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터뷰 종합] "조승우→남궁민"..'해치' 정문성이 쌓아온 人福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19-05-13 16:45


SBS 월화드라마 '해치'에서 '밀풍군' 역을 맡아 열연했던 정문성이 13일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해치'는 천한 무수리의 몸에서 태어난 왕자 연잉군 이금(정일우)이 열정 가득한 과거 준비생 박문수, 사헌부 열혈 다모 여지, 저잣거리의 떠오르는 왈패 달문과 함께 힘을 합쳐 대권을 쟁취하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다.
청담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05.10/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정문성(38)이 지금의 자신을 있게 만든 '고마운 사람들'을 언급했다.

정문성은 2007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한 뒤 '트루웨스트'(2013), '여신님이 보고계셔'(2014), '헤드윅'(2016~18) 등 다수 뮤지컬에 출연하며 관객들을 만났다. 또 SBS '유령'(2012)을 시작으로 SBS '수상한 가정부'(2013), SBS '비밀의 문'(2014), SBS '육룡이 나르샤'(2015), KBS2 '김과장'(2017)을 통해 주목받으며 브라운관에서도 활약했다. 2017년부터는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시작으로 tvN '멈추고 싶은 순간 : 어바웃타임'과 SBS '훈남정음', JTBC '라이프', tvN '빅포레스트', SBS '사의 찬미'에 출연하며 '열일'했다.

정문성은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해치'(김이영 극본, 이용석 연출)을 통해 밀풍군 이탄 역을 맡아 열연했다. '해치'는 천한 무수리의 몸에서 태어난 왕자 연잉군 이금, 만년 과거 준비생 박문수, 사헌부의 열혈다모 여지, 저잣거리의 떠오르는 샛별 왈패 달문이 함께 힘을 합쳐 끝내 대권을 쟁취하고 조선의 사헌부개혁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정문성이 연기한 밀풍군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소현세자의 후손으로, '자신의 것을 빼앗겼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타인의 고통을 모르는 사이코패스로 자라났다. 또한 노론의 손을 잡고 왕이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정문성에게 '밀풍군'은 인생 캐릭터다. 오래도록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은 캐릭터인 동시에, 처음으로 '내 몫을 온전히 했다'는 느낌이 들게끔 해준 작품이기 Œ문이다. 정문성은 길게 6개월을 촬영해서 몸도 지쳤고, 길다 보니 중간에 캐릭터를 하다가 외롭기도 하고 그랬다. 내 편이 없는 캐릭터라 그런 것 때문에 사실 몸과 마음이 지쳤지만 끝나고 나니까 사실 시원한 것 보다는 '조금 더 이렇게 할걸' '이런 면을 더 보여줬어야 하는데'하고 아쉬운 면도 많았다. 작품도 물론 좋지만 이 역할을 하게 된 것이 처음에는 감사했지만, 행복하더라. 할 때는 외로웠다. 사극에서도 그렇지만 현대극에서도 잘 없는 캐릭터 아니냐. 연기하기도 힘들었지만 하고 나서 제가 배우로서 체득하고 배운 것들이 연기적으로 많은 캐릭터라서 감사했고 엄청난 애정이 가는 캐릭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SBS 월화드라마 '해치'에서 '밀풍군' 역을 맡아 열연했던 정문성이 13일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해치'는 천한 무수리의 몸에서 태어난 왕자 연잉군 이금(정일우)이 열정 가득한 과거 준비생 박문수, 사헌부 열혈 다모 여지, 저잣거리의 떠오르는 왈패 달문과 함께 힘을 합쳐 대권을 쟁취하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다.
청담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05.10/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정문성은 "제가 했던 역할이 다 소중하고 너무 감사하고 제 안에 담아놓고 있지만, 이 캐릭터 같은 경우에는 특별히 저한테 나이가 먹어도 기억이 날 것 같은 캐릭터다"고 했다.

