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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칸 인터뷰] 설경구 "''불한당', '옥자'만큼 기립박수 받고 싶어 버텼다"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7-05-26 07:15



[스포츠조선 칸(프랑스)= 조지영 기자] "관객이 보내주는 최고의 찬사 기립박수, 받다 보니 욕심 생기네요. 하하."

지난 25일 오후 프랑스 칸 마제스틱 비치호텔에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범죄 액션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 변성현 감독, CJ엔터테인먼트·풀룩스 바른손 제작) 한국 매체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인터뷰에는 모든 것을 갖기 위해 불한당이 된 남자 재호 역의 설경구, 현수(임시완)를 의심하고 뒤를 쫓는 오세안무역의 왼팔 병갑 역의 김희원, 오세안무역의 조직적 비리를 노리는 경찰 천팀장 역의 전혜진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극 중 잃을 것이 없기에 불한당이 된 남자 현수 역의 임시완은 오는 7월에 방송될 MBC 새 월화드라마 '왕은 사랑한다' 촬영으로 인해 칸영화제 행사를 끝낸 뒤 곧바로 귀국해 인터뷰에 불참했고 변성현 감독은 국내에서 벌어진 SNS 논란에 대한 자숙의 뜻으로 이번 칸영화제 참석을 고사했다.

우여곡절 끝에 칸영화제에 입성한 '불한당'. 지난 24일 밤 11시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미드나잇 스크리닝 공식 상영회를 통해 전 세계 관객에게 선보였고 반응은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 올해 공개된 미드나잇 중 가장 뜨거운 호평과 호응을 얻으며 성공적인 상영회를 마친 것. 관객으로부터 무려 7분여간 기립박수를 받을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특히 2000년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감독부문)으로, 2002년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국제영화비평가협회 특별초청)로, 2009년 개봉한 우니 르콩트 감독의 '여행자'(비경쟁부문 특별상영)로 칸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설경구는 '불한당'을 통해 네 번째 칸영화제에 진출해 의미를 더했다.

"칸에 온 뒤로 제대로 잠을 못 잤다. 바빠서가 아니라 잠이 잘 안 오더라"며 말 문을 연 설경구. 그는 지난밤 뤼미에르 극장에 울린 관객의 박수를 잊지 못한 듯 "'박하사탕' 때도 기립 박수를 받은 것 같은데 '불한당'의 기립 박수는 그때의 느낌과 다른 것 같다. 물론 '박하사탕' 때는 감독부문으로 초청된 작품이라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극장이 아닌 좀 더 작은 극장이었다. 일단 좋다. 이 말밖엔 설명할 길이 없다. 극장을 들어갈 때부터 마음이 달랐다. 영화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곳이라는 것을 피부로 체감한 순간이었다"고 벅찬 감동의 순간을 곱씹었다.


