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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초심을 되새긴 '개그콘서트'가 지난날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개그콘서트' 엔딩곡이 한주의 마무리이자 월요병의 시작이던 시절이 있었다. '개그콘서트'는 방송 첫 해인 1999년 연평균 시청률 16.3%를 기록하며 신세대 코미디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개그콘서트'의 전성기였던 2002년과 2003년 시청률은 무려 23.6%와 28.9%였다. 이후에도 '개그콘서트'는 크고 작은 부침 속에 14.2%(2008년)에서 22.3%(2012년)을 오가며 일요일 예능의 강자로 군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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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유성은 "코미디 발전을 위해 힘쓰는 것은 공영방송의 책무"라고 강조한 제작진과 달리, 후배들에게 "잘 버텨라"고 격려하면서도 "있어야하는 프로그램은 없다. 시청자가 재미없다 생각하면 없어지는 게 맞다. 재미있으면 당연히 오래 간다. '어떻게 웃길 것인가'를 고민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유성이 꼬집은 '초심'은 이날 간담회의 백미였다. 전유성은 "난 처음 TV(유머1번지)에서 인기있는 개그를 대학로로 가져가서 공연했다. 이후 '개그콘서트'는 대학로에서 하던 걸 다시 지상파로 가져온 것"이라며 "그땐 공연에서 검증이 끝난 코너를 TV에 선보였다. 그런데 점점 공연장의 검증 없이 제작진이 재미 여부를 결정해서 바로 방송에 내보내기 시작했다. 나태하고 식상한 개그다. 그러니까 재미가 없는 것"이라고 매섭게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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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후배들이 몸을 사린 가운데, 전유성의 거침없는 토크는 인상적이었다. 이에 신봉선도 나섰다. 신봉선은 "희극인들이 생각 없이 앉아있는 게 아니다. 여전히 아이디어는 많다. 지상파 방송에 녹이는 게 어렵다"면서 "전 '개그콘서트'를 나갔다 왔다. 요즘은 이렇게 밖에 못하나, 생각했는데 돌아오고보니 개그에 제약이 너무 심하다. 내가 활동할 때 재밌었던 인기 코너, 지금은 못 올린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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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른바 '비하적 코미디'에 대한 질문에는 "요즘 못생긴 개그맨은 뽑지 않는다. 잘생기지 않은 친구들은 메리트가 없다". 코미디적으로 몸과 얼굴이 장점인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면서 "과거의 가학적이고 출연자의 외모를 비하하는 코미디는 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아픔이 되고 상처가 되는 코미디는 쓰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김대희는 '개그콘서트' 1회부터 함께 해온 김준호를 회상해 눈길을 끌었다. 김대희는 "개그콘서트 첫 방송 때 김미화 선배가 36세였다. 지금 제가 46세다. 20년이 순식간에 흘렀다"면서 "10회쯤 됐을 때, 말할 수 없는 1명(김준호)와 소주잔을 기울이며 '1000회'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이 자리를 그와 함께 할 수 없어 아쉽다"면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개그야'도, '하땅사'도, '웃찾사'도, 'SNL'도 없는 지금 '개그콘서트'는 '코미디빅리그'와 더불어 사실상 단 둘 뿐인 메이저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개그콘서트'가 오는 19일 1000회, 올해 9월 방영 20주년을 기점으로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 "열심히 하겠다", "응원해달라"가 아닌 '재미'가 필요한 시점이다.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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