정문성은 이탄의 어떤 면에 끌렸을까. 정문성은 "마지막과 처음이 다르다. 처음에는 이금과 대립하는 인물인데 뭔가 얘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나. 자리를 주장하는 이유가 소현세자의 후손이라는 거다. '사실은 나도 예전엔 정통이었다'는 이유가 있던 거다. 이유가 있는 악당이라면 어떤 악행을 하고 내가 하는 행동에 있어서 명분이 있다면 어떤식으로 펼쳐도 매력있는 악당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그게 제일 매력이 있었다. 나중에는 명분을 생각했는데 저도 인간인지라 연기를 하려면 억지를 쓸 수는 없다. 명분을 찾았는데 결국엔 마지막에 밀풍군 이탄이 보여준 모습까지 가는 과정에서는 명분보다는 인간의 아픔이라든지 인간의 모자라고 부족한 면들, 남들에 비해 상실돼있거나 결여돼있는 면들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보통은 그런 것이 적게 보여지고 훌륭한 면이 많이 보여지는 것이 이야기거리가 많고 좋은 캐릭터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정말 얘는 부족한 면만 계속 보여줬다. 제가 이 캐릭터를 맡은 것에 대한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SBS 월화드라마 '해치'에서 '밀풍군' 역을 맡아 열연했던 정문성이 13일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해치'는 천한 무수리의 몸에서 태어난 왕자 연잉군 이금(정일우)이 열정 가득한 과거 준비생 박문수, 사헌부 열혈 다모 여지, 저잣거리의 떠오르는 왈패 달문과 함께 힘을 합쳐 대권을 쟁취하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다.
청담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05.10/
정문성은 밀풍군 역을 통해 뭐를 배웠을까. 그는 "겉과 속이 다른 연기를 해야 하는 것이 많았다. 단색이 아니라 항상 복합적이었다. 칼을 들이밀면서도 두려워했고, 웃으면서도 그 사람을 미워하는 역할이었다. 여러 감정을 갖고 있는데 표현은 완전히 단색으로 해야 하는 역할이었다. 단색이라는 것이 여러 단색이 있어서 표면적으로 봐도 복합적이고 다채로운 인물로 보여지지만 한 컷 한 컷 한 신 한 신이 어떻게 해서든 표현하는 것이 숙제였다. 나중에 드라마가 6개월 동안 이어지면서 그 안에 있는 감정들이 표현되더라. 훌륭한 배우라면 24부가 돼서 표현할 수 있어진 감정을 훨씬 더 앞쪽에서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정답이 뭔지는 이제 알았으니, 그걸 제가 연습할 수 있고 고민할 수 있는 거리가 생긴 거다. 아주 큰 공부가 됐다"고 했다.

정문성은 정일우, 고주원 등 '동생' 배우들의 인터뷰에 늘 등장하는 등 '정신적 지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에 "제가 친구들의 정신을 조종한 적은 없고 저는 그냥 사람이 연기할 때에는 그 사람의 눈을 봐야 하고 내 눈이 비어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보통은 너무 힘들지 않나. 감정연기도 그렇고 드라마 특성상 이쪽 찍을 때는 내가 안나오고 나를 찍을 때는 저 사람이 안나오는데 그렇다고 내가 빈 눈으로 감정이 없이 우는 척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저 사람의 리액션은 내 이정도 연기의 리액션인데 나 찍을 때 엉엉 운다고 둘이 연기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둘의 감정이 딱 맞았을 때 그걸 보는 사람들이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제가 하는 것은 유일하게 그거다. 내가 찍을 때나 나를 찍지 않을 때나 똑같이 연기하는 거다. 그리고 눈을 피하지 않고 감정을 눈으로 상대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거다. 그게 좋았나 보다"는 연기 철학을 전하기도 했다.


