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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칸(프랑스)= 조지영 기자] 데뷔 51년 만에 첫 칸 레드카펫을 밟은 '연기 신(神)' 변희봉. 그에게 칸은 영예이자 또 다른 기회가 됐다.
20일(현지시각) 오후 프랑스 칸 인터컨티넨탈 칼튼 칸 호텔에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인 SF 어드벤처 영화 '옥자'(봉준호 감독, 케이트 스트리트 픽처 컴퍼니·루이스 픽처스·플랜 B 엔터테인먼트 제작) 한국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는 안서현, 변희봉, 스티븐 연, 그리고 봉준호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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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 공식 상영회 이튿날 한국 기자들을 만난 변희봉은 "어제(19일)는 전혀 떨리지 않았는데 오늘(20일)은 왠지 가슴이 떨린다. 나는 그동안 인터뷰 기회가 별로 없었던 사람이라 할 말이 많지 않다"고 머쓱한 기분을 표현했다.
이어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칸영화제에 오는 것은 배우로서는 정말 영광이다. 배우로 오래 일했지만 칸에 온다는 생각은 꿈도 못 꿨는데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참석하게 됐다. 꼭 벼락 맞은 것 같기도 하고 70도 기운 고목 나무에 꽃이 핀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다. 소원을 이룬 것 같고 레드카펫을 선 순간 만감이 교차하기도 했다"며 "레드카펫이 참 길게 느껴지더라.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온갖 망상을 다 했다. 이번 칸영화제에서 가장 머릿속에 남는 것은 '이제 다 저문 배우인데 칸영화제를 계기로 다시 무언가가 열리는 게 아닌가?' 싶다. 내게 희망이 생겼다. 두고 봐라. 앞으로 내게 어떤 기회가 찾아올지 모른다. 그래서 죽는 날까지 더 열심히 연기 하고 싶다. 레드카펫에서 슈트를 입은 내 모습을 보고 봉준호 감독이 '아시아 첩보원' 같다고 하더라. 기대하시라. 분명 첩보원 영화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봉준호 감독은 "레드카펫 포토월 때 변희봉 선생님에게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15, 매튜 본 감독)의 콜린 퍼스 같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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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봉은 봉준호 감독과 남다른 인연도 밝히며 그에 대한 무한 신뢰, 무한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00)를 시작으로 '살인의 추억'(03) '괴물'(06) '옥자'까지 봉준호 감독의 러브콜을 받아준 변희봉은 "나는 봉준호 감독의 첫 작품부터 '옥자'까지 네 작품째 하고 있다. '옥자'를 제안받았을 때는 내가 시골 사람이고 실제로 돼지를 키워봐서 날 캐스팅한 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손안에서 눈곱만큼도 벗어나지 않고 연기하려고 했다. 그게 배우에겐 정말 중요한 지점이다"고 소신을 전했다.
자신의 작품에 단골로 변희봉을 캐스팅하는 것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왜 계속 변희봉을 쓰나?'라는 말은 어폐가 있다. '플란다스의 개' 때 변희봉 선생님께 캐스팅 제안을 했는데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으셨다. '경비원이 왜 개를 잡아?'라며 못마땅해하시더라. 변희봉 선생님의 마음을 녹이기 위해 애를 많이 썼다. 그 이후 '살인의 추억' '괴물' '옥자'까지 변희봉 선생님께 많이 의지하며 작업을 진행했다. 알다시피 디렉션을 할게 없다. 변희봉 선생님이 해주시는 걸 즐겁게 보는 입장이다. 그리고 변희봉 선생님은 이미 여러 편의 작품을 함께 했지만 다음이 기대되고, 또 감독으로서 점점 더 캐내고 싶게 만든다. 그래서 변희봉 선생님에게 자꾸 출연을 부탁드리는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옥자'는 오는 28일 발표되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 중 하나로 경쟁을 펼치며 오는 6월 28일, 한국시각으로는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최초 공개된다. 국내에서는 이례적으로 넷플릭스와 동시에 29일부터 극장에서 상영된다.
칸(프랑스)=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NEW, ⓒAFPBBNews =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