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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양동근이 30년 연기 인생을 돌아봤다. 1987년을 시작으로 벌써 30년. 양동근은 최근 '잘 내려오는 법'을 연구 중이다.
양동근은 30년 연기 인생을 통해 '나이대' '상황대'에 맞는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아역 배우일 때는 어린이의 역할을, 그리고 중고등학교 때는 반항아적인 모습도 보여줬고 성인이 돼서는 성인의 연기를 했다. 이제는 중년의 길로 향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역할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엘리트에 부자고 머리도 좋고 그런 역할이요. 거기다 아빠 역할을 처음 했다는 것이 굉장히 큰 의미인 거 같아요."
"배우로서 고민이 있거든요. 사람이 성장통을 느끼듯이 배우도 아역배우에서 성인으로, 성인에서 중년으로 넘어가면서 고민이 많아지거든요. 작품을 예전에 많이 하다가 이제 안하게 되고 배우로서 길을 어떻게 가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배우의 특성상 옛날에 했던 좋은 캐릭터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요. 그런데 저도 나이를 먹고 늙고, 어느 길을 가야할지 생각했을 때 당연히 아빠도 하고 삼촌도 해야 하잖아요. 이런 생각을 30대부터 했던 거 같아요."
양동근은 언제부턴가 '세월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그러다 보니 나도 세월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결혼도 하고 애도 갖고 그런 순응하는 삶을 살아야 나중에 역할을 맡았을 때 진솔하게 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아빠 역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랜 기다림 끝에 '보그맘'으로 첫 아빠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거죠. 중년 연기자의 신호탄을 날린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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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멋대로 해라'는 제가 살아보니까 여 기가도 '네멋' 저기가도 '네멋'이더라고요. 정말 꼬리표예요. 그러니까 연기자로는 정말 된 거 같아요. '이 작품 하나면 나는 됐다' 이런 생각이 커요. 왜냐면 그 이상은 나올 수 없어요. 그런 연기도 할 수 없고 그런 구성을 만날 수도 없을뿐더러, 저는 거기에 두 손을 들어버렸기 때문에 어떤 새로운 캐릭터나 연기 열정 같은 것들에 대해서 저는 이제 없어요."
양동근의 생각이 바뀌게 된 데에는 '가족'과 '육아'라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 양동근은 세 아이의 아빠가 되며 연기를 '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양동근이 말하는 지금 자신의 연기는 '처절함'이었다.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해야 하는 '어떤 것'.
"일이 없으면 무조건 해야해요. 이제 연기는 멋진 게 아니라 처절한 거죠. 예전에 형식적으로 연기를 하시던 선배, 선생님들의 연기를 봤을 때 '저건 누구나 할 수 있지'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가정을 가지면서 일터에서 연기한 것이 이렇게 처절함을 떠안고 했던 거구나 이런걸 찾는 거예요. 그런 재미인 거죠. 현장에서 옛날처럼은 안하지만, 내가 가족을 위해 나와서 이러고 있네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그런 생각들. 내가 예전엔 하지 못했던 그런 생각을 찾아가는 재미로 하는 거 같아요 "
연기 인생 30년. 양동근은 이제 '잘 사는 법'보다는 '잘 죽는 법'을 떠올리게 됐단다.
"20대 때 정점을 너무 많이 찍고 달렸죠. 드라마도 시트콤도 앨범도 너무 위에 있었어요. 그래서 30대를 지나면서 '내려오는 것이 뭔가'를 정말 뼈저리게, 시리도록 느끼는 시간을 보냈어요. 놀았던 건 아니고 조금씩 보여지니 잘하고 있다고 봐주신 분들도 계시겠지만요. 그렇게 하면서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거 같아요. 예전에는 잘 살 생각을 하면서 살았는데 요즘에는 잘 죽을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 거 같아요."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