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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 "韓가요 뿌리 지켜지길"…이미자, 감사와 소망 담은 데뷔 60주년(종합)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9-02-21 14:44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엘리제의 여왕' 이미자가 특별한 '환갑잔치'를 연다.

이미자는 2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60주념 기념 음반 및 신곡 발표회를 열었다.

이미자는 "감사하다. 모든 분들의 부모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린다. 백영호 선생님도 물론 이미자라는 이름을 만들어준 분이다. 아버지처럼 믿음직스러운 분이다. 박춘석 선생님은 내 음악생활, 무대까지 지휘해주신 분이다. 잊을 수 없는 분이다. 오빠 같은 분이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60년 동안 정말 보람된 일도 많았지만 힘들고 어렵고 견디기 어려웠던 시대가 더 많았다. '동백아가씨'가 히트되고 1960년 대 초반 가장 바쁜 때 '왜 이렇게 나를 좋아해주실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오고 나니까 너무나 어려운 시절의 흐름과 내 목소리가 맞았기 때문에 내가 바빴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드리는 것만이 옳다고 생각했다. 가장 바빴을 때 가장 기뻐야 했을 때 내게는 평생 꼬리표가 붙었다. '이미자의 노래는 질 낮다' '천박하다' '술집에서 젓가락 두드리며 반주에 맞춰 부르는 노래'라는 꼬리표에 소외감을 느꼈다. 항상 그런 소외감에서 힘들었다. 나도 서구풍의 발라드풍 노래 부를 수 있는데 바꿔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참고 견뎠다. 아마 60년이 흐른 지금은 잘 절제하며 지내왔다, 지탱해왔다는 자부심까지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60주년 기념 앨범 '노래 인생 60년, 나의 노래 60곡'은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한 뒤 60년 간 한국 가요계의 거목으로 군림한 이미자의 가수 인생을 총망라하는 곡이다. 60주년 기념 앨범은 '감사, 공감, 순수' 타이틀을 붙인 3개 CD로 구성, 이미자의 대표곡과 신곡을 함께 수록했다. 신곡 '내 노래, 내 사랑 그대에게'는 60주년을 기념해 새로 만든 곡이다. 60년 간 자신을 지지해준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 이밖에 이번 앨범에는 50주년 기념곡 '내 삶의 이유 있음을', 45주년 기념곡 '내 영혼 노래가 되어' 등과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등 대표곡들도 함께 담겨 반가움을 더한다.

이미자는 "이 앨범은 3장으로 구성됐다. CD1은 감사를 담았다. 기념곡 주제곡을 실었다. 발라드풍이거나 대곡이라 생각하는 곡을 골랐다. CD2는 '동백아가씨'를 비롯한 전통 가요로 묶었다. CD 1,2에는 히트곡이 거의 들어있는데 60년이 흐르며 녹음했던 곡도 있지만 현재 내 목소리를 들려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아날로그를 들려 드리고 싶어서 악단 전체와 함께 콘서트 라이브 그대로를 녹음했다. 20대부터 70대까지의 목소리를 다 넣었다. 아마도 들으시면 현저히 다를 거다. 노래도 부끄럽다. 하지만 60년 간 끌어온 세월 동안 현재 이미자의 목소리가 이렇게 변했다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CD3는 전통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으로 만들었다. 우리가 시련과 한을 갖고 살아왔다. 어려운 시대에 우리 가요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노래로 나라 잃은 설움, 배고픔의 설움을 풀고 위안을 삼았다. 그 고마운 곡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가요의 뿌리가 사라져가고 있다. 그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래서 심혈을 기울여 20곡을 마련했다. 가요의 뿌리가 사라져가지 않기 위해서는 가사에 신경써야 한다. 슬프면 슬픔을, 기쁘면 기쁨을 전달해줄 수 있는 노래가 가요다. 서구풍에 가요가 파묻히는 것은 가사 전달이 안되기 때문이다. 가슴이 아픈데 노래는 슬픈 표정 하나 없이 가슴 아프다는 전달을 할 수 없다. 발음을 정확하게 들을 수도 없다. 그게 가장 안타깝다. 그렇기에 나의 CD는 가사에 정말 신경썼다. 내가 이 세상에 없더라도 수십년이 흐르더라도 우리 가요의 뿌리가 남겨지길 원한다"고 전했다.

신곡에 대해서는 "50주년 기념곡이 마지막이라 생각했었다. 5주년 간격으로 공연을 하고 있는데 55주년 때는 공연만 하고 신곡은 내지 않았다. 감사하게 60주년을 맞았기 때문에 팬분들꼐 보답해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있는 그대로를 보여 드리고자 녹음을 했다. 시인 김소영 선생님께 부탁드려서 구구절절 내 마음이 잘 표현된 가사가 나왔다. '우리 역사의 뒤안길을 함께 걸으며 동백꽃도 피고 지고 울고 웃었네. 내 사랑, 내 젊음 다시 멈출 수는 없어도 나 이제 그대와 함께 노래하며 감사합니다'라는 뜻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미자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1973년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을 위한 위문공연을 처음 했고, 2002년 최초로 평양 단독 공연도 펼쳤다. 1990년에는 기네스북에 한국 최다 앨범과 노래를 발표한 것으로 등재됐다. 이미자가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은 560장이 넘고 부른 노래도 3000여 곡에 달한다. 히트곡만 해도 '동백 아가씨' '열아홉 순정' '여자의 일생' '여로' '서산 갯마을' '기러기 아빠' '노래는 나의 인생'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이미자는 여성의 한과 일생을 담은 노래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이미자는 "이미자의 3대 히트곡이 전부 금지곡이었다. 35주간 KBS 차트에서 1위를 했던 곡이 하루 아침에 차트에서 없어져버렸다. 그러면서 무대도 할 수 없게 됐다.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 아빠'를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다. 목숨을 끊어놓는 경우였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장하게 왔다. 그게 가장 크게 남은 기억이다. 그럼에도 사랑해주시는 팬분들이 한사코 3대 히트곡을 부르셨다. 그 힘으로 버텼다"고 회상했다.

이미자는 데뷔 60주년을 맞아 5월 8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단독 콘서트 '이미자 노래 60주년'을 개최한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이미자가 1989년 대중가수로 처음 섰던 무대라 의미를 더한다. 이후 지난해부터 매진 행렬을 이어온 전국 투어에 나선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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