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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택시운전사' 장훈 감독이 본지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했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07.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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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장훈(42) 감독이 '택시운전사' 제작 당시 외압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가 통금 전에 광주를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 기자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향하는 이야기를 다룬 휴먼 영화 '택시운전사'(더 램프 제작)를 연출한 장훈 감독. '고지전'(11) 이후 '택시운전사'로 6년 만에 관객을 찾는 장훈 감독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가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2008년 '영화는 영화다'로 데뷔해 '의형제'(10) '고지전'(11) 등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장훈 감독. 이후 6년간 숨 고르기에 돌입한 그가 올여름 1980년 5월 뜨거웠던 광주를 카메라에 담은 '푸른 눈의 목격자',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운 택시운전사 김사복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택시운전사'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관객을 찾은 장훈 감독은 "확실히 '고지전' 때와 '택시운전사'를 연출할 때의 태도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영화는 영화다'를 시작으로 '고지전'까지 3년 반 동안 3편을 만들었는데 어느 순간 개인 시간을 전혀 못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왜 영화를 하고 있지?'라는 고민이 생길 정도였다. 인간 장훈과의 시간이 필요해 1년 정도 영화를 쉬었다. 차기작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생각을 정리하며 회복해 나갔고 이후엔 다시 마음을 다잡아 영화에 집중했다. 회복 후 다시 영화에 집중하기 위해 그동안 못 봤던 영화 300여편을 내리 봤고 책도 많이 읽었다. 그러다 보니 영화에 대한 애정이 다시 생겼고 전보다 깊게 사랑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슬럼프까지는 아니지만 짧은 시간 정신없이 연출만 매달려온 것에 많이 지쳤고 또 이런 혼란의 시기를 가까스로 극복한 장훈 감독. 그래서일까. '택시운전사'는 장훈 감독에게 특별한 의미 그 이상의 존재였다.
"영화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진 후 첫 작품이라 개인적인 애정도도 남달라요. 사실 '택시운전사' 전에 기획했던 시나리오가 있는데 대대적으로 수정이 필요한 이야기라 시간을 두기로 했고 때마침 영화사 더 램프의 박은경 대표가 '택시운전사' 이야기를 꺼냈어요. 그때가 2015년 10월이었죠. 굉장히 명확한 기획이었어요. 2003년 제2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한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수상소감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니까요. 처음 박은경 대표에게 '택시운전사' 기획에 대해 들었을 때는 마냥 '좋은 소재다'라고 생각했는데 이후 곧바로 초고를 주면서 연출을 제안하더라고요(웃음). 보통 초고로 감독에게 제안을 잘 안 하는데 너무 곧바로 훅 들어와서 깜짝 놀라긴 했어요. 하하. 그런데 초고만 봐도 어떤 이야기를 할지 분명했고 캐릭터들 성격도 잡혀 있어서 매력적인 영화가 탄생할 거라 예감했죠. 단지, 1980년대 광주의 이야기라는 시대 배경이 부담으로 작용해돼 일주일간 고민을 하긴 했지만 글을 읽으면서 받았던 느낌과 잔상이 오래 남아서 이 작품을 택하게 됐어요."
장훈 감독의 고백처럼 2010년 본격적인 제작에 돌입한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주 배경으로 담고 있는 만큼 선뜻, 또 쉽게 풀어낼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다. 특히 투자, 캐스팅, 촬영이 시작할 무렵엔 박근혜 전(前) 정권의 외압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송강호가 주연으로 나선만큼 더욱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작업을 이어가야만 했다.
"(전 정권의 외압에 대해 다른 영화 이슈를) 들은 부분도 있고 개인적으로 느낀 부분도 있죠. '택시운전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런 부분이 아예 없었다고 이야기하기엔 힘들 것 같아요. 물론 제작 당시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서도 접했죠. '이 영화 투자받기 쉽지 않겠다' '자칫 영화를 못 만들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했고요. 어느 한 부분도 쉽지 않을 것이란 예감은 들었어요.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만들어보자'라는 다짐으로 시작했어요. 어떻게 멈춰지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해보자'라는 뚝심으로 '택시운전사'를 만들었죠."
영화가 완성되지 못할 수 있다는 장훈 감독의 불안감은 송강호라는 '국민배우'의 합류로 잊혔다는 장훈 감독. 그는 "송강호 선배가 어렵게 결정을 한 작품이다. 분명 그에게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텐데 과감히 도전해줘 고맙다. 송강호가 캐스팅된 후 '택시운전사'는 제대로 힘을 받았고 이후 투자사도 용기를 내 어려운 결정을 해줬다. 모두 시나리오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힘, 사람들의 모습 등이 조심스러웠던 분위기 속에서도 영화를 힘차게 이끈 것 같다"고 전했다.
"제가 직접 느낀 외압은 없었어요. 다만 분위기가 조심스럽다는 정도였죠. 이런 부담감은 비단 '택시운전사'뿐만이 아니었어요.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였죠. 송강호 선배는 '변호인'(13, 양우석 감독)을 선택했을 때나, '택시운전사'를 선택했을 때 한결같은 마음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모든 영화인의 마음이자 숙명인 것 같아요. 꼭 '택시운전사'이기 때문에 먹어야 하는 마음가짐은 아니라는 것이죠."
한편, '택시운전사'는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등이 가세했고 '고지전' '의형제' '영화는 영화다'의 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8월 2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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