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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온라인 바둑계에 홀연히 등장해 커제, 박정환 등 한중일 최고수들을 무참히 쓰러뜨린 복면기왕(棋王)의 정체는 추정대로 인공지능(AI) 알파고였다.
중국의 커제 9단, 한국의 박정환 9단, 일본의 이야마 유타 9단 등 세계 최고수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 떨어졌다. 20국에서 마스터는 초반부터 가볍게 집의 우위를 점하고 끝날 때까지 거의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17회는 불계승, 3회의 계가바둑도 집 차이만 좁혔을 뿐 승부의 격랑은 일지 않았다. 완벽 그 자체. 바둑의 신(神)이 존재한다면 바로 이런 바둑을 두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마스터의 실력은 압도적이었다.
마스터의 기풍은 의연하고 부드러우며 대범하다. 귀의 실리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으며 엄청난 대마싸움의 바꿔치기도 계산이 이뤄지면 흔쾌히 실행한다. 수천 년 동안 실전을 통해 진화하고 축적된 바둑의 틀을 무시하고 철저한 가치판단으로 제 갈 길을 찾아간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는 "바둑 단체와 협의해 올해내 공식 대국을 갖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