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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덕분에 조금 더 양심적으로 살고 있었어요."
이날 '한끼줍쇼'에는 소녀시대 써니와 유리가 출연, 데뷔 10년 된 최정상 아이돌다운 인지도를 과시했다. "안녕하세요, 소녀시대 써니(유리)에요"라는 인사에 대부분의 시민들이 마음을 열었다. 유리와 강호동은 7시경 둘째 딸의 폭풍 같은 환영 속에 삼겹살을 대접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경규와 써니의 저녁은 쉽지 않았다. 벨이 고장난 곳이 많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미 저녁을 먹은 집이 대부분이었기 때문. 이경규는 제한시간인 8시에 몰리자 "이 집 거절당하면 실패"라는 다급한 간청 끝에 가까스로 편의점행을 면했다. 필리핀계 미국인 영어강사와 학원 인사팀 출신 아내의 집이었다.
반면 이경규에 대해서는 "인생 살다가 한번쯤 만날 것 같았다"고 답해 그를 웃겼다.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끝난게 아니었다. 아내 분은 "양심냉장고라던가, 내가 양심적으로 산다면 만나지 않을까(생각했다)"라고 말한 데 이어 "항상 선생님 덕분에 조금 더 양심적으로 살고 있었다. 운전 면허 따기 전에도 거기(정지선)서 서야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고 말해 이경규를 감동케 했다.
이경규의 대표작으로는 흔히 '몰래카메라', '이경규가간다', '남자의자격', '힐링캠프' 등이 거론되지만, '양심냉장고' 또한 예능대부의 커리어에 큼직한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일요일일요일밤에(일밤)'에서 이경규가 김영희PD와 함께 했던 이 프로그램은 이른바 공익 예능의 효시로, 이경규에게 1995년 MBC 코미디대상(현 연예대상)을 안겼다.
당시 이경규는 '양심냉장고(양심가게)'를 내걸고 차량 정지선 지키기, 쓰레기통 정리하기, 어르신 짐들어드리기, 청소년에 주류나 담배 팔지 않기 등의 캠페인을 벌여 당시 경제 사정에 비해 크게 부족했던 한국의 시민의식에 경종을 울렸다.
이후 이경규는 '양심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점에 자부심을 갖고 '양심'을 광고문구로 내세운 거액의 광고를 거절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여년전 기억이지만, 여전히 이경규는 누군가에겐 '양심지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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