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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 단독인터뷰②] 한지민 "'미쓰백' 제 인생에서 가장 예쁜 순간이었죠"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8-12-19 13:48


제39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한지민이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11.30/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미쓰백' 백상아는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예뻤던 순간이었어요."

지난 10월 개봉해 큰 울림을 낳은 영화 '미쓰백'(이지원 감독, 영화사 배 제작)에서 백상아를 통해 역대급 파격 변신에 성공한 배우 한지민(36). 그에게 '미쓰백', 그리고 백상아는 배우로서 평생 잊지 못할 가장 아름다웠던 시간으로 남게 됐다.

한지민은 2003년 SBS 드라마 '올인'에서 송혜교의 어린 시절 역으로 연기를 시작한 이후 2005년 영화 '청연'(윤종찬 감독)으로 스크린에 데뷔, 올해 연기 경력 15년 차를 맞은 충무로 대표 여배우다. 지난달 23일 열린 제39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한지민. 그에게 올해 청룡영화상은 두 번째 노미네이트이자 첫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의미를 더하게 됐다.

앞서 한지민은 2007년 열린 제28회 청룡영화상에서 영화 '해부학 교실'(손태웅 감독)을 통해 신인여우상 후보에 올랐지만 안타깝게 수상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이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변신을 시도했지만 아쉽게도 번번이 수상의 영예를 안지 못한 것. 그럼에도 차근차근 자신만의 스펙트럼을 쌓던 한지민은 11년만인 올해,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입증받고 수상의 한(恨)을 풀게 됐다.

"사실 신인상 후보에 올랐을 때는 너무 신인이고 어려서 그것만으로 얼마나 큰 의미이고 영광인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연기하면서 점점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됐고 그래서 이번 수상이 더 값지고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또 한편으로는 어렸을 때 상을 받았으면 그 자체만으로 너무 큰 부담감으로 다가와 연기가 더 어렵게 다가왔을 것 같아요. 지금은 여러 작품을 통해 많은 선·후배들을 만나면서 배우는 지점도 많았고 세월도 많이 흘러서 상에 대한 무게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여우주연상이라는 수상 부담감보다 그동안 열심히 해왔던 저 자신에 용기와 힘을 주고 싶고 앞으로도 지칠 때마다 다시 마음을 잡는 계기로 삼고 싶어요."


제39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한지민이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11.30/
실제로 '미쓰백'은 개봉하기까지 녹록하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여성 배우를 타이틀롤로 세운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투자·배급사를 찾기 힘들었고 아동학대에 대한 소재를 진정성 있게 다뤄야 한다는 연출의 무게, 배우들의 부담이 컸던 작품이다. 특히 한지민이 연기한 백상아 역은 성폭행으로 트라우마를 얻은 과거, 담배, 욕설 연기 등 여배우로서는 쉽지 않았던 도전이었다. 많은 배우가 기피했던 작품을 용기 있게 선택한 한지민이 있었기에 지금의 '미쓰백'이 존재했고 또 관객을 만날 수 있게 된 것. 그래서 한지민에게 올해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의 의미는 더욱 값진 위로와 응원이 됐다.

"제가 받은 여우주연상은 오롯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힘 덕분에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 사회에 꼭 알려야 하는 이야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스태프들까지 개런티를 낮춰가면서 '미쓰백'을 선택하고 만들었거든요. 개봉하는 데 어려움도 컸고 개봉해도 엄청난 흥행 성적을 거둔 작품은 아니었지만 우리의 진심은 전해질 것이라 믿어요. '미쓰백'이 극장에서 막을 내릴 때까지도 N차 관람을 하는 관객도 있었고 혹여 직접 관람이 힘들더라도 '영혼 보내기'라며 티켓을 끊어 흥행을 지지한 관객도 많았어요. 정말 관객의 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미쓰백'이에요(웃음)."


그동안 청순하고 예쁜 스타의 대명사였던 한지민은 '미쓰백'을 통해 팔색조 매력의 배우로 거듭났다. 청룡영화상 심사위원들 역시 이런 한지민의 노력과 도전에 "여배우가 안 예쁘게 나와도 된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됐다. 본인의 한계를 깬 모습이 놀랍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청룡영화상 후보에 오른 것도 너무 오랜만이라 이후 심사표가 공개된다는 걸 몰랐는데 지인이 보내줘 자세히 읽어 봤어요. 하하. 한 표라도 받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많은 표를 주셔서 또 한 번 놀랐어요. 물론 심사평도 봤죠(웃음). 분에 넘치는 칭찬이었어요. 하하. 개인적으로 배우로서 가장 예뻐 보일 때는 작품 속 캐릭터 그 자체로 보일 때 가장 예뻐 보인다고 생각해요. 특히 백상아는 더욱 그동안 살아왔던 삶이 얼굴에 느껴져야 했는데 그래서 고민도 많이 했어요.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고 이렇게 칭찬도 받아서 너무 기쁘네요. 예쁨을 망가뜨린다는 표현보다는 백상아답게 봐주신 것 같아 감사해요. 그런 의미로 제 인생에서 가장 예쁘고 빛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하하."


제39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렸다. 여우주연상 호명을 받은 배우 한지민이 무대를 향하고 있다.
경희대=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11.23/

제39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렸다. 올해 청룡영화상 MC는 배우 김혜수와 유연석이 맡았으며 총 18개 부문에서 시상한다.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한지민이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보라 기자 boradori@sportschosun.com/2018.11.23/
마지막으로 한지민은 청룡영화상에서 수상한 여우주연상의 무게와 의미에 대해 진심을 전했다. 잊을 수 없는 순간을 감사하며 앞으로 더욱 아름다운 배우로 성장할 것을 약속한 한지민이다.


제39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한지민이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11.30/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는 지금만큼의 열정보다 겁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그때는 이렇게 평생 직업이 될 거라는 생각도 못 했고요. 부족했던 저였는데 그래도 기회를 주시고 찾아봐 주신 분들이 계셨죠. 어렸을 때는 이 또한 감사한 일인 줄 몰랐는데 연기를 꾸준히 하면서 제가 받는 사랑이 굉장히 특별하고 소중하다는 걸 많이 배웠어요. 수상 당시 소감으로도 말했지만 작품이나 역할에 큰 상관없이 어떤 배역을 맡아도 힘차게 응원해주고 축하해준 분들의 힘을 기억하면서 앞으로도 이렇게 열심히 연기할게요.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은 제가 계속 연기할 힘을 준 것 같아요(웃음)."

soulhn1220@sportschosun.com

'제39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한지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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