정일우는 정문성에게 '귀여운 동생'이었다. "일우는 현장에서도 되게 친하고 평소에도 나를 좋아했다. 나를 미워해야 하는 사람인데 나를 좋아해줬다. 나는 일우가 세상에서 제일 미워야 하는 사람이고 걔도 내가 적이어야 하는데 평소에도 연기를 눈을 보고 할 때도 '이런 벌레같은 놈'이 아니다. 뭔가 연민이 묻어 있는 거다. 그게 본능적으로 한 것인지 내 연기에 대한 라이브한 리액션인지, 어느 순간에는 더 자존심이 상하는 눈이 될 수 있고, '왜 궐에 와서 죽었느냐'고 할 때 내 말을 들어준 것은 금이 밖에 없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나 왕으로 죽는다'를 지켜 봐줄 사람이 필요했을 수 있다고 혼자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는 조승우와 남궁민 등 '형'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정문성이다. 그는 "(조)승우 형에게 뭔가를 질문하면 '너 잘하잖아' 이런 식의 반응을 보여준다. 츤데레라고 하지 않나. '네가 알아서 해'라고 하면서도 칭찬을 뒤에 깔아서 사람에게 용기가 나게 하는 스타일이다. 저라는 사람이 그렇다. '나 이런 문제가 있는데'라고 구체적으로 말하기 전에 제 머리에서 정리가 돼야 말을 꺼낼 수 있다. 고민이 있을 때는 저 혼자 너무 괴롭다. 해결이 된 상태에서 나누기 때문에 상대는 큰 고민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반면에 남궁민은 다정한 형이었다. 정문성은 "남궁민 형이 저를 예뻐하시는데 어느 날 불러서 제주도를 데려가고 그랬다. 가면 그냥 남궁민인지도 모를 정도로 모자 쓰고 고깃집에 가서 고기 먹고 그런 게 다인데도 다녀온 후에 내가 살아가는 힘을 주더라. '놀았으니 일해야지'라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엄마랑 강아지랑 사는데 아버지가 네 살때 돌아가셨고 엄마가 평생을 일하다가 일을 안한지가 몇 년이 안됐다. 엄마와 강아지도 먹여 살려야 한다. 강아지도 잘 먹는다. 집에서 쉬다가도 강아지를 데리고 숲에 간다. 돌아와서 '이런걸 하려면 돈을 벌어야겠구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잠깐의 휴식동안 정문성은 또다시 남궁민과 여행을 떠난다. 정문성은 "남궁민 형이 '어디 가자'도 아니고 갑자기 '여권 좀 보내봐'라고 했다. 전생에 나에게 빚을 많이 진 사람인가 싶었다. 되게 고맙다"고 했다.


SBS 월화드라마 '해치'에서 '밀풍군' 역을 맡아 열연했던 정문성이 13일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해치'는 천한 무수리의 몸에서 태어난 왕자 연잉군 이금(정일우)이 열정 가득한 과거 준비생 박문수, 사헌부 열혈 다모 여지, 저잣거리의 떠오르는 왈패 달문과 함께 힘을 합쳐 대권을 쟁취하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다.
청담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05.10/
지금의 정문성을 있게 만든 사람들도 결국엔 그가 가진 '인복(人福)'이었다. 정문성은 처음 출연했던 SBS 드라마 '유령'의 감독인 김형식 PD와의 인연으로 수많은 TV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가 지금껏 잘 쌓은 인덕 덕분이다. 이 때문에 정문성은 "폐를 끼치지 말자"는 마음으로 연기에 집중 중이라는 설명. 그는 "1인 다(多)역을 해보고 싶다. 어떤 캐릭터가 올지 모르지만, 어떤 캐릭터를 찾아야 할지 모르지만 '정말 너무 해보고 싶다' '해내고 싶다'는 역할을 어떻게든 또 만나면 좋겠다. 진짜 '해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은 지금까진 '해치'다. 작품에 임할 때는 '이 작품에 피해를 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훨씬 컸다. 내 몫은 하자는 것이 컸고, 그게 컸던 것이 '라이프'였다"며 "본적으로 이제는 자신의 몫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 거고, 저는 고민인 것인데 진짜 제가 하고 싶은 것은 그런 거다. 내 감정을 나를보는 저 사람이 느끼게 하는 거다. 그게 연기에서 기본인데 그만큼 하기가 힘들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서 연기했는데 밖에서 볼 때는 다른 감정이나 연기로 다가가면 사실은 많이 실패한 연기다. 그걸 안하려고 노력하되, 기본적으로 나는 내 몫은 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해치'는 정일우, 권율, 고아라, 정문성 등이 열연한 드라마로, 자체 최고 시청률은 32회가 기록했던 8.4%(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이었다. 정문성은 '해치'를 마친 후 차기작을 검토한다.

lunamoon@sportschosun.com


▶사주로 알아보는 내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