2차전 연속으로 이같은 모습을 나왔다는 것은 좋지 않다. 습관적이다. 이 부분이 좋지 않다.
초반 흐름은 매우 중요하다. 이 부분에서 SK는 번번이 놓친다.
객관적 전력은 SK가 앞서 있는 게 맞다. 승부처에서 SK의 괴력이 나오는 부분도 고무적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도 SK의 초반 느슨함은 이해하기 힘들다.
3차전은 극에 달했다. 2전 전승으로 SK가 앞서 있었다. 약간의 느슨함은 이해할 수 있다. 단, 수비에서 압박은 너무나 좋지 않았다. 1쿼터 KT는 44%의 3점슛 성공률, 25득점했다.
허 훈, 해먼스, 문정현이 각각 8, 8, 7득점을 했다. SK의 1쿼터 수비가 전방위적으로 뚫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SK의 3점슛 성공률은 22%에 불과했다. 워니를 비롯해, 무리한 슛을 연발했다.
뺏긴 흐름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공수 밸런스가 전반 내내 무너졌다.
SK의 조직적 움직임은 없었다. 1, 2차전 승부처에서 보여줬던 타이트하면서도 독사같은 움직임과 슈팅 셀렉션이 실종됐다. 페이스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SK 선수구성에서 워니를 제외하면 샷 크리에이팅이 되는 선수도 없었다. 세트 오펜스에서 김선형도, 안영준도, 오재현도 모두 좀처럼 활로를 뚫지 못했다. 1차전 전반, 무리한 공격을 했던 선수들이었다.
반면, KT는 허 훈을 중심으로 강력했다. 절실한 움직임을 보였고, 슈팅 컨디션도 좋았다. 이같은 변수가 스코어에 엄청난 영향을 줬다. 45-28, 무려 17점 차 KT의 리드.
허 훈의 의존도를 최소화하면서도 강력한 공격력을 보인 KT. 반면, SK는 공수에서 모두 낙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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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먼스의 돌파, 허 훈의 돌파가 이어졌다.
KT는 해먼스가 최부경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해먼스는 워니와 매치업. 하지만, 하윤기와 스크린 이후 최부경을 타깃으로 삼았다. 3점포를 적중시킨 뒤 이번에는 최부경을 앞에 놓고 골밑 돌파까지 성공.
이후, 카굴랑안과 하윤기의 2대2까지 터졌다. 55-30, 25점 차까지 리드가 벌어졌다. 3쿼터 5분57초가 남은 상황. 여전히 시간은 많이 남았지만, 남은 스코어 차이가 너무 컸다.
SK의 안일한 출발이 가져온 재앙적 결과였다.
허 훈의 속공. 안영준의 실책이 이어졌다. 워니가 간헐적으로 득점하기 했지만 충분치 않았다. 허 훈의 딥3까지 터졌다. 62-34, 28점 차 KT의 리드. 3쿼터가 끝나지 않았지만, 승패는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SK는 여전히 강력한 우승후보다. 1경기만으로 예단할 수 없다. 단, 초반 부진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1, 2차전 모두 그랬다. 1차전은 특히 매우 고전했다. 대역전극을 펼쳤지만, 1차전 KT에게 내줬을 경우, 시리즈 전체가 흔들릴 수 있었다. 사실 정규리그에서도 대두됐던 SK의 아킬레스건. 문제는 단기 수정이 불가능한 약점이 아니라는 점이다.
워니 김선형 안영준 모두 슈팅 컨디션을 점검하기 위해 '쉽지만 좋지 않은 슈팅 셀렉션'을 택한다. 자연스럽게 초반 흐름을 내준다. 수비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부분이 수정되지 않을 경우, 4강 뿐만 아니라 챔프전에서도 고전할 수 있다. 우승 확률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정신적 해이함이다. 1차전 승리 직후 전희철 SK 감독이 불같이 화를 낸 배경이다.
반면, KT는 강력했다. 1, 2차전 허 훈이 공격을 하드 캐리. 하지만, 3차전에서는 허 훈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해먼스, 하윤기, 문정현, 카굴랑안을 고르게 활용했다. 냉정하게 보면, 선수 개개인 기량 면에서는 KT가 SK에 뒤지지 않는다. 강한 조직력, 트랜지션, 그리고 뛰어난 압박의 수비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재능의 합이 압도적 팀은 아니다. SK는 2연승 이후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여전히 챔프전 진출 확률은 높지만, 이제 SK의 일방적 우세 시리즈는 아니다. KT는 3차전에서 SK 파훼법의 단초를 얻었다. 바닥이었던 팀 분위기가 살아났다. 컨디션이 절정인 허 훈은 4쿼터 체력 부담감이 있었다.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공격 루트를 3차전에서 보여줬다. KT의 3차전 승리 의미는 단순하지 않았다. 수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