칸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는 소감을 묻는 말엔 너털웃음으로 당시의 상황을 표현한 설경구. 그는 "태생부터 레드카펫에 서는 걸 못 견뎌 한다. 한국에서 시상식이 열릴 때도 레드카펫은 웬만하면 안 서려고 한다. 레드카펫에서 사람들의 환호가 어색하고 버겁다. 그런데 이번 칸영화제 레드카펫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순간이 인상적이었고 기억에 남는다. 네 번째 칸영화제 초청이지만 뤼미에르 극장의 레드카펫은 처음 밟아본다. 칸영화제 레드카펫도 사실 걱정이 컸다. 특히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내가 레드카펫을 너무 빨리 걸을까 봐 미리 천천히 걸으라고 당부까지 하더라. 막상 끝내놓으니 생각보다 잘한 것 같다. 예상보다 더 레드카펫이 길고 넓더라. 그 시간을 빨리 감당하려고 발악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설경구는 변성현 감독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아무래도 아쉬운 게 크지 않겠나? 그래도 영광스러운 자리에 초청받은 만큼 배우들이라도 최대한 즐기자고 서로 응원하고 마음먹었다. 처음 입장할 때는 긴장을 많이 했는데 관객의 리액션이 너무 좋아 저절로 풀어지는 것도 있더라"며 "게다가 박찬욱 감독이 극장 앞에서 꼭 안아주는데 왠지 모르게 고맙고 뭉클했다. 영화를 보기 전 전혜진이 박찬욱 감독에게 '우리 영화 재미있게 봐달라'고 말했는데 순간 아차 싶었다. 심사위원에게 이런 말을 하면 안 될 줄 알았고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인 티에리 프레모 눈치를 보게 되더라. 티에리 프레모 말이 '너희는 비경쟁부문이라 마음껏 이야기해도 된다'고 웃더라. 그때부터 별의별 이야기를 다 한 것 같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극장 문 앞에서 우리를 기다려줬다. 우리를 보자마자 '영화 정말 재밌다' '최고였다'라고 응원해주셨는데 굉장히 힘이 났다. 변성현 감독이 못해 마음이 허했는데 박찬욱 감독 덕분에 외로움이 덜했다"고 박찬욱 감독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불한당' 공식 상영회가 끝난 뒤 눈가가 촉촉해진 설경구는 "영화가 끝나고 울컥한 것은 다 잠을 못 자서 그렇다"며 부끄러워했고 곧이어 "만감이 교차한다고 해야 할까. 그런 묘한 기분 때문에 나도 모르게 울컥하더라"고 고백했다. 또한 변성현 감독에게 칸영화제의 '불한당' 반응을 전하며 "마음을 잘 추슬러라"며 특유의 무뚝뚝함을 보였지만 그 속내엔 따뜻한 진심이 담겨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칸영화제에 오기 전 이창동 감독을 만난 에피소드 역시 남달랐다. 설경구는 "칸에 오기 전 괜스레 마음이 허해 이창동 감독을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이창동 감독이 내게 '칸에서 박수를 길게 많이 받아와라'고 당부하더라. 그 말이 은근 신경 쓰이더라. 의미 없는 수치지만 언론에서 '몇 분 기립박수'라고 보도하니까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더라. 보통 관객이 예우 차원으로 4분 정도 박수를 쳐 준다고 하더라. '옥자'(봉준호 감독)도 5분 정도 기립 박수를 받았다고 들었다. '옥자' 이상은 못 받아도 '옥자' 만큼은 받고 싶어서 상영이 끝난 뒤 퇴장을 안 하고 버틴 것도 있다. 옆에서 칸영화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이 퇴장의 제스쳐를 보냈는데 박수를 받은 게 2분 정도 밖에 안 된 것 같아 눈 딱 감고 버텼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버틴게 아니라 관객들이 안 나가고 계속 박수를 쳐 주니까 차마 발길이 안 떨어지더라. 관객의 박수를 받으니 칸영화제 집행위원장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생기더라. 두 번 정도 퇴장 제안을 거절하고 극장을 나갔다. 오늘(25일) 진행했던 포토콜 행사 때도 티에리 프레모가 찾아와서 '영화가 너무 좋았다' '현장 분위기가 최고였다'고 하더라. 결과적으로 만족스럽다"고 웃었다.


마지막으로 설경구는 "이 영화 자체가, 그리고 칸에 다시 오게 된 것 자체가 스스로 자극을 많이 받게 된 것 같다. 한국에서 인터뷰할 때도 이야기했지만 자극을 진짜 많이 받았다. 우리 영화가 칸영화제를 통해 해외에 선판매가 많이 됐다고 하더라. 특히 '불한당' 상영회가 끝난 뒤 영화에 대한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늘고 길게 가는 게 목표인데 해외 반응이 국내에서도 통하길 바라고 있다"며 "생각해보면 배우로서 삶에서 이만하면 복 받은 것 같다. 아시다시피 인생의 굴곡이 많았던 삶 아닌가? 희로애락이 많았고 상승세, 하락세가 많았던 사람 중 하나다. 지금 여기 와서 돌아보니 배우로 사는 것도 신기하고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칸영화제에도 와보고, 정말 복 받은 인생이다"고 소회를 전했다.

한편, '불한당'은 범죄조직의 일인자를 노리는 남자와 세상 무서운 것 없는 패기 넘치는 신참의 의리와 배신을 그린 작품이다. 설경구, 임시완, 김희원, 전혜진, 이경영 등이 가세했고 '나의 PS 파트너' '청춘 그루브'의 변성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24일 밤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으로 전 세계에 공개됐다.

칸(프랑스)=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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