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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둥지탈출'PD "성동일 '20대 아이들 재밌겠나' 걱정"

최보란 기자

기사입력 2017-07-29 09:26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가족 예능 전성시대다.

2014년 MBC '일밤'에서 선보인 '아빠 어디가'가 종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방송가에는 육아 예능, 가족 예능으로 불리는 프로그램이 연이어 생겨나며 붐이 형성됐다. 수 많은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없어지길 반복하면서 이 또한 트렌드로 지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놀라운 섭외력으로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고 장수하고 있다. 현존하는 예능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미운우리새끼'를 비롯해 '내 딸의 남자들', '싱글 와이프' 등 새로운 형태로 진화한 가족 예능들이 등장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열풍이 계속되면서 연예인 가족의 방송 출연에 대한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피로도가 축적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속에서 원조로 평가받는 '아빠 어디가'의 김유곤CP가 tvN으로 이적 후 처음 선보인 예능이 '둥지탈출'이라니. '뭔가 다를 것!'이란 기대와 '또 가족 예능?'이라는 우려를 동시에 받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아빠 어디가'를 만든 연출자의 새로운 가족 예능에 쏠린 시청자들의 관심은 4.083%(닐슨코리아 전국)라는 이례적인 첫 방송 시청률로 입증됐다. 2회에서 2.727%로 하락은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는 이르다는 경고를 안겼다. 아빠 어디가 때와 달리 레드오션이 된 가족 예능 전쟁 속에서 '둥지탈출'은 자가복제가 아닌 진화를 입증할 수 있을지, 연출자의 이야기를 통해 그 가능성을 가늠해 본다.

-다양한 연령대 중에서 왜 '청춘'인가?

▶'아이들만의 세상에서 그들은 어떤 모습일까'란 생각에서 출발했다. 구체적인 연령을 정한 것은 아니고 큰 그림만 있었다. 미성년자들끼리 있으면 불안하고 그렇다고 너무 어른이면 의미가 없다. 그러다보니 갓 성인이 된 20대 전후의 친구들 중심으로 꾸려지게 됐다. 어린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은 나에게도 도전이었다. 성동일이 "어린 아이들처럼 귀여운 것도 아니고, 20살 친구들이 과연 재미있겠냐"고 하더라. 뻔한 가족 예능이 아닌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다.


-'둥지탈출'을 '아빠 어디가'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을까?


▶'아빠! 어디가?'를 하면서 아빠들과 있을 때랑 자기들끼리 미션을 할 때 아이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아이들 누구나 강점과 약점이 있다. 예를 들어 후는 착하고 따뜻하지만 목적의식이 흐릿하고, 준이는 목적 의식이 뚜렷한 반면 감정적으로 잘 표현을 못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우면서 잘 해결해 내는게 신기했다.

근데 어른들은 그게 안 된다. 직업이나 주변 환경에 의해 자신의 역할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미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아직 완전하게 정체성이 정해지지 않은, 어딘가 하나씩 부족함이 있는 청춘들이 어른들없이 자신들만의 사회를 만든다면? 분명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아이들끼리 있을 때 모습은 달랐나?

▶마을에 처음 도착했을 때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산길을 걸어가야 했다. 만약 혼자였다면 갈 수 있었을까? 사실 부모 곁은 떠나본 경험이 별로 없는 아이들은 엉망이었다. 그런데 자기들 밖에 없으니까 결국 힘을 합쳐 답을 찾더라. 그 과정에서 아이들도 얻는 깨달음이 각자 있다. 무엇보다 부모가 생각하던 평소 모습과 다른 면이 많이 나왔다. 아이들도 나름대로 보여주고 싶고 입증하고 싶은 것들이 있더라.


-장소를 네팔 품디붐디 마을로 정한 이유?

▶영어도 잘 통하지 않는(영어 가능자는 교장과 영어 교사 뿐) 시골이지만, 차로 1시간 거리에 도시도 있고 문명의 혜택이 어느 정도 있다는 점이 좋았다. 할 수 있는 게 많은 반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무인도는 물고기 잡고 열매 따고 원초적인 미션만 하면 된다. 근데 여기서는 생각이 서로 다른 6명이 모여서 선택하고 방향을 잡아야한다.

-생활 수칙이 있는데, 무엇에 중점을 두고 만들었나?

▶최대한 아이들 자율에 맡기려고 했다. 룰에는 '돌아가면서 단장을 할 것', '매일 저녁 회의를 할 거것'이라는 요구만 있다. 회의는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알아서 많이 하더라. 어떤 책임을 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다보니 회의를 많이 하게 되더라. 돌아가면서 단장을 시키는 것은 아무것도 안 하고 도태되는 사람이 생길 수 있을까봐 최소한의 예방 개념이다.

-말도 안 통하고 식생활부터가 난관인데, 제작진의 도움을 구하는 일이 많지 않았나?

▶아이들이 스스로 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왔기 때문인지 쉽사리 도움을 요청하지 않더라. 자존심이 있다. 가스통을 끝까지 들고가는 것도 그렇다. 만약 이경규나 박명수 같은 예능인이 하는 프로그램이었다면 '이걸 어떻게 들고가란 말이냐'며 소동이 벌어졌을거다. 아이들은 제작진에게 많이 의존할수록 진다고 생각하더라.

ran61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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