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리뷰]"조승우 연기가 아깝다"…종영 '라이프' 허탈함만 남은 '♥엔딩'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18-09-12 06:45



[SC리뷰]"조승우 연기가 아깝다"…종영 '라이프' 허탈함만 남은 '♥엔딩'

[SC리부]앞에 꺾쇠 제외하고 제목 글자수, 이 문장을 절대 넘지마세요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올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이었던 '라이프'가 신예 작가의 역량 부족만을 남긴 채 허탈한 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조승우를 비롯한 명배우들의 열연만으론 역부족이었다.

JTBC 월화드라마 '라이프'는 11일 최종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라이프'는 지난해 최고의 드라마로 꼽히는 '비밀의숲'의 괴물신인 이수연 작가와 조승우-유재명 등 주역들이 다시 뭉친 드라마였다. 조승우의 압도적인 연기력은 두말할 나위없고, 이수연 작가는 '비밀의숲'으로 지난해 백상예술대상을 수상하며 드라마계의 기린아로 떠올랐다.

하지만 '라이프'는 전작과 달리 전문가 집단과 마니아 팬들을 모두 실망시킨 작품으로 남게 됐다. 배우들의 고전속 열연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날 조남형(정문성) 회장은 구승효(조승우)에게 "의료 사고를 내서라도 병원 등급을 낮추라"며 무리한 요구를 한 끝에 그를 해고했다. 구승효는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형태로 물러났다. 조남형은 "병원은 헬스케어에 돈을 물쓰듯 쓰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 될 것이다. 10년도 필요없다. 5년만 지나보라"며 영리병원의 득세를 예언했다.

오세화(문소리) 병원장과 주경문(유재명) 부원장은 환경부 장관의 땅값 스캔들을 자극해 조남형 회장의 계획을 막는 한편, 구승효를 위한 서프라이즈 모임을 마련했다. 회의 명목으로 의사들을 소집한 뒤, 구승효가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게 배려한 것.

구승효는 "누가 내게 병원은 이제 치료하는 곳이 아닌 가진 자들의 건강을 유지하는 곳이 될 거라고 하더라. 틀렸다곤 생각안한다"면서 "기본이 변질되는 걸 얼마나 저지시킬 수 있을까. 여러분들 손에 달렸다. 잠시나마 몸담았던 상국대학병원, 여러분의 10년 20년 후를 지켜보겠다"며 의사들을 격려했다. 앞서 첫회에서의 카리스마 넘치던 구승효와 대비되는 장면이다.


이노을(원진아)는 떠나는 구승효에게 자신의 진심을 고백한 뒤 사직서를 내고 지방병원으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이노을은 퇴사 전 예진우(이동욱)와 함께 선배들에게 "독립재단을 설립하자"며 조남형 회장으로부터 벗어날 것을 촉구했다.

결말부의 배경은 해안가에 위치한 이노을이 정착한 병원과 그 근방이었다. 예진우는 예선우(이규형)와의 트라우마를 완전히 극복, 동생과 함께 푸르게 펼쳐진 바다를 만끽했다. 이어 구승효는 해외 플랜트 사업 대신 이노을을 찾아와 로맨틱하게 재회하며 16부작 '라이프'가 마무리됐다.

'라이프', 더 나아가 이수연 작가에 대한 실망감은 이 드라마의 문제가 스토리와 캐릭터 그 자체에 있다는 점이다. '연기 고수' 유재명과 문소리, 문성근조차 때론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을 정도다.

구승효와 갈등의 축을 형성해야할 예진우는 스토리가 거듭될수록 길을 잃었다. 예진우는 극중 응급실 전문의지만, 부원장을 협박하고, 센터장들에게 호통을 치고 때론 그들을 깨우쳐주는 능력의 소유자다. 원장 자살의 배후도 캐야하고, 병원 정치에 개입하느라 정작 본업은 늘 뒷전이다. 상사인 이동수(김원해)가 "땡땡이치지 말라"며 그를 찾아다니는 장면이 부지기수다.

"동문들에게 모금을 해서라도 화정그룹으로부터 병원을 되찾고 독립재단으로 운영해야한다"는 예진우표 이상론의 결말은 실소를 부른다. "그러려면 수천억 든다", "화정이 팔지도 않는다"는 선배들의 심드렁한 일침이 눈에 띈다. 소위 실장님 캐릭터에서 벗어나 변신에 도전했던 이동욱의 연기력 논란은 덤.

방영전 서브 남주 겸 악역처럼 홍보됐던 구승효는 그나마 이 드라마를 봐야하는 유일한 이유였다. 경제 전문가 겸 극중 보기드문 의학 비전문인이란 독보적 설정에 대배우의 카리스마가 더해졌다. 기업과 병원 사이, 절대 강자와 약자, 냉혹한 '숫자'와 뜨거운 '피'를 오가는 조승우의 줄타기 연기는 찬란했다. 구승효는 실질적 주인공이었고, '라이프'에는 아깝기만한 호연이었다.

반면 구승효와 예진우를 둘러싼 러브라인은 시종일관 탄식을 불렀다. 방영기간 내내 "차라리 '비밀의숲'처럼 로맨스를 빼고 장르물로 가자"는 원성이 자자했다. 이노을(원진아)은 분량에 비해 연기력을 따지기 어려울 만큼 텅빈 캐릭터성을 자랑했다. 예진우와의 동기동창 케미는 진부했고, 베테랑 전문의임에도 오세화와 비교되며 초보 의사의 이미지가 더해졌다. 역대급 폭로 연기를 선보인 예선우의 짝사랑 고백은 뜬구름 그 자체였다. 그래도 거대 병원을 송두리째 날릴 것 같은 포스로 시작해 인생상담 로맨스로 끝난 최서현(최유화)보단 미소라도 남긴 이노을이 나아보인다.

다소 남아있었던 예진우-예선우 형제의 앙금은 최서현 소개 에피소드를 통해 마지막 낟알까지 청산됐다. 따라서 바닷속을 노니는 두 형제의 결말씬은 지루하고 무의미하게 길었다. 차라리 예진우로 인해 각성한 오세화와 주경문이 신임 사장 조남정(이준혁)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이라도 등장했다면 어땠을까.

여기에 풀다만 이보훈(천호진) 원장 이야기와 갑자기 개과천선한듯한 김태상(문성근) 부원장의 함박 미소, 이렇다할 계기도 없이 시작된 구승효♥원진아의 허망한 해피엔딩이 더해지니, 시청자들로선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라이프'는 이수연 작가의 팬들에게 "'비밀의숲'은 처녀작인줄 알았더니 인생작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만 남긴 채 마무리됐다.

lunarfly@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영상 보러가